BBK發 "탈당 바람불까"···한나라 노심초사

오상헌 기자, 옥천=정영일 기자 2007.11.29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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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성문 탈당 이어 朴 미묘한 발언...BBK수사가 '변수'

한나라당이 어수선한 당내 상황으로 동요하고 있다. 1차적 이유는 곽성문 의원의 탈당이다.

대선을 불과 20일 앞둔 시점에서 현역 의원의 첫 탈당 사례여서 충격을 금치 못하는 모습이다. 곽 의원은 박근혜 전 대표의 측근 인사로 29일 오후 기자회견을 열어 탈당과 함께 무소속 출마한 이회창 후보에 대한 지지를 선언했다.

곽 의원은 이에 앞서 이날 고 육영수 여사 숭모제 참석을 위해 충북 옥천을 찾은 자리에서 머니투데이 기자와 만나 "다음주쯤 상황 변화가 있으면 몇 분쯤 결심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달초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 후 이 후보 연루 의혹이 밝혀지면 '추가 탈당'이 있을 것임을 시사한 발언이다. 한나라당과 이명박 후보측을 당황케 하는 예고인 셈.

한나라당의 시름을 더욱 키우는 건 이날 충북 옥천에서 박 전 대표가 던진 한마디다. 박 전 대표는 옥천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에서 (BBK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 (지원유세 여부를) 그때보고 또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BBK 수사 결과가 나와도 지원유세를 할 것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답변이었다.



BBK 의혹의 사실 여부에 따라 지원유세를 재검토할 수 있다는 뜻으로 들린다. '원칙적 발언'으로 흘려들을 수도 있지만 수사 결과 발표가 임박한 미묘한 시기임을 감안하면 적잖은 '함의'가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표는 "BBK 문제는 확실히 매듭을 지어야 하는 문제다. 한 점 의혹 없이 밝히고 그에 따라 국민들이 판단할 일"라고도 했다. 박 전 대표 입에서 BBK가 나온 것 자체가 의미심장하다. 그도 BBK에 적잖은 신경을 쓰고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

박 전 대표의 미묘한 발언과 곽 의원의 탈당이 맞물리면서 경우에 따라 '도미노 탈당'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물론 한나라당은 확대 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이 후보의 한 측근 의원은 "곽 의원이 경선 때 이 후보가 재산 은닉(8000억대 은닉설)을 주장한 바 있어 내년 총선에 대한 불안감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개인 차원의 결행으로 해석했다.

박 전 대표의 발언에 대한 반응도 마찬가지다. 이 후보의 한 측근은 "원론적인 발언 아니겠냐"고 말했다. 그는 "이미 박 전 대표가 30일부터 지원에 나서기로 했고 당원으로서 역할을 다하겠다고 한 만큼 정권교체를 위해 나서줄 것으로 믿는다"고 했다.

박 전 대표측의 기류도 비슷하다. 박 전 대표측 한 핵심 의원은 곽 의원의 탈당과 관련 "어제 곽 의원을 만나 한 시간 가까이 만류했다"며 "개인의 의지가 워낙 완강해 고집을 꺾을 수 없었다"고 전했다. 박 전 대표도 "다시 생각할 여지가 없냐"며 곽 의원의 탈당을 막판까지 만류한 게 사실.

박 전 대표의 '지원 유세 재검토' 발언에 대해서도 한 핵심 측근은 "말씀 그대로 받아들여달라. 원칙을 말한 것"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당내에서는 그러나 곽 의원에 이어 박 전 대표측 의원 2~3명이 탈당을 검토하고 있다는 확인되지 않은 풍문도 돌고 있어 연쇄 탈당에 대한 우려가 씻기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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