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성, 가늠할 수 없는 생각의 크기

성상현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 2007.12.11 14:20
글자크기

[머니위크 칼럼]

커밍아웃(coming-out)이 유행이다. 어느 트랜스젠더의 성별이 호적에서 정정되고 이제 법적으로도 ‘그녀’가 되어 사랑하고 결혼하는 모습이 아름다운 일로 축복 받고 있다. 영화의 전편에서는 남자였는데 이제 나올 후편에서는 여성이 되어 등장하는 배우의 이야기가 이제 그다지 충격적이지 않을 정도이다.

커밍아웃은 엘튼 존이나 오스카 와일드, 독일의 유명 뉴스앵커, 서구의 어느 유명 정치인들만의 일이 아니게 됐다. 사회통념과 다른 자신의 성적지향이나 성정체성을 공개하는 커밍아웃은 어원이 벽장에서 나오기(coming out of the closet)인 것처럼 꼭꼭 숨어온 자신의 밀실에서 뛰쳐나와 ‘나는 이런 사람이다’라고 당당하게 공개하는 것이다.



자신의 잘못된 또는 잘못 알려진 학력을 공개하는 연쇄적인 고백으로까지 커밍아웃이 번져갔다. 허위학력 사건으로 나라가 홍역을 치른 뒤에 많은 유명인들이 자발적으로 자신의 과장된 학력에 대해 진실을 고백했다.

집단적인 고학력 콤플렉스에 걸린 우리 사회에서는 자기가 동성애자라고 고백하는 것만큼이나 힘든 결단이었을 것이다. 이런 것을 보면 우리도 이제 좀 자신과 다른 것 통념과 다른 것에 대해 많이 너그러워지는 것 같다.



그런데 숨길래야 숨길 수 없는 차이, 가령 이민족과 외국인에 대한 우리의 생각은 어떨까? 직장에 흔하지 않은 여성 관리자들에 대해서 우리의 생각은 얼마나 열려 있는가 의문이다.

올해 들어 국내에 체류하는 외국인이 100만 명에 가까워졌다. 이제 이민사회로 분류되는 외국인 10% 시대가 곧 도래할 전망이라고 한다. 인구 열에 하나가 외국인이 되고 있고 여성의 사회진출이 늘어가고 있는데 우리는 얼마나 개방된 사회인가?

입시를 위한 영어교육 열풍은 의도치 않게 일찌감치 국제화를 준비해 온 격이 됐고 국제화와 글로벌시대를 외치지만 외국어가 아닌 외국인과 이문화(異文化) 또는 서로 다른 차이에 대해 얼마나 열려 있는지 의문이다.


‘다양성(多樣性, diversity)’이라는 말이 우리에게는 아직 생소하지만 피터 우드라는 학자는 자유와 평등에 이어 다양성이 우리 시대의 가장 중요한 정신의 하나라고까지 한다. 멀리 갈 것도 없다. 대조영이 천년도 넘는 옛날에 이민족과 여자 장수를 끌어안고 발해를 건국하는 이야기가 주말마다 우리의 심금을 붙잡고 있다.

사마천의 사기에는 제나라의 맹상군이 진나라에 억류되었을 때 식객으로 있던 개 도둑과 닭 울음소리를 잘 내는 사람 덕분에 목숨을 구하고 함곡관을 열어 탈출에 성공하는 이야기가 전해 온다. 계명구도(鷄鳴狗盜), 즉 닭 울음소리 내기와 개 도둑질이 하찮은 것 같지만 다양한 재능을 가진 사람을 존중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야기이다.



기업경영에서도 다양한 사람이 많고 이들이 일하기 좋은 기업이 수익성이 높다고 한다. 돈 버는데도 다양성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올해 우리나라의 국가경쟁력이 세계 11위로 급부상했고 올림픽과 월드컵에 이어 여수 세계박람회 유치에 성공했다. 우리나라에 대운이 열리는 분위기이다.

국제 행사를 준비하는데 행사장과 건물을 크고 멋지게 짓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사람의 크기, 생각의 크기는 더 중요하다. 서로 다른 차이를 품는 우리의 열린 마음, 보이지 않는 소프트 인프라, 다양성에 대한 우리의 준비 정도가 작지만 큰 나라를 만드는 척도가 될 것이다.



[email protected]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