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기물지침 준수비용 '연 1조원'들어

정수영 에코프론티어 지속가능금융센터 팀장 2007.11.30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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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기업의 조건]<끝-2>전기전자산업의 장기 리스크

편집자주 사람 나이 100살엔 혼자 먹고 살기도 힘들다. 그러나 기업은 다르다. 기업은 100살이 넘어도 성장한다. 경제와 사회를 이끈다. 한국의 미래 증시를 이끌 기업의 조건은 무엇일까? 머니투데이는 아시아지속가능투자협회(ASrIA), 에코프론티어와 공동기획으로 국내 대표업종 대표기업의 지속가능성을 9회에 걸쳐 분석한다.

'매년 5억~9억 유로, 우리돈 6000억~1조800억원.'

이는 유럽연합(EU)의 'WEEE', 즉 '전기전자장비 폐기물처리 지침'을 실행하기 위해 들어가는 비용이다. 제품값을 1~3% 상승시킬 수도 있는 요인이다.

2005년 8월 발효한 'WEEE'는 폐전기전자제품의 회수와 재생을 의무화했다. 미국의 지속가능성 평가사인 '이노베스트'는 이중 수거비용이 3억~6억 유로(3600억~7200억원), 재활용 비용이 2~3억 유로(2400억~36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기업에 '규제'는 곧 비용이다. 그래서 업계는 늘 규제 축소를 주장한다. 하지만 최근 환경규제, 공정거래 규제는 우리 산업계가 축소를 주장할 수 없을 만치 전 세계적으로 강력해지고 있다.

2006년 유럽연합(EU)은 납, 크롬, 카드뮴, 수은, PBB, PBDE 사용을 제한하는 RoHS(전기전자제품의 유해물질 사용제한규제)를 발효했다. 2007년엔 REACH(신화학물질관리정책)를 발효했다. 중국, 일본에서도 유사한 환경규제가 제정됐다. 한국도 2008년부터 자원순환법이 발효될 예정이다.



국제적 환경규제들은 책임을 '전기전자제품의 최종 생산자'에게 묻는다. 공급망의 환경성을 최종생산자가 관리할 수 밖에 없도록 한 것이다.

현재 삼성전자 (63,000원 ▼100 -0.16%), LG전자 (110,100원 ▲600 +0.55%) 등 한국의 주요 전기전자업체들은 협력업체의 환경경영시스템과 협력업체들이 납품하는 제품의 환경성을 평가하고 관리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에코파트너 인증제도를 통해 공급망 전체에 대한 유해물질 관리, 모니터링 활동을 하고 있다. LG전자도 친환경 인증제(LGE Green Program)를 도입해 공급망 전체의 환경성 개선을 통해 친환경제품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 리스크는 새로운 수익 창출 기회를 만들어준다. 이러한 환경규제의 강화 추세를 기회로, 국내 전기전자산업에서는 다양한 친환경제품과 기술들은 개발하고 있다. 친환경 기판(Green PCB) 개발, 할로겐-프리 메모리 모듈 개발, 제품의 재활용성 개선, 친환경 포장재 개발, 연료전지 개발이 그 성과다.

우리 전기전자산업의 또다른 리스크는 '공정거래' 관행의 강화다. 현재 LCD 패널 가격 담합에 대한 집단소송을 허용해 달라는 고소장이 미국 법원에 접수되어 있다.



이 고소장이 받아들여질 경우 LG필립스LCD, 삼성전자, 샤프, 히타치 등 한국, 일본의 주요 LCD업체에 대한 조사가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판결이 담합으로 결정된다면 국내 LCD업체는 수천억원 대의 과징금을 부과 받게 된다.

삼성전자, 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들은 이미 과거에 미국에서 다섯손가락 안에 드는 상당한 금액의 벌금을 부과 받은 적이 있다. 미국과 유럽은 담합에 대한 규제가 강력해 벌금 부과뿐만 아니라 임원에 대한 구속까지 판결을 내릴 수 있다.

유럽의 경우, 전 세계 매출의 10%에 가까운 금액을 벌금으로 부과하기도 한다. 물론 전기전자 업종에서 담합은 종종 발생하는 현상이다. 전기전자 산업이 발달한 한국과 일본 기업들이 주된 대상이 되는 일이 빈번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러한 리스크는 글로벌 진출과 마케팅을 활발히 하고 명성을 쌓기 위해 막대한 자금을 사용하는 한국의 전기전자기업들에게 중대한 명성의 타격을 준다. 동시에 그 막대한 과징금 규모로 인한 재무적인 피해 또한 상당하다. 기업의 유무형적 자산의 가치를 낮추는 중요한 리스크로 작용한다.

물론 국내에서도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규제와 처벌을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기업들은 한국 내 독과점 및 담합 행위에 대한 비교적 가벼운 처벌규정에 익숙하다.

해외 규제당국 및 경쟁자들은 이런 한국 기업들의 약점을 이용하려들고 있다. 이들이 만들어놓은 '보이지 않는 무역장벽'에 국내기업들이 아직은 완벽히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지 못하기 때문에 이러한 사건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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