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공식 선거운동 돌입 시점 즈음 BBK 정치 공방에 대한 '무대응' 원칙을 세우고 며칠 간 일체의 BBK 논란에 침묵을 지켜왔다. 검찰 수사 결과 발표가 내달 5일께로 예정된 상황에서 '표심'에 영향을 줄 만한 불필요한 논란은 최소화해야 한다는 현실적 이유에서다.
현재 시점에서 볼 때 BBK 사건의 흐름은 한나라당과 이 후보에게 불리한 국면으로 흐르고 있다. 일부 언론은 전날 검찰이 BBK의 진실을 규명할 핵심 쟁점인 한글 이면계약서의 날인 도장에 대해 잠정적으로 '이 후보의 도장'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이 후보가 실제 BBK 명함을 사용했다고 폭로한 이장춘 전 외무부대사도 이 후보 외에 최측근인 김백준씨에게서 똑같은 BBK 명함을 받았다고 추가 폭로하고 나섰다.
여기에다 이 후보의 귀국 시점, 이면계약서 도장의 진위 여부에 한나라당이 내놓았던 매끄럽지 못했던 해명도 '도마'에 올라있는 상태다. 한나라당과 이 후보가 전방위적으로 BBK 의혹의 압박을 받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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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은 결국 이날 BBK 의혹을 집중 보도해 온 특정 방송사를 대상으로 시청거부 운동에 나서기로 했다. 이방호 사무총장은 이날 오후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MBC를 향해 "사기꾼이자 범죄 피의자인 김경준측의 주장을 여과없이 사실인양 보도해 이 후보를 음해하는 일방적인 편파보도를 일삼아 왔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공영방송의 본분을 져버린 MBC에 대해서는 시정요구가 받아들여 지지 않을 경우 항의 집회를 통해 전국민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시청거부 운동을 전개하겠다"며 강력 대응 방침을 밝혔다. BBK 의혹을 캐는 언론들에 경고의 메시지를 던지는 동시에 검찰의 수사 내용 유출에도 강한 불만을 드러냄으로써 위기 국면을 벗어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하지만 BBK 공방에 대한 침묵이 결과적으로 한나라당의 이런 위기를 자초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BBK와 관련된 모든 공방을 중단함으로써 '반론권'을 스스로 포기한 것이 되레 의혹을 확산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한편, 한나라당은 이날 신당 정동영 후보를 비롯한 이른바 신당의 '저격수'들을 겨냥해 공직 진출 저지 관련 입법을 추진키로 하는 등 범여권의 총공세에도 적극 대응키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