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앤앰 인수전,PEF의 '그룹 만들기'실험

더벨 현상경 기자 2007.11.29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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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사모펀드 바이아웃 투자 '종합판'..기업가치 올린 뒤 그룹 형태 매각 가능성

이 기사는 11월29일(11:00)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미디어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씨앤앰 인수전에서 또 하나 주목할만한 점은 국내 사모펀드(PEF)들의 바이아웃(Buy Out)투자 '종합판'에 해당된다는 사실이다.



각국의 방송통신사업자들을 한데 모아 그룹화한 후 이들의 시너지효과를 활용, 기업가치를 올린 뒤 추후 그룹 형태로 매각할 가능성이 제기된다는 것.

씨앤앰의 주요 투자자인 맥쿼리는 이미 수차례 걸쳐 국내 방송통신업체들을 연달아 인수하는 작업을 진행해 왔다. 올 7월에는 행정공제회(700억원)와 국민연금(300억원), 군인공제회(300억원) 등에서 자금을 끌어들여 세운 코리아멀티플렉스인베스트코퍼레이션(KMIC)를 통해 메가박스를 1456억원의 가격에 지분 54%를 사들였다.



이후 메가박스의 2대주주인 영국계 스탠다드차타드은행 계열의 핀벤쳐스의 지분 44.12%도 인수하면서 메가박스의 지분 98.04%까지 확보해놨다. 곧바로 맥쿼리는 메가박스의 대표이사 및 이사 들을 전부 맥쿼리펀드계 인물로 교체하기도 했다.

또 맥쿼리는 AIG-뉴브리지 컨소시엄으로부터 하나로텔레콤 지분을 사들이는데 전력을 다한바도 있다. 사실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될 가능성이 높았지만 AIG 컨소시엄의 '외국계 펀드 먹튀'논란 우려로 아쉽게도 하나로를 놓쳤다.

케이블 방송만 놓고 보면 씨앤앰 이외에도 맥쿼리는 CJ케이블넷의 상환전환우선주 1,625억원어치를 인수하기도 했으며, 해외에서도 호주, 일본 등에서 케이블 TV경영권을 확보했다.


MBK파트너스도 방송통신업계 투자가 매우 활발하다. 국내에서는 올 초에는 농수산홈쇼핑을 인수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또 해외에서는 대만 1위 케이블TV 업체인 차이나 네트워크 시스템(CNS) 인수에도 성공했다. CNS는 씨앤앰과 비슷하게 대만 쿠 가문에서 지분 80%를 보유하고 있는 개인기업으로 독보적인 시장점유율을 보유한 기업이다. 맥쿼리도 이 때 CNS 인수전에 참여했으나 MBK에 밀렸다.

특히 MBK파트너스 내에는 '원류'격인 칼라일에서 해외 방송통신분야 M&A 및 딜소싱 작업 경험이 많은 베테랑급 직원들이 다수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들 상황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양측 모두 방송통신사업에서 보다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며 "단순히 국내업체만을 사들이는 게 아니라 동아시아권을 아우르는 대형그룹을 꿈꾸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달리 말해 각국 사업체들의 컨텐츠를 공유해 동아시아권을 아우르는 광대 미디어그룹 만들기도 가능하다는 것.

특히 이들 사모펀드들이 최근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가격까지 제시하며 방송통신사업에 뛰어드는 데는 이 같은 계획이 깔려있기 때문으로도 볼 수 있다. 당장은 비싼 가격으로 샀지만 미디어그룹으로 발전, 스타TV처럼 동아시아 혹은 전세게 네트워크를 보유하게 되면 매각이전부터 엄청난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계산인셈.

물론 복병이 없지 않다. 국내의 경우만 봐도 기간통신사업자를 외국자본이 사들이는 데 대한 정부의 승인여부와 '외국계 자본'에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부정적인 인식과 먹튀 논란이 그것이다.

당장 씨앤앰의 경우만 봐도 맥쿼리측의 가장 큰 우려가 행여 '외국자본'으로 낙인찍혀 행여 지분인수가 승인을 받지 못할까 하는 점이다.

다행히 골드만삭스로부터 사들인 30% 지분은 최근 정보통신부가 통신사업 관련 인수합병(M&A)에 대한 공익성 심사를 강화하는 고시(告示) 개정안을 마련하면서 이를 승인해줬다.

그러나 이민주 회장측 지분까지 사들일 때는 얘기가 달라진다. 당시 정통부는 골드만삭스 지분인수에 대해 "주식인수에 대한 경영권 변동이 수반되지 않았고 기간통신사업자인 씨앤앰의 사업운용능력 적정성, 이용자 보호에 문제가 없었다"고 인가이유를 밝혔다. 경영권이 넘어갈 때는 얘기가 달라진다는 의미인 셈.

실제로 하나로텔레콤 인수전때만 해도 결국 AIG 컨소시엄이 SK텔레콤을 선택한 이유가 맥쿼리가 보유한 위험요소 때문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이들은 이런 논리에 대해 강하게 반박하고 있다. 맥쿼리펀드(MKOF)는 금융감독원에 등록된 엄연한 국내 PEF인데다 자금 90%이상이 대부분이 국내 은행 등에서 제공했다는 점 등이 이유다.

하지만 인수동반자인 MBK파트너스의 경우 참여자금의 상당수가 캐나다 연기금 등 외국계 투자자(LP)로 구성돼 있다는 점이 문제다.

업계 관계자는 "이 같은 맥쿼리, MBK의 구상이 성공한다면 좋은 트랙레코드가 남겠지만 실현하는 데 어려움이 매우 많다"며 "만일 구상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양측이 그간 사들인 업체가 예상보다 먼저 시장에 매물로 나올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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