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님의 조카 회사니 덮어두시게나"

이해익 리즈경영컨설팅 대표 2007.11.28 12:46
글자크기

[CEO에세이]창조적 기업문화 좀먹는 '족벌하청'

대기업 근무 3년차의 엘리트 사원 김대리는 각오를 단단히 하고 팀장에게 입을 열었다.

“팀장님, 이번에는 X부품의 납품을 A기업으로 바꿔야 되겠습니다. 그동안 항상 골치꺼리가 아니었습니까? A기업의 부품은 품질과 가격 모든 면에서 최상이라는 조사결과가 나왔습니다. 팀장님, 이번에 상부의 결재를 받아 나가셨으면 합니다. 저도 힘껏 뛰겠습니다.”
 
하지만 팀장은 입맛을 다시며 난색을 표했다. “김대리, 자네의 충정은 잘 알겠네. 하지만 지금까지 납품하는 업체의 사장은 창업자 전 회장님의 조카라는 것쯤은 알고 있지 않나? 음, 음, 그런대로 덮어두게나.”
 
오랜 전부터 있음직한 팀장과 젊은 사원이 나누는 대화의 한 장면이다. 요즘 젊은이들은 아예 부딪히지도 않는 것 같다. 모두 눈치가 빠르고 세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사실 한국의 대기업에서 족벌기업에 하도급을 몰아주는 것 이른바 ‘족벌하청’에 대해 왠만한 월급쟁이 CEO도 가타부타할 처지가 못되는 게 현실이다.

주요부문의 하청업체 선정권은 사실 오너의 것이다. 그래서 젊은 직원들을 향해 창조적이고 도전적이 되라고 떠드느것이 허황스럽게 느껴질 때가 많다. 요소요소에 도저히 풀어나갈 수 없는 함정이나 지뢰밭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부당한 지원행위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위반
 
창조와 도전은 순전히 언론용이고 대외선전용일 때가 많다. 젊은이들은 묵묵히 고개 숙인 채 일하는 척하고 있을 뿐이다. 윤리경영을 직원들에게 외치면서 회사 차원에서는 투명경영을 하지 않은 경우도 왕왕 있다. 비자금, 분식회계 등으로 매번 검찰에 오가는 대기업의 CEO들을 보면 젊은이들을 보기에 민망스럽기까지 하다.
 
얼마 전 모 일간지에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시정명령을 받은 사실의 공표’라는 5단통 광고가 눈에 띄었다. 조선업체, 자동차, 반도체, 증권, 건설 회사 등 한국의 내노라하는 기업 대표명의로 국민에게 공개사과하는 절차를 밟은 것이었다.

채권과 주식의 고가 또는 저가 매입, 선급금명목으로 무이자 자금, 지체이자를 청구하지 않는 방법 등으로 계열사나 친족 독립경영회사에 대한 ‘부당한 지원행위’로 법을 위반하였다는 내용이었다.
 
그것도 8~9년 전 위반 행위 시정명령에 대해 최근에야 사과 광고를 낸 것이다. 정부당국과 몇 년 을 끌면서 입씨름을 한 대기업들이 새삼 거대해 보았다. 반면에 정부는 초라하게 느껴졌다. ‘물량 몰아주기’ 등은 사실 어제만의 일이 아니다.



최근 한국의 대표적 자동차 그룹이 ‘물량 몰아주기’ 수법으로 계열사에 부당지원한 사실이 적발되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600억 원이 넘은 거액의 과징금을 부과 받았다. 물량 몰아주기는 물론 재료비 인상 명목의 지원에서부터 납품대금 결제방식 변경, 고가의 수의 계약 등 다양한 방식을 동원해 계열사를 지원했다. 거래규모는 무려 3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드러났다.
 
◆PC에 ‘인텔인사이드’ 처럼 토요타는 ‘덴소 인사이드’
 
자체 경쟁력이 아닌 재벌그룹 소속 계열사라는 이유만으로 기업의 성패가 결정되는 시장왜곡 행위는 당연히 근절되어야 한다. 또 계열사나 족벌회사가 아닌 협력업체와도 건강한 관계 정립이 필수적이다. 그래야 ‘시장’이 원만하게 작동한다. 토요타 렉서스의 요시다 모리타카 수석 엔지니어는 부품업체와의 관례를 이렇게 정리했다.
 
“부품업체에 1000엔짜리 부품을 800엔에 만들어 오라고 말하는 것은 원가절감이 아니다. 적정댓가를 주고 부품수를 줄일 수 있는 연구를 해야 한다. 안 그러면 부품업체 이익을 완성차 회사가 빼앗는 것이다.”
 
오늘의 토요타가 우뚝 선 배경에는 덴소 라는 세계최고의 자동차 부품 기업이 자리하고 있다. GM의 델파이, 포드의 비스테온, 독일의 보쉬와 같은 토요타의 부품기업이다. 토요타에서 생산하는 자동차를 뜯어보면 덴소부품 비율이 20%이상이다. PC에 ‘인텔 인사이드’마크가 붙어 있는 것처럼 도요타 차에는 ‘덴소 인사이드’마크를 붙일 만하다.
 
덴소의 2003년 매출을 보면 토요타 비중은 49.8%다. 나머지는 토요타의 경쟁사다. 혼다 8.3%, 스즈키 3.5%, 미츠비시 2.9%다. 미국 `빅3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