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포인트]정치인·기관의 고민

머니투데이 이학렬 기자 2007.11.28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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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선반영, 증시 탄력 둔화…기관, 반등이후 주도주 고민中

주식시장은 정치인을 싫어한다. 보통 그랬다. 정치인이 주식시장에 대해 왈가왈부하거나 기웃거리면 주식시장은 좋지 않은 반응을 보였다. 정치인과 주식시장은 악연이다. 온 나라를 시끄럽게 하는 'BBK' 의혹만 해도 그렇지 않은가.

지난 8월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대선후보가 증권선물거래소를 깜짝 방문했다. 그가 방문한 9일 지수는 0.28% 상승한 채로 마감했지만 장중 한때 0.21% 하락했고 음봉(종가가 시가보다 낮은 것)으로 마무리됐다. 그리고 그날이 우연하게도 단기 고점이었다. 정 후보의 방문 4거래일후인 16일 코스피지수는 사상 최고의 낙폭으로 급락했다.



28일 좀 어설프긴 했지만 이회창 무소속 대선후보가 주식시장을 찾았다. 그와 때를 같이한 것인지 몰라도 공교롭게도 지수는 하락반전했다. 이후 코스피지수는 상승반전했지만 반등강도가 약해지면서 혼조세를 보이고 있다.

시장이 강한 상승세에서 한걸음 물러난 것은 단기급등에 따른 부담감 때문이다. 26일 사상 2번째 상승폭과 전날 큰 낙폭을 줄여서 상승마감한 것이 부담이다. 뉴욕증시가 급등했음에도 불구하고 상승폭이 축소된 것은 전날 이를 반영됐기 때문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기관투자가들이 한번쯤 털어내고 가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것이 강도를 낮추고 있다.



이날 기관투자가는 2741억원의 순매도를 기록중이다. 특히 비차익 프로그램이 1273억원의 매도 우위를 보이고 있는 것이 부담이다. 서동필 하나대투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외국인이 주식을 사냐 안사냐보다는 국내 기관투자가들이 사냐 안사냐가 지수방향에 더 중요하다"며 "기관투자가의 비차익 매도가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기관투자가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것은 '시장이 바뀌는 것이 아닌가?'라는 고민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낙폭 과대주를 중심으로 이틀간 반등했지만 절반도 회복하지 못한 상황이다. 아직 반등 여력은 충분한 셈이다. 하지만 반등이 완료된 이후 무엇을 사야 하는지에 대해 기관투자가들은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굿모닝신한증권에 따르면 국내주식형 펀드 설정액은 지난 9일부터 26일까지 12일 연속 증가했다. 규모는 3조4145억원에 달한다. 그러나 같은 기간 투신업계가 코스피시장에서 사들인 주식은 2조9529억원에 불과하다. 4000억원의 자금은 이같은 고민의 산물인 셈이다.


김영일 한화투신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신흥시장 모멘텀이 약화된 만큼 시장에 대해서는 보수적으로 돌아섰다"며 "반등 이후 어떤 업종이 주도주가 될 것인가에 대해 고민중"이라고 말했다. 최근들어 IT, 자동차, 금융 등 소외주에 대한 기관투자가들의 관심이 부쩍 늘어난 것은 향후 시장의 변화 가능성을 가늠하게 한다.

정치인의 주식시장 방문과 주식시장의 반응의 상관관계를 찾으려는 시도는 사실 무의미할 것이다. 하지만 정치인이 주식시장을 찾은 이유와 기관투자가의 고민의 크기는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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