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장전]100弗유가, 증시 살리다

머니투데이 이학렬 기자 2007.11.28 08:41
글자크기

오일머니 유동성 공급 美증시 반등 긍정적

100달러 유가가 아이러니하게 주식시장을 살렸다.

뉴욕증시가 아부다비투자청(ADIA)의 씨티그룹 투자로 반등에 나섰다. 그에 앞서 전날 코스피지수도 주섬주섬 반등을 이어갔다.

글로벌 증시 급락의 1차 원인이었던 뉴욕 증시가 안정을 찾을 수 있을 지 아직 미지수지만 적어도 오일 머니가 구원투수로 나선 것은 긍정적이다. 연방준비은행(FRB)의 금리인하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생각했던 투자자들은 또 다른 해결책을 반길 수 밖에 없다.



국제 원자재 가격 급등 및 미국의 대규모 경상수지적자의 지속으로 개도국들의 외환보유액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국채 위주의 운용에서 벗어나 고수익 위험자산에 투자하려는 국부펀드가 늘고 있다. 특히 ADIA처럼 고유가로 풍부해진 중동의 오일 머니를 기반으로 하는 국부펀드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전날 두바이 국부펀드 두바이인터내셔널캐피털(DIC)이 소니 지분을 인수했다는 것도 눈에 들어오는 뉴스다. 이밖에 올해들어 전세계 상위 20위 국부펀드는 바클레이스, 도이치뱅크, HSBC 등에 약 260억달러를 투자했다.



국부펀드의 자산규모는 2조달러를 넘어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전세계 헤지펀드 규모보다 크다. 국부펀드는 대부분 중동 국가를 중심으로 한 개도국들이지만 최근에는 막대한 외환보유액을 바탕으로 일본에서도 국부펀드 설립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이정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오일 머니를 바탕으로 한 국부펀드는 적극적인 투자활동을 펼치고 있어 성장세 뿐만 아니라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ADIA의 경우 주식투자 비중이 최대 60%로 미국의 일반적인 펀드의 주식투자비중보다 높다.

이 연구원은 "모기지 부실로 신용경색 우려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적극적인 투자자로 변모하고 있는 국부펀드는 유동성 리스크에 대한 구원투수 역할을 해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승훈 대신증권 연구원은 "ADIA의 씨티그룹 투자는 올해들어 두드러지고 있는 오일머니의 금융기업 공략의 연장선"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씨티그룹의 주가가 경기침체기인 2002년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매력이 투자를 결정하는 유인으로 작용했다"고 덧붙였다.

모기지 부실이 언제까지, 금융기관의 모기지 관련 추가 상각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없다. 대신증권은 총 손실 규모를 2460억달러로 추정했다. 총모기지론에서 서브프라임 규모를 산정한 후 18%의 연체율을 적용해 해당자산이 100% 디폴트될 것을 가정하에 산정된 수치다.



오 연구원은 "주식시장이 작용과 반작용, 쏠림과 균형을 반복한다는 측면에서 투자자들의 시각이 너무 한쪽으로 쏠리고 있지는 않은지 씨티그룹 주가와 이에 투자하는 오일머니를 보고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변동성이 높아지면서 하루하루 예측하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현물시장에서야 버틸 수 있는 여력이 많지만 선물시장 등 파생상품시장에서는 하루 아침에 시장을 떠나야하는 경우도 생긴다. 단기적으로 시장에 대응하다가는 낭패보기 일쑤다. 좀 더 길게, 여유를 가질 필요가 있다. ADIA가 투자한 씨티그룹 전환사채(CB)의 전환기간은 2010년 3월부터다. 그 사이 11%의 이자도 가능하지만 대박은 2년이상 기다려야 하는 것이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