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위 '위기설'이 시작된지 1년여가 지나가는 지금, 삼성전자의 모습은 어떨까. 실적악화의 주범으로 몰렸던 반도체는 오히려 경쟁업체와의 차별성이 부각되고 있다. LCD는 업황 호조와 맞물려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 중이다. TV는 세계 1위를 확고히 지키고 있다. 게다가 프린터 등 신수종 사업들도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지만 오히려 오뚜기처럼 일어섰다는 평가다.
#2. D램 업계 5위 마이크론 1억6000만 달러 영업적자. 업계 6위 난야 6600만달러 영업적자. 7위 프로모스 9000억달러 영업적자. 8위 파워칩 1억 달러 영업적자. 지난 3분기 세계 주요 D램 업체들의 영업 성적표다.
마치 90년대초 처럼 악조건 속에서 삼성전자가 이처럼 선전할 수 있는 비결은 뭘까. 전문가들은 '제품·기술·시장 차별화'라는 3대 요소가 만들어낸 결과라고 평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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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삼성전자는 D램 중에서도 고부가가치 제품인 모바일 D램, 그래픽 D램의 비중이 높다. 전체의 30~40% 정도가 이같은 제품들이다. PC용 범용 D램 가격이 하락하는 속에서도 다른 업체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성을 올릴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삼성전자의 D램 평균 판매가격은 3.37달러(2분기 기준, 아이서플라이 자료)로 업계 1위다.
이와함께 비메모리 제품도 함께 생산하는 메모리와 비메모리 동반 성장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도 삼성전자의 수익성 유지에 도움을 주고 있다. 삼성전자는 D램, S램,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가 수년째 1위를 지키고 있고 이와함께 디스플레이구동칩, 내비게이션 AP, 휴대폰용 스마트카드, MP3용 SoC 등 비메모리 제품도 4개 분야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제품 포트폴리오의 차이와 함께 기술 선도력도 삼성전자의 차별점이다. 경쟁사들이 빠른 속도로 쫓아오고 있지만 삼성전자는 여전히 6~12개월 정도의 기술격차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3월초 세계 최초로 60나노급 1Gb D램 양산을 시작했고 4월말에는 50나노급 1Gb 낸드플래시 양산에도 돌입했다.
60나노가 80나노에 비해 생산성이 40% 정도 높고 하이닉스를 제외한 경쟁사들이 아직도 70~80나노급 공정으로 D램을 양산하고 있다는 점에 비교하면 경쟁력 차이를 가늠할 수 있다.
이와함께 시장차별화도 삼성전자의 강점이라는 평가다. D램 주력제품이 512메가에서 1Gb로 전환되는 가운데 삼성전자는 1Gb 제품비중을 꾸준히 늘려 연말이면 30~40% 수준에 달할 전망이다. 1Gb D램은 512메가 D램에 비해 가격이 두배 정도 비싸다.
현대증권 김장열 연구원은 "삼성전자를 제외한 경쟁업체들이 투자를 줄일 조짐을 보이고 있고 공정전환 속도도 뒤쳐지고 있다"며 "이 때문에 지난해 중반 이후 좁혀지기 시작했던 삼성전자와 경쟁업체들간의 격차가 다시 벌어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당장 가시적으로 보여지지는 않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삼성전자의 경쟁력 차별화가 부각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