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MS 누르는게 제일 두려워"

머니투데이 김희정 기자 2007.11.26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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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컴 SW사업본부 이호욱 상무, "'먹거리' 늘릴 것"

한글과컴퓨터 (22,150원 ▲650 +3.02%)(이하 한컴)에게 '아래아한글'은 충실한 캐시카우이자 족쇄이기도 하다. 아래아한글은 지금의 한컴을 있게 한 근원으로 전체 소프트웨어(SW) 매출의 75%를 차지하고 있다. 거꾸로 얘기하면 그만큼 제품군이 다양하지 못하고, 급변하는 SW시장에서 취약할 수 있다는 뜻이다.

최근 이런 한컴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상반기 김수진 전무의 진두지휘 아래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마무리 한데 이어, 지난 10월에는 다국적 SW기업 코렐과 국내 독점총판 계약을 체결하고 유통사업에 뛰어들었다. 보안 SW기업 '잉카인터넷'과의 제휴설도 돌았다.



사업 영역과 SW 제품군 다양화 움직임 뒤에는 SW사업본부 이호욱 상무가 있다. 26일 서울 삼성동 인터콘티넨털호텔에서 코렐 제품 설명회가 끝난 후 이 상무를 만났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이하 한국MS)에서 지난 4월 한컴으로 합류한 이 상무가 밝힌 '적'은 뜻밖에도 MS가 아니라 구글이었다.

이 상무는 "이제 기업이나 개인 사용자들이 더 이상 텍스트 위주의 문서작업을 하지 않는다. 모든 보고서가 사진, 영상, 음향을 가미하기 쉬운 파워포인트 등으로 작업되고 있다. 이때문에 향후 온라인 오피스에 집중하고 단품 판매에서 벗어나 서비스 위주(SaaS, Software as a Service)로 갈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실제로 한컴오피스의 다음 버전은 웹기반의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두 가지 제품 모델로 출시될 계획이다.

하지만 사용자 환경이 온라인 중심으로 변모하는게 반가울 수 많은 없다. 이 상무는 SaaS 체제로 SW시장이 재편될 경우, 한컴 같은 기존 SW 개발사들이 구글이나 네이버 같은 포털의 '무료' 공세를 당해낼 제간이 없다는 점에 강한 우려를 드러냈다.

이 상무는 "구글이나 네이버 등 거대 포털이 오피스 제품이나 보안 등 SW를 서비스화해 무료로 제공하고 MS가 이를 따라간다면 중소 SW개발사들은 한마디로 '쓰나미'를 맞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 상무는 "현재 한컴의 영업이익률은 MS의 32~34% 수준과 비슷하다. 하지만 오피스 제품에 지나치게 치우쳐 있는데다 한번 SW를 구입하면 교체시기가 길어 고객들과 다시 접촉할 기회가 없는 것이 문제"라고 진단했다.

그는 "자체 개발도 중요하지만, 물건이 없으면 남의 제품을 빌려서라도(제휴를 통한 총판) 라인업을 갖춰놔야 한다. 제휴가 원활치 않으면 M&A를 통해 없는 물건을 갖고있는 회사라도 인수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런 전략의 일환으로 한컴은 이미 보안SW 개발사 잉카인터넷과 지분 제휴를 추진 중이다. 안철수연구소 (59,800원 ▼300 -0.50%)에도 손을 내밀었지만 답변은 신통치 않았다.

소규모 SW업체들이 난립한 국내 시장에서 유통, 제휴를 통해 오피스, 그래픽, 보안 SW로 품목을 확대해 매출 1000억원은 넘겨야 경쟁에서 견딜만한 내성을 갖출 수 있다는 게 이 상무의 생각이다.

이 상무는 "개별 애플리케이션 제품이 아니라 솔루션회사로 거듭나려면 제품군을 갖추고, 그에 맞는 구조로 바꿔야 한다"며 "향후 프라임 그룹 내 IT회사(프라임정보통신) 등과 협력을 강화하고 유통업체 진출한 만큼 지분제휴를 통해 판매망도 넓혀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필요하다면, 백종진 사장이 사이버패스를 인수한 것과는 별도로 한컴이 추가적으로 M&A를 실시하겠다는 방침이다.

아직 시간이 걸리겠지만 모바일 환경에서의 SW시장도 놓칠 수 없다. 한컴은 오픈소스 기반의 리눅스 OS(운영체제)를 모바일로 구현하고, '씽크프리' 웹오피스 역시 모바일 환경에 맞게 개발 중이다.

한편 이호욱 상무는 지난 2004년 한국어도비시스템즈 대표를 거쳐 2006년 1월 한국MS에서 정보근로자(Informaion Worker) 이사로 오피스SW 마케팅을 총괄한 바 있다. 이 상무의 한컴 영입에는 어도비에서 연을 맺은 김수진 한컴 전무의 '러브콜'이 작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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