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와건강]겨울엔 골프를 접는다?

정광암 힘찬병원 정형외과 과장 2007.11.23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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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첫눈이 내렸다. 그러나 골프 마니아들은 추위에도 아랑곳없이 주말마다 필드로 향한다. 평소에는 입지도 않는 내복을 껴입고, 두터운 양말에 장갑에 귀마개와 털모자까지, 그야말로 중무장한 채 필드로 나선다.

사실 필 미켈슨 같은 유명 프로 골퍼도 시즌이 끝나면 골프 클럽을 창고에 넣고 기초 체력 훈련 외에는 가족과 시간을 보낸다고 한다. 그에 비하면 우리나라 주말 골퍼들의 열정은 정말이지 대단하다. 심지어 좀더 따뜻한 제주도나 중국, 동남아로 원정 골프를 떠나는 바람에 그 지역에서는 겨울 시즌 특수가 생길 정도.



겨울이라고 해서 골프를 포기할 수 없다면, 필드에 나가기 전 단단히 준비하자. 단순히 옷이나 보호 장비로 보온에만 신경 쓸 게 아니라, 실제로 몸을 덥히는 워밍업이 필요하다. 겨울에는 그린이 얼어붙는 만큼 우리 몸도 경직되기 때문에, 자칫하다간 큰 부상을 당할 수 있다.

복장을 모두 갖춘 후에는 가볍게 땀이 날 정도로 준비운동과 연습 스윙을 해서 몸을 풀어준다. 먼저 심장에서 먼 곳부터 가까운 순서대로, 발, 다리, 무릎, 손목, 팔, 목, 어깨, 허리 등의 관절을 풀어주고, 근육과 힘줄은 스트레칭을 통해 충분히 이완시켜 준다.



그런 다음 제자리에서 숨이 살짝 찰 때까지 가볍게 뛰면서 심폐기능을 활성화시킨다. 기온이 떨어지면 심근경색이나 협심증 등의 심혈관계 질환 발병 위험이 높아지므로, 평소 심장에 문제가 있거나 고혈압인 사람, 중년 이후의 골퍼들은 반드시 심폐 운동을 한 다음 필드에 나가야 한다.

필드에서는 스윙뿐만 아니라 이동 중에도 예기치 않은 부상에 주의해야 한다. 얼어있는 그린을 평소처럼 과감히 공략하다가 손목이나 팔꿈치, 어깨, 갈비뼈 등에 부상을 당하는 일도 많지만, 경사진 페어웨이나 그린에서 미끄러져 낙상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따라서 미스샷으로 볼을 놓쳤다 하더라도 무리해서 결빙지역을 헤매는 것은 삼간다.

만약 넘어진 후 관절이 붓고 열감이 있다면 즉시 경기를 중단하고 냉찜질을 통해 염증이 확산되지 않도록 해준다. 어느 정도 휴식을 취한 후에도 통증이 지속된다면 반드시 정형외과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아보아야 한다.


특히 시니어 골퍼들은 낙상 시 엉덩이 관절, 즉 고관절이 골절되는 심각한 부상을 당할 수 있으므로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 노화로 뼈가 약해진데다 그린까지 딱딱해져 있기 때문에, 살짝만 넘어져도 체중이 실리는 허벅지 뼈 위쪽 끝 부분이 부러질 수 있다. 특별한 외상이 없더라도 고관절 쪽의 통증이 심하고 잘 걸을 수 없거나 다친 부위에 출혈이 있다면, 즉시 응급실을 찾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겨울 골프에 임하기 전에 한 가지만 기억하자. 골프는 즐기는 것이다. 승부도 중요하지만 스코어에 집착하다 보면, 골프의 묘미는 저 멀리 달아나고 부상이라는 탐탁지 않은 손님이 찾아온다. 그린은 차가워도 몸은 따뜻하게, 마음은 온화하게 유지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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