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교육부, '수능등급제' 혼란 책임

머니투데이 최중혁 기자 2007.11.22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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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교육부, '수능등급제' 혼란 책임


"지나가는 똥개도 알 일을 교육부는 왜 몰랐답니까?"

고3 수험생 자녀를 둔 한 학부모의 말이다.

올해 처음 도입되는 '수능 등급제'를 두고 여론이 부글부글 끓고 있다. 요점은 "이미 예고된 혼란에 대해 교육부가 손을 놓고 있었다"는 것.



지난 2004년 교육부는 내신(학생종합기록부)을 강화하기 위해 '수능 등급제'를 도입했다. 수능의 위상을 '자격시험' 정도로 떨어뜨려 학교수업의 정상화를 유도하겠다는 의도였다.

그러나 이 좋은 의도가 일선 교육현장에서는 꼬여서 나타났다. 다른 학교에 뒤지지 않기 위해 '내신 퍼주기' 현상이 나타났고, 대학들은 내신에 변별력이 없다며 다시 논술과 수능에 주목했다.



교육부와 대학이 티격태격하는 동안 '모르모트'가 된 1989년생 고3 수험생들은 1학년 때는 내신, 2학년 때는 논술, 3학년 때는 다시 수능에 '올인'하는 혼란을 겪어야 했다.

수능 위상을 떨어뜨리려 했지만 돌고 돌아 오히려 위상이 강화돼 버린 것. 게다가 입시설명회마다 '논술 파괴력을 주목하라'고 외치자 너도나도 논술학원을 찾느라 분주하다.

수능 등급제 자체에 대한 문제지적도 많다. 총점이 10점 이상 높아도 등급이 밀리는 기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등급제 폐지론은 물론이고 '차라리 본고사를 도입하라'는 비아냥까지 나오고 있다.

입시전문기관 한 관계자는 "이미 예고된 혼란이었고 계속 문제가 제기돼 왔지만, 발등에 불이 떨어지지 않아 미뤄져 오다 이제서야 불만이 폭발한 것"이라며 교육부 책임이 크다고 지적했다.

모 사립대 입학처 관계자도 "제도 변경을 3년 후부터 적용한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매년 수시로 제도와 지침을 바꾸기 때문에 입학 기준조차 잡기가 어렵다"며 "교육부를 해체해야 한다는 대선공약에 공감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정부는 "언론이 정책을 흔들고 있다"며 다시 언론에 화살을 돌렸다.

지난 21일 정부정책을 홍보하는 국정브리핑 홈페이지에는 "정치적 의도를 가진 (언론의) 이중 플레이야말로 우리나라 교육정책의 최대의 장애물이자 적"이라는 글이 올라왔다.

이런 생각에 십분 동조하더라도 수십년째 반복되는 '저주받은 학번'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5년 동안 교육제도 절대 안바꾼다는 사람 나오면 무조건 대통령 찍어준다"는 말을 교육부는 곱씹어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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