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기업사냥꾼...투자1번지 충북"

대담=홍찬선 경제부장, 정리=최태영 기자 2007.11.26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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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투초대석]정우택 충북지사…취임 16개월만에 13조 투자유치

충북은 광복 이후 전통적인 농업도(道)였다. 유일하게 해안이 없는 내륙의 대표적인 낙후지역이었다. 1960-70년대 해안 중심의 압축 성장 개발 축에서 충북은 철저히 소외됐다. 이는 정부 정책의 수혜를 받지 못하는 결과를 낳았다.

“서울에서 경부축을 중심으로 내려가다 보면 기업들이 대부분 우회전(?)을 했다. 아산만을 비롯한 서해안으로 빠지기 위해서다. 좌회전 해야 하는 충북은 전혀 주목받지 못한 지역이었다”(노화욱 충북 정무부지사)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그런 충북이 최근 주목받고 있다. 경제축에서 관심을 끌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경기도와 충북 청주시가 자치단체간 사활을 건 하이닉스 반도체 유치전에서 승리하면서부터. 하지만 당시만 해도 국가균형발전정책에 따라 수도권 규제로 인한 반사이익으로 대어를 낚았다는 정도로 치부됐다. 여전히 국가발전의 중심축이 아니라는 인식이 깔려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황은 달라졌다. ‘충북 뉴딜플랜’이라 할 만큼 불과 16개월여 만에 13조원을 넘는 투자유치 실적을 올렸다. 지난해 7월 정우택 지사 취임 이후 내건 ‘경제특별도 충북’이 그 중심에 있다. ‘투자 1번지→BUY 충북’을 내걸면서 적극적인 세일즈 활동으로 국내.외 대규모 신규 투자사업을 유치했다.



경제부지사 제도도 도입했다. 투자유치단을 신설하고 그동안 없던 서울투자사무소도 개소했다. 공무원들은 기업 사냥꾼이 됐다. 정 지사는 성취의 공로를 공무원에게 돌렸다. “요즘 공무원들 눈에 핏발이 서 있다”고 했다. 공무원이 충북을 바꿨다는 것이다.

그럼 공무원을 바꾼 것은 무엇인가. 정 지사는 “공무원들에 대한 교육이 (경제)마인드를 바꿨다”고 했다. 도지사가 한 일은 “목표를 세우고 이를 향해 밀어붙인 것이 전부”라고 했다. 이처럼 급변하는 동안 도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충북도청 지사집무실에서 만나 들어봤다.

-충북이 급변하고 있습니다. 도에 대한 기업 등 외부의 시각은 어떻습니까.


▶국토의 중심이 변하고 있습니다. 4개의 국토 종단과 3개의 횡단 고속도로가 있습니다. 2010년에는 KTX 오송역도 개통합니다. 경부.호남고속철 및 충북선을 연결하는 X자형 철도망이 구축되며, 청주국제공항도 있습니다. 국가교통망의 중심이 되고 있습니다. 기업하기 좋은 곳으로 어느 지역보다 호기를 맞고 있습니다. 오송생명과학단지내 외국인투자지역에 대해 세계적인 바이오기업들이 투자의향을 속속 타진해 오고 있습니다.

-지난해 취임 이후 늘 ‘경제특별도호(號)’를 외치셨는데.

▶한마디로 ‘잘사는 충북을 건설하자’는 것입니다. 경제활동 여건을 개선하고 기업인을 우대해 최적의 투자환경을 만들면 되지 않겠습니까. 작년에 취임 직후 선포한 뒤 4개월여 지나 여론 조사 해보니 도민의 24%만 경제특별도를 들어봤다고 하더군요. 딱 1년이 지난 올 10월쯤 다시 조사해보니 지금은 76%가 알고 있답니다. 150만 도민에게 자긍심을 높여주는 동기를 부여하자는 게 성공한 셈이죠.

-늘 정부 정책으로부터 소외돼 왔다는 인식이 있는데, 최근 투자유치의 원동력은

▶우선 공무원들에 대한 교육이 큰 효과를 본 것 같습니다. 총 23명으로 구성된 투자유치팀을 신설하는 등 효율적인 조직개편도 힘이 됐습니다. 공무원들은 단 1개의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해당 업체를 100번이나 찾아가기도 했습니다. 내년에 이런 일화를 모아 ‘에피소드집’도 발간할 예정입니다. 국가교통망의 인프라 구축은 물론 바이오산업에 일찍 눈을 뜬 것도 한몫 했습니다.

-공무원에 대한 교육은 어떻게 진행하시는지.

▶흔히 ‘공무원’ 하면 생산적 활동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죠. 이를 어떻게 경제마인드로 바꿔주느냐 하는 게 관건이었습니다. 작년 취임 이후 곧바로 도청 전직원에 대한 경제교육을 실시했습니다. 올해부터 민간에 위탁해 월 1회 운영하던 ‘청풍아카데미’를 내년부터 매주 목요일 오후 2시간씩 하기로 했습니다. 저도 직접 노트를 들고 메모하며 공부하기로 했습니다.

-직원들이 업무에다 교육 등 과중하다는 불만은 없습니까.

▶아직 없습니다. 경제전문가를 통해 엑기스를 뽑아낸다면 강사료도 아깝지 않다고 봅니다. 공무원들이 생산적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줘야 하는 게 지사의 리더십이라고 판단했죠.

-그것이 지사님의 도정 철학이신가요.

▶그렇습니다. 그동안 내부의 행정관료 출신 지사들이 많이 배출됐습니다. 따라서 생산적 활동을 하는 분위기가 쉽지 않았겠죠. 이 같은 마인드를 상명하달식 조직문화가 아닌 자율적이며 창의적이고 생산적인 방향으로 바꿔줘야 하는 게 제 임무이자 도정 운영방식입니다.

-전국 최고의 투자유치 실적 달성에는 사실상 하이닉스 유치가 큰 몫을 했죠.

▶천운(天運)도 있었습니다. 삼익공장 부지 매각이 수차례 유찰되고 있었죠. 또 당시 경기지역 투자를 고수하던 하이닉스 사장이 사의를 표명했습니다. 이 두 가지 모두 시간적 기회가 맞아 떨어졌죠. 제가 아는 지인들을 최대한 동원하기도 했습니다.(이후 하이닉스 청주 증설공장 기공식장에 참석한 경기도 모 인사가 “정 지사의 인맥에 졌다”고 귀띔하기도 했다고 한다)

-기업유치를 위한 인센티브 등 정부의 지원 수준은 어떤지.

▶금융지원을 더 늘려야 합니다. 기업이전을 위해 법인세의 과감한 경감 등 세금제도의 보완도 필요하죠. 특히 산업단지 개발을 위해 가장 중요한 땅값이 너무 올랐습니다. 현 정부의 국토균형발전정책이 전국토의 ‘투기장화’를 만드는 것 같습니다. 다만 싼 값의 땅을 갖고 있다는 것이 충북이 갖고 있는 경쟁력이죠.

-2010년쯤 도민 1인당 소득 3만1000달러를 목표로 내세웠는데.

▶저에겐 지도자의 패러다임이 있습니다. 우선 비전과 희망을 제시하고, 그에 대한 전략의 공감대 형성 및 목표달성을 위해 조직의 힘을 모으고 극대화하는 것입니다. 현 추세라면 내년 7월 이전에 14조2000억원의 투자유치도 달성할 수 있습니다. 연평균 경제 성장률이 전국 평균의 1.2배 수준을 유지한다면 어렵지 않다고 봅니다.

-울산은 이미 2005년 3만달러를 달성했는데.

▶거제도 모델도 있습니다. 조선소 2개만으로 이미 3만달러를 달성했습니다. 현재 우리는 기업유치를 통한 부의 창출 모델을 찾고 있습니다. 굳이 외국이 아니더라도 울산이나 거제도처럼 할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 각 지역별 거점 산업 육성을 위한 전략도 수립, 추진 중입니다.

-최근 투자유치를 위해 관심을 갖는 부분은.

▶세계무역센터(WTC) 유치에 현재 인천 청라와 전남 여수가 관심을 갖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도 할 수 있습니다. 최근 직접 WTC 총재를 만나 바이오산업의 메카로 뜨는 오송 등에 대한 투자유치 상담도 했습니다. 또 여러 기업들과 투자유치를 위한 물밑 접촉도 시도하고 있습니다.

-기업유치도 좋지만 충북 입장에서는 한.미 FTA 체결 이후 농업의 경쟁력 제고가 더욱 시급한 것 아닙니까.

▶‘경제특별도’, ‘교육강도(强道)’와 함께 ‘농업명품도’ 역시 제가 직접 작명했습니다. 최근 도내 농촌지도자 대표들을 프랑스, 스위스 등에 보냈습니다. 다녀온 뒤 한 인사가 “선진국 농촌도 어렵다.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용기가 생겼다”고 전해왔습니다. 자신감을 얻은 거죠. 현재 쌀, 한우, 고추 등 5개 품목을 전략농산물로 선정, 세부실천 방안을 세우고 수출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요즘 “가장 신바람 나는 부서가 농정본부”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업무에 푹 빠져 있습니다.

-‘정관정요(貞觀政要)’를 즐겨 읽으신다는데, 이는 치세술 아닙니까. 경제마인드와는 색깔이 다른 듯 한데요.

▶도내 시.군 등을 포함해 총 1만2000명의 공무원이 있습니다. 리더십 발휘를 위해서 기업이든 정부부처 등 책임자들은 반드시 읽어볼 만하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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