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등급제, 대학·학생·교사 괴로워"

머니투데이 최중혁 기자 2007.11.22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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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말고사ㆍ논술 준비가 먼저...입시전략은 성적 나온 뒤"

올 대학입시에서 수능 등급제가 처음 도입되면서 학생과 학부모들은 물론이고 대학과 진학 교사들도 모두 혼란에 빠진 모습이다.

학생들은 지푸라기라도 잡으려는 심정으로 다시 사설학원으로 몰려가고 있어 사교육비를 줄이기 위해 마련한 '수능 등급제'가 오히려 학부모들의 부담을 증가시키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대학들 변별력 확보에 고심=대학들은 첫 '수능 등급제'를 맞아 어떻게 하면 우수 학생을 좀 더 유치할 수 있을까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일단 서울 주요 사립대학들은 내신(학생부) 등급간 점수차를 줄여 내신 영향력을 떨어뜨리는 한편, 수능 영역별 비중치와 논술의 비중은 키우는 방향으로 대응하는 모습이다. 수능 내에서는 영역별 등급간 격차를 달리하는 방식으로 변별력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이런 대책을 마련했다 하더라도 올해부터는 같은 등급이면 원점수 차이에 상관없이 모두 동일 실력으로 간주되므로 작년보다 동점자가 더 늘어날 수 밖에 없다. 입시 전문기관들은 지난 9월 모의평가 데이터를 참고하면 1등급 내에서 각 영역별로 1만~3만명 정도의 동점자가 나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서강대의 한 관계자는 "전체적으로 보면 내신이나 수능도 변별력이 없다고 할 수 없지만 문제는 상위권"이라며 "한 문제만 틀려도 등급이 내려갈 수 있기 때문에 마음이 불안하고 논술에 매달리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요즘 입시가 워낙 복잡하고 다양해져서 수험생과 학부모들도 정보를 확보하느라 고생이 많겠지만 대학들도 정보전쟁을 치르는 중"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학생들은 논술 학원으로=이에 따라 수험생들은 논술 등 사설 전문학원으로 몰려들고 있다. 수리 가에서 한 문제를 틀렸는데 1등급인지, 2등급인지 확신이 서지 않아 맘 놓고 내달 12일 성적 발표날을 기다릴 수 없다는 학생들이 많다.


입시전문기관의 한 관계자는 "학생들이 등급을 알아야 전략을 짤 수 있는데 원 점수는 알지만 몇 등급인지는 모르기 때문에 혼란스러워 하는 것"이라며 "한 문제를 틀렸거나 세 문제를 틀렸거나 같은 등급을 받는 것에 대해서도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상당한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2004년 사교육비 경감대책이 발표되면서 수능 부담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실제로는 여전히 수능이 대학의 주요 선발기준으로 작용해 오면서 수험생들은 수능 중심으로 대학입시를 준비해 왔다.

그러나 올해 등급제 시행으로 동점자 우려가 커지면서 손을 놓고 있었던 논술이 갑자기 부각됐고, 너도나도 단기 집중과정 학원이나 과외를 찾는 모습이다. 대학이나 학원들의 입시설명회에서도 논술을 특히 강조하면서 올해에는 '논술'이 본고사에 버금갈 것이란 전망도 나오는 형편이다.

서울 응암구에 사는 한 학부모는 "처음에는 내신에만 집중하라더니 갈수록 수능이 중요해지고, 수능을 준비하니 또 논술이 당락을 좌우할 거라고 한다"면서 "우리 아들한테 89년생은 저주받았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저주는 교육부가 받아야 하는 것 아니냐"며 불만을 토로했다.

◇ 교사들도 진학지도 '난감' = 난감해하기는 고3 교사들도 마찬가지다. 대학들이 변별력 확보를 위해 입시요강을 매우 세부적으로 마련하면서 교사들도 거의 공부를 해야 할 수준으로 입학 전형이 복잡해졌다.

학생들의 점수는 알지만 등급을 알지 못해 뭐라 설명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등급이 나올 때까지는 마지막 기말고사에 집중할 것을 주문해 보지만 말이 잘 먹혀들지 않는다.

입시학원 한 관계자는 "요즘 입시가 너무 복잡해져서 이 분야에 오래 있었던 사람들도 대학별 입시전형을 잘 모르는 게 사실"이라며 "학생이나 학부모들이 입시 정보를 확보하느라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모습이 정상 같아 보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4억원을 지원해 전국에 대학진학상담교사단 40개팀을 구성, 수능 등급제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시키겠다는 계획이지만 학부모들이 대학이나 입시전문기관들의 설명회를 찾아다니며 발품을 파는 일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유웨이중앙교육 이인자 팀장은 "앞으로 남은 기말고사와 논술을 열심히 준비하고 나중에 성적이 나오면 구체적인 전략과 계획을 짜는 게 현명한 선택인 것 같다"며 "다만 최근 입시정보도 많이 중요해진 만큼 각 대학들의 입시요강을 자세히 분석하는 것도 일종의 전략이 될 것"이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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