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금융사 '카자흐스탄 다시 보기'

더벨 박준식 기자 2007.11.21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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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자흐 금융위기] 은행권 주택대출 줄이고 M&A, SOC 투자 확대.."과열 조정 기회"

편집자주 【이 기사는 11월 21일 14시 52분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미디어 thebell에 이미 출고된 것입니다】

'과열, 조정, 기회'

최근 카자흐스탄의 부동산 경기 하락과 현지 금융시장의 신용경색 양상을 바라보는 국내 은행권의 시각은 세 단어로 압축된다.

오일달러를 찾아든 해외자본으로 인해 카자흐스탄 개발 러시는 3년 이상 지속돼 부동산 경기의 `과열`을 불러 일으켰다. 이 오버슈팅이 해결될 건전한 `조정`이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촉발됐다는 것이다.



카자흐스탄의 풍부한 지하자원과 경기 연착륙을 유도 중인 정치 리더십도 우리 은행권의 시각을 긍정적인 상태로 유지시키고 있다. 카자흐스탄 경제 펀더멘털이 10년전 외환위기 당시의 아시아 각국과는 달리 튼튼한 편이기 때문에 최근 과열 조정은 연착륙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일부 은행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반등세가 시작되기에 앞서 공격적 투자로 '기회'를 잡아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21일 은행권에 따르면 국내 주요 은행들의 카자흐스탄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관련 대출은 총 1670억원 규모다. 우리은행이 890억원, 신한은행이 500억원, 기업은행이 200억원, 하나은행이 80억원 등이다.

국내 금융권 전체의 카자흐스탄 관련 부동산 PF 대출액은 최소 5000억원에서 최대 1조원까지로 추산된다. 이에 비해 은행권의 대출규모는 절반에도 미치지 않고 있는 셈이다. 대출규모가 크지 않은 건 은행권 스스로 과열을 예상하고 대출심사를 강화해 왔기 때문이다.

국민은행 고위 관계자는 "카자흐스탄에 진출한 국내 건설사는 중견기업들이 대부분"이라며 "현재까지도 대출요청이 이어지고 있지만 경기과열을 우려해 승인을 내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은행은 지난 6월 국내 은행 최초로 카자흐스탄 알마티에 현지 사무소를 내고 투자기회를 모색 중이지만 현재 부동산 PF 대출잔액은 제로다.

강정원 국민은행장이 "현지 은행을 인수하겠다"고 공언하면서 M&A 기회를 엿보고 있지만 자기자본 투자(PI)에 관한 한 사업성 검토를 최대한 보수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투자의 옥석을 철저히 가린다는 의미다.



내년 상반기 중 현지법인 설립을 검토 중인 신한은행의 입장도 마찬가지다. 부동산 해외투자팀의 오창수 팀장은 "현지 주택시장은 과열됐다고 판단해 관련 대출을 가능한 한 줄이려고 하지만 사회간접자본(SOC) 투자에 대해서는 더 관심있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분양에 성공해야만 수익을 거둘 수 있는 주택 사업보다는 정부가 상환보증을 하는 도로, 기간망 등 안전한 SOC 사업에서 기회를 찾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카자흐스탄 정부는 SOC 프로젝트 추진방식을 기존 BOT(민간사업자에게 수의계약으로 사업권을 주는방식)에서 점차 사업비를 정부가 지불하는 방식(BT)으로 변경하고 있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은 신중한 입장이지만 시각은 '기회'를 찾는 측면에 맞춰져 있다. 고위 관계자는 "최근 금융불안은 현지 은행들의 차입이 해외쪽에 크게 의존해 리파이낸싱이나 기간연장이 안돼서 나타나는 일시적인 현상"이라며 "민간의 소비구매가 하락하는 지를 주목하고 있지만 큰 변동은 없어 금융투자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투자의 쏠림현상이 서브프라임 위기로 조정되고 있는 것일 뿐 국내 금융사들의 진출에는 호기가 될 수 있다는 게 국내 금융권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사실 위기론이 불거지기 전까지 국내 자본의 카자흐스탄 관련 투자는 70% 이상이 건설업에 몰려 있었다.

전문가들은 위기상황이 올해 말을 넘기면 진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서방은행들이 단기외채 연장을 거부하면서 발생한 현지 은행들의 유동성 리스크는 올 12월까지 이어질 외채상환이 해결돼야 논란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기 때문.

카자흐스탄 현지 은행인 센터크레디트 뱅크의 아만꿀로프 주마겔데 부행장은 "체계적인 시스템으로 운영하지 못한 은행들(제2 금융권 개념)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이것은 우량 은행과 부실 은행이 정리되는 기회"라고 말했다. 대통령 경제 자문인 술타노프 블랏 박사도 "국가가 석유기금으로 대출금리 안정화에 나섰고 자원보유국으로 유동성이 풍부하기 때문에 유동성 위기는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수출입은행에 따르면 올해 카자흐스탄 현지 은행에 투입된 신용공여는 9200만달러로 최근 2년간 누계잔액은 2억5000만 달러, 현재 잔액은 1억 달러 수준이다.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최근 위기론이 불거지면서 우려가 큰 상태이지만 만기지연 사례는 없다"며 "수출업자들의 대금수령에도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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