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혈병 어린이 가슴 속에 희망 심어요

머니투데이 황국상 기자 2007.11.21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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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봉사대상 직장인 우수상]안병익 삼성중공업 과장

↑ 안병익 삼성중공업 과장↑ 안병익 삼성중공업 과장


"백혈병은 불치병이 아닙니다. 백혈병에 걸린 아이들의 70%가 건강해져요. 그런데 이 아이들의 표정이 어두운 이유가 뭔지 아세요? 완치되더라도 한 때 아팠다는 이유로 우리 사회가 아이들을 외면하고, 또 이들 스스로가 사회의 벽 앞에 무너져서예요."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의 안병익(46) 과장은 "병을 낫게 하는 것 못지 않게 중요한 게 아이들 마음 속에 희망을 심어주는 일"이라고 단언한다.



안 과장은 1990년 경남 마산ㆍ창원지역 노동자들과 함께 백혈병ㆍ소아암 어린이들을 돕기 위해 '더불어하나회'를 꾸렸다. 그때부터 열심히 후원금과 헌혈증을 모아 병으로 고통받는 아이들에게 전달해왔지만 그의 마음 한 켠은 항상 답답했다.

"아이들에게 희망이 뭐냐고 물으면 어두운 표정만 지을 뿐 답을 하지 않아요. 3~5년의 치료기간 동안 배우는 기회를 놓친다는 걸 알게 되면서 희망이 사라지는 겁니다."



안 과장과 더불어하나회 동료들은 2003년 교육인적자원부를 찾아가 이에 대한 대책을 요구했지만 돌아온 답변은 '병이 낫고 나서 공부하라'는 말뿐이었다. 그래서 직접 나서기로 했다. '꿈사랑 사이버 학교'가 2005년 문을 연 것이다.

현재 국어ㆍ영어ㆍ수학 등 과목을 전담하는 11명의 교사와 행정직원을 비롯해 총 15명이 학교를 꾸려나가고 있다. 안 과장이 교장직을 도맡았다. 병이 나아 일반 학교로 돌아가는 아이들이 여기서 배운 과정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제도적 협의도 끝냈다.

아이들도 이를 악물고 공부하며 안 과장의 정성에 보답했다. 꿈사랑 학교를 수료한 두 명의 학생이 지난해 대학 수시모집에 당당히 합격한 것이다. 중졸ㆍ고졸 검정고시에도 각각 1명씩 통과했다.


안 과장은 "백혈병에 걸렸던 이력이 있으면 취직이 잘 안된다"며 "아직은 만족할 때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백혈병을 앓았던 때를 잊기 위해, 혹은 사회로 진출해야 하는 현실 때문에 이름까지도 바꿔 과거를 지워야 하는 이들이 있는 한, 우리 사회 안의 편견의 벽은 아직 높다는 지적이다.

지난해부터 더불어사랑회는 전국 시ㆍ도 장학사 100여명을 대상으로 한 워크숍을 진행해왔다. 교육부가 백혈병ㆍ소아암 등 각종 건강장애로 학교에 가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 개발을 의뢰해왔기 때문이다. 안 과장은 22~23일 열리는 워크숍 준비로 지난 몇 달간 주말없이 자정이 넘도록 일해왔다고 한다.



"이번 워크숍에서 학예회를 하기로 했던 아이 세 명이 얼마 전 갑자기 사망했어요. 그만큼 이들이 희망을 부여잡기 위한 노력은 필사적입니다. 아이들이 건강해져서 어엿하게 직장생활을 한다면, 더 많은 아이들이 희망을 가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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