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건설업체 지나친 처벌 강화 재검토돼야

최재덕 건설산업연구원 원장 2007.11.20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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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건설업체 지나친 처벌 강화 재검토돼야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을 보면 재해를 발생시킨 업체에 대해 영업정지 또는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돼 있다. 그런데도 건설교통부는 시행령 개정을 통해 고의나 중대한 과실로 조잡하게 시공, 일정 수 이상 사망사고 또는 산업안전보건법상 중대재해로 사망사고 발생시 과징금 부과를 배제하고 영업정지 처분을 의무화함으로써 실질적인 처벌을 강화하려 하고 있다.

건설업체가 조잡한 시공으로 완공후 무고한 인명을 살상케 하거나 시공과정에서 사망사고를 일으키는 것은 국민의 재산과 안전에 심각한 위해를 가하는 것이다. 건설산업을 관장하는 해당 부처의 입장에서 이 같은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처벌을 강화하고자 하는 취지를 이해못하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개정내용이 안고 있는 문제점이나 앞으로 예상되는 부작용은 없는지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러한 법령 개정으로 국가경제에 미치는 부담은 늘어나고 실효성이 적다면 그것은 오히려 개정 안하느니만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재해가 발생되면 해당업체와 관계자는 산업안전보건법 등 관련 법령에 의한 엄격한 민·형사상의 책임을 진다. 해당업체는 건설산업기본법상 과징금을 부과받거나 영업정지 처분을 받는다. 그 뿐 아니라 감점을 받아 관급공사 수주에 큰 장애가 되고 기업의 신뢰도와 이미지에 손상을 입어 민간공사나 해외 공사 수주에 심대한 타격을 받기 때문에 건설업체들은 재해예방 노력을 게을리 할 수 없다.



게다가 건설업체가 영업정지 처분을 받으면 해당기간 동안 일체의 관급공사는 물론 민간공사 조차 수주계약을 할 수 없고 수주를 위한 영업활동도 제약을 받아 건설업체에게는 말 그대로 회사문을 닫게 되는 형벌이 된다.

문제는 건설업체가 아무리 노력을 기울인다 해도 건설공사 특성상 어느 1개의 건설현장에서라도 과실에 의한 사고 발생 가능성이 없도록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만일 금번 개정안이 확정돼 앞으로 수백 또는 수십개 이상의 많은 현장을 관리하는 건설업체들이 단 한개의 현장사고로 영업정지 처분을 받을 수 밖에 없게 된다면 이는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단 한 건의 과실사고 발생으로 기업의 사활을 좌우하는 영업정지를 의무화하는 것은 지나치게 가혹한 처벌이며 안정적인 기업경영을 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건전하고 유수한 건설업체들이 단 한번의 과실사고로 수십년간 축적한 기업의 기술적 노하우를 활용 못하고 대외 신인도 하락으로 해외사업 진출과 외국업체와의 경쟁에서 탈락해 국민경제적 손실과 사회적 부담을 초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정부의 입장에서도 법령의 경직성을 높이고 집행의 유연성을 배제하는 것으로서 앞으로 스스로 발목을 잡는 부메랑이 될 것이다.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에서 재해사고에 대하여 영업정지 또는 과징금 부과라는 선택적 행정처분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 것은 일리가 있다. 사안의 경중에 따라 현행 규정대로 탄력적으로 행정처분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오히려 효율적이고 합리적이라고 판단하였기 때문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위법령인 시행령에서 반드시 영업정지로 한정하여 제재하라고 규정하는 것은 위임 입법의 한계를 일탈하는 잘못된 규제 강화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재해를 당하는 국민이 없도록 하자는 데 공감하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우리는 과거의 경험을 통해 지나치게 엄격한 법규정으로 인한 부작용과 폐해를 많이 보아왔다.

무리한 규제 강화보다 정부의 보다 철저한 재해 발생업체 지도관리와 무재해 안전관리 우수업체에 대한 다양한 인센티브 정책 개발을 통해 건설산업의 재해 축소를 도모하는 정책 패러다임의 변화가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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