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환경규제 '최전선'에 선 화학업체들

박유경 아시아지속가능투자협회(ASrIA) 연구원 2007.11.20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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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기업의 조건]<5-2>화학산업의 환경,사회,지배구조리스크

편집자주 사람 나이 100살엔 혼자 먹고 살기도 힘들다. 그러나 기업은 다르다. 기업은 100살이 넘어도 성장한다. 경제와 사회를 이끈다. 한국의 미래 증시를 이끌 기업의 조건은 무엇일까? 머니투데이는 아시아지속가능투자협회(ASrIA), 에코프론티어와 공동기획으로 국내 대표업종 대표기업의 지속가능성을 9회에 걸쳐 분석한다.

최근 미국의 대학가에선 '일회용 PET병 생수 안 마시기' 운동이 광범위하게 벌어지고 있다. 한국은 대표적인 PET제품 수출국가다.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걸까?

화학산업을 둘러싼 세계 환경이 바뀌고 있다. 온실가스 감축의무국으로 지정된 선진국들의 소비패턴과 기업 경영전략이 달라지고, 유해물질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고 있다.



선진국 소비자들은 글로벌기업에 높은 신뢰를 주는 대신, 그 대가로 높은 수준의 윤리를 요구한다. 각국의 규제기관은 이러한 소비자들의 요구를 적극적으로 수용해 규제에 반영한다.

이런 규제들은 세계무역시장에서 국가간 견제수단으로도 종종 이용된다. EU(유럽연합)의 유해물질 규제법안들이 발효되기 전에 중국정부가 올해 초 중국판 규제법안을 서둘러 발효시킨 것도 그런 까닭이다.



유럽연합(EU)은 지난해 7월에 '특정 유해물질 사용제한지침(RoHS)’을, 2005년 8월엔 전기전자 폐기물 처리지침(WEEE)을 발효했다.

내년 6월부터 2018년까지는 ‘신화학물질관리(REACH)’ 제도가 단계적으로 시행된다. 따라서 EU로 제품을 수출하려면 모든 화학물질 정보를 EU화학물질청(ECHA)에 등록해야 한다.

아시아도 규제 수위를 높이고 있다. 중국은 지난 3월 전자정보제품오염방지관리법(RoHS)을 시행했다. 우리나라는 내년 1월1일부터 '전기·전자제품 및 자동차의 자원순환에 관한 법률'(자원순환법)을 시행한다.


과학과 정보기술의 발전은 아이러니하게도 화학업체들엔 불리하다. 기술발전 탓에 특정 화학물질의 유해성이 발견되어 규제로 이어지는 기간이 갈수록 짧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화학업체들이 대비할 수 있는 기간도 더불어 짧아지고 있다.

이에 글로벌기업들은 화학물질과 화학제품의 안전성을 입증하는 책임을 생산자, 즉 자사의 공급사에 부담시키고 있다. 또, 자사 공급망(Supply Chain)에 온실가스를 줄이라고 더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자사 제품의 온실가스 배출(Exposure)량을 줄이기 위해 선택한 경영 전략이다.



화학산업은 기업 공급망의 대표적인 한 축을 형성한다. 특히 전자산업이 그러하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HP, 델(Dell), 소니(Sony) 등 글로벌기업들은 자사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자사의 유해물질관리 기준을 경쟁적으로 높이고 있다.

글로벌기업들의 규제 수준은 때로 국가들의 규제 수준보다도 높다. 심지어 과학적으로 아직 검증단계에 있는 물질조차 소위 '감시대상(Watch List)'에 포함시켜 대체물질연구에 착수할 정도이다.

은행, 연기금 등 '금융권으로부터 압력'도 화학업체들엔 부담스럽다. HSBC는 2005년 '화학산업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천명했다. 이 원칙은 HSBC의 대출 등 금융서비스, 주식 영업, 프로젝트 파이낸싱, 자문, 자산관리 등에 광범위하게 적용된다.



주주행동주의에 입각한 기관투자가들은 듀폰, 다우케미컬 같은 화학회사들에 특정 화학물질의 대체계획 또는 화학물질관리, 사고대비 시스템 공개를 요구하고 있다.

특히, 다우케미컬은 최근 20여년간 기관투자자들의 공세를 받았다. 1984년 인도 보팔지역에서 사고를 일으킨 '유니온카바이드'의 모회사라는 이유였다. 심지어 어떤 투자기관은 '보팔 사고' 이후 다우케미컬에 대한 투자를 정책적으로 막기도 했다.

화학산업이 직면하고 있는 또다른 도전은 바로 '기후변화' 다. 화학산업은 대표적인 에너지 다소비업종이다. 석유화학산업은 2000년 기준으로 국내에서 20%의 에너지를 소비하고 이산화탄소(CO2)의 7.5%를 배출한다.



화학산업의 이산화탄소 배출은 주로 생산공정에서 발생한다. 쉽게 줄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게다가 화학기업들은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을 지향한다. 따라서 이런 높은 배출량증가세는 계속될 전망이다.

기후변화 이슈는 화학기업들에게 재무적, 영업적 리스크를 의미한다. 우리나라가 온실가스 감축의무국으로 지정되고 정부가 산업계에 감축량을 할당할 경우, 이를 준비하지 못한 기업은 배출권을 사야 한다. 즉, 현금으로 비용을 지출해야 한다. 이러한 기업환경 변화는 장기적으로 기업가치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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