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프라이데이'를 기다리며

뉴욕=김준형 특파원 2007.11.17 07:29
글자크기

김준형의 뉴욕리포트

'블랙먼데이' 20주년을 맞은 지난달 19일.
금요일이던 이날 다우지수가 366포인트 폭락하면서 미국의 투자자들은 '블랙 프라이데이'의 쓴맛을 봤다.

다음주 미국은 또 다른 '블랙 프라이데이'를 맞게 된다. 이 '블랙프라이데이'는 해마다 11월 네째주 목요일로 정해져 있는 추수감사절 다음날의 금요일을 일컫는 말이다.



미국의 모든 크고 작은 가게들은 이날 하루동안 일제히 대대적인 할인판매 들어간다. 부지런히 발품을 팔면 평소 찜해뒀던 물건을 반값 이하, 때로는 거의 공짜로 건질수 있다. 그래서 보통의 미국사람들은 '블랙 프라이데이'하면 '증시폭락'보다는 '쇼핑'을 떠올리며 이날을 손꼽아 기다린다.

실제로는 블랙 프라이데이는 11월 넷째주가 아니라 셋째주 금요일인 오늘(16일)부터 이미 시작된다. 주요 백화점이나 소매점들은 매출을 늘리고 분위기를 고조시키기 위해 블랙 프라이데이 1주일전 금요일 하룻동안 대대적인 '원 데이 세일'을 하거나 오전동안만 반짝 '모닝 세일'을 실시한다. 이날 주요 쇼핑몰들은 아침 일찍부터 주차장에 차를 댈 자리가 없을 정도로 붐빈다.



블랙프라이데이 당일은 쇼핑이 '전쟁'이 된다.
할인판매는 보통 새벽5시, 심지어는 자정부터 시작해 오전 11시정도까지 계속된다. 할인율이 높은 인기품목이나 생필품은 문 연지 한시간도 안돼 동이나고 매장 전체가 거덜나기 때문에 쇼핑객들은 문을 열기 몇시간 전부터 담요와 털옷으로 무장하고 장사진을 친다.

문을 열자마자 쇼핑객들이 총알처럼 상점을 향해 밀려들어가는 것은 블랙프라이데이의 진풍경이다. 군사작전하듯, 전날 미리 물건 위치와 동선까지 파악해둔 터라 한치의 주저함도 없다(영화 '솔드 아웃'에서 터보맨 인형을 사러 달려나가는 아놀드 슈워제네거를 떠올리면 상상이 가능할 것이다).

이날을 목빼고 기다리기는 쇼핑객뿐 아니라 상인들도 마찬가지다. 우리로 치면 '추석 대목'인 셈이다. '블랙'이라는 말도 '이날 장사로 흑자를 낸다'는 상인들 입장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날부터 크리스마스 시즌으로 이어지는 '연말 대목', 미국인들 표현으로는 '할러데이 시즌'이 시작되기 때문에 더욱 의미가 크다.
할러데이 시즌 매출이 보통 1년 매출의 30%, 품목에 따라서는 절반을 넘고 보면 한해 장사는 '블랙 프라이데이'에서 결판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올해는 영 상인들의 표정이 밝지 못하다. 전미 소매점 연합은 올 연말시즌 매출증가율이 전년대비 3%에 머물러 지난해의 5%보다 훨씬 낮은 것은 물론, 최근 5년래 최저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매출을 올리기 위해 '블랙 프라이데이' 세일 기간도 점점 앞당겨지고 있다. 월마트 같은 곳은 이미 이달초부터 348달러짜리 랩탑 컴퓨터, 998달러짜리 50인치 플라즈마 TV등을 미끼상품으로 내놓고 '블랙프라이데이 스페셜' 행사를 벌이고 있다. 11월 들어서면서부터 아예 '에브리데이, 블랙 프라이데이'인 가게들도 등장했다.



소비지출은 경기상황을 짚어보는 바로미터가 된다. 경기 전망은 당장 그날그날의 미국증시를 움직이고 바다건너 한국증시로 전파된다. 미국 경기는 장기적으로는 우리경제에까지 파급효과를 미치게 된다.
미국의 '블랙 프라이데이'가 남의 나라 구경거리에 머물수가 없는 이유이다.
나도 다음주 금요일에는 뭐라도 하나 팔아줘야 하는거 아닌가 싶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