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마른 한우물보다 여러 우물 파라

김중근 메버릭코리아 대표 2007.11.27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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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김중근의 실전주식 A to Z

우물을 팔 때 한 구덩이만을 계속 파거나 레고 블록을 끝없이 위로만 계속 쌓는 것이 수직적 사고방식이라면, 여기저기 구덩이를 파보거나 블록을 마구 땅바닥에 흩어놓는 것이 수평적 사고방식이다. 속담에 “한우물만 파라”는 말도 있거니와, 우리나라 사람들은 수평적 사고방식보다는 수직적 사고방식에 더 익숙하다. 그런데 수직적 사고방식이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니다. 엉뚱한 곳에다 구덩이를 파고 있을 수가 있기 때문이다. 이럴 때에는 '한우물'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재빨리 다른 곳에다 구덩이를 새로 파기 시작하는 것이 훨씬 우물을 쉽게 팔 수 있다.
 
주식도 마찬가지다. 어떤 종목을 선택하여 매수하였다고 하자. 어느 정도 시간이 흘렀는데도 주가가 상승하지 않거나 혹은 하락한다면 그 주식을 고집하기보다는 일찌감치 처분하고 다른 주식으로 옮겨가는 것이 훨씬 유리할 수 있다. 그런데도 투자자들은 보유하고 있는 주식을 팔고, 다른 주식으로 선뜻 옮겨가지 못한다. 수직적 사고방식 때문이다. 한우물만 판다는 생각을 부지불식간에 가지고 있기에 다른 종목으로 갈아타는 일을 하기 힘든 것이다.
 
아울러 심리적으로는 후회할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종목을 바꾸기 어렵다. 일반적으로 주식투자에서 투자자가 후회할 일은 두 가지이다. 보유하고 있는 종목의 주가가 하락하는 통에 “왜 팔지 않았을까” 후회하거나, 그 반대로 보유하고 있는 종목을 얼른 팔았는데 팔고 난 다음의 주가가 오르는 통에 “왜 팔았을까”후회하는 경우이다.

돈 마른 한우물보다 여러 우물 파라


심리학에서는 전자를 작위후회(Regret of Commission)라고 말하고, 후자를 부작위후회(Regret of Omission)라고 말한다. 어떤 행위를 하였을 때 그 결과가 나쁘면 사람들은 작위후회를 하는 것이요, 어떤 행위를 하지 않았을 때 그 결과가 나쁘면 사람들은 부작위후회를 하게 된다. 심리적으로는 작위후회가 부작위후회에 비하여 훨씬 더 강력하다. 상식적으로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그냥 가만히 있었으면 될 것을, 괜히 서둘렀다가 일을 망쳤다고 후회하는 것은 그냥 가만히 있다가 일이 나빠졌을 때의 후회보다 더 강력한 법이다.
 
그러다 보니 투자자들은 작위후회를 피하기 위하여 스스로 부작위후회를 감수한다. 아무 행동을 취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것이다. 주식의 경우 진작 팔았어야 하지만 나중에 혹시 주가가 올라서 왜 미리 팔았을까 후회하는 것이 두려운 나머지, 아예 팔지 않는다. 그러면서 투자자들은 속으로 “한우물만 판다”는 식으로 엉뚱한 자기 합리화를 한다.
 
역사상 위대한 발명이나 발견은 파고 들어가던 구덩이를 과감하게 포기하고 다른 구덩이에 도전하였던 사람들에 의하여 이루어진 것이 많다. 콜럼부스의 달걀로 유명한 콜럼부스도 다른 사람들처럼 아프리카의 희망봉을 돌아 길고 긴 항해 끝에 인도로 가지 않고, 유럽에서 서쪽으로 곧장 가면 인도로 갈 수 있다는 수평적 사고방식을 가졌기에 신대륙을 발견할 수 있었다.
 
주식도 같다. 틀렸다고 생각하였을 때, 그 종목을 고집하기보다는 과감하게 청산하고 다른 종목으로 교체하는 것이 오히려 더 나은 결과를 얻는 법. 한우물만 판다고 하여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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