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경색+고유가, 글로벌 침체 가능성 고조

머니투데이 김경환 기자 2007.11.13 0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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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日·유럽서 이미 제조업 침체 신호

12일(현지시간) 국제 유가가 하락했음에도 유가 상승에 대한 불안감은 가시지 않고 있다.

특히 배럴당 100달러에 달하는 높은 유가가 전세계적인 경기 침체를 야기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고유가에 따른 연료가격 상승세가 경기 침체를 야기할 수 있는 이른바 '위험지대'(Danger Zone)에 들어섰다는 지적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이코노미스트를 역임했던 나리만 베라베시 글로벌 인사이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경제는 '위험지대'에 들어섰다"면서 "미국은 이미 신용경색과 고유가라는 2가지 쇼크를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유가가 100달러를 향해 가고 있으며, 미국 FRB가 금리를 인하하더라도 기업들의 대출 비용은 계속 급등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과 유럽 경제도 미국발 신용경색에 매우 취약해졌다.



최근 유가 상승 등 악재들의 영향으로 경제학자들은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4분기 2% 이하로 급격히 위축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지난 3분기 기록한 3.9%에 크게 못미치는 부진한 수준이다.

UBS의 이코노미스트인 앤드류 케이츠는 유가가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급등하면서 내년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지난달 33%에서 45%로 크게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일본 역시 경기선행지수가 10년만에 처음으로 0으로 떨어지면서 경기 침체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유럽연합(EU) 산하 유럽경쟁위원회(EC) 역시 유가를 반영, 내년 유로권 경제 성장률 전망을 2.5%에서 2.2%로 낮췄다. 유로권 경제는 지난해 2.8% 성장했다.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12월물 가격은 12일에는 전날보다 1.76%(1.70달러) 떨어진 배럴당 94.62달러를 기록하며 다시 배럴당 95달러를 하회했다. 이날 하락에도 불구하고 유가의 상승세가 종료됐다고 믿는 이들은 아무도 없다.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선진권 경제의 부진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전세계 경제는 중국, 인도, 러시아 등 이머징 시장의 눈부신 성장세에 힘입어 침체에 빠지는 것은 모면하고 있다. 특히 에너지 효율성 증가가 유가 상승을 무마시킬 것이란 기대감도 있다.

그렇지만 비관론이 더 우세한 상황이다. 이미 물가를 반영한 유가 수준은 1981년을 넘어섰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오코비아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존 실비아는 "1개월전만 하더라도 우리는 신용경색이 이처럼 지속되거나 유가가 배럴당 85달러선을 넘어설 것이라고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각국 중앙은행들의 딜레마도 커지고 있다. 경기 진작을 위해 금리를 인하하자니 에너지 가격 상승세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가 걱정되기 때문이다. 스태그플레이션(고물가 저성장) 함정에 빠진 경제에서 섣부른 정책 처방은 오히려 경제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다.

그러나 제조업체들 사이에서는 중앙은행이 금리 인하로 경기 진작을 선택해야 한다는 절실한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록웰 콜린스의 최고경영자(CEO)인 클레이튼 존스는 "인플레이션 보다는 경기 침체 피해가 훨씬 크다"면서 "중앙은행이 금리 인하를 통해 성장세를 견인하는 쪽으로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조업 기업들의 실적 타격도 가시화되고 있다. 구매관리자협회(ISM) 제조업 지수는 지나 10월 7개월래 최저 수준으로 하락했다. 기업들의 실적 전망 하향 조정도 줄을 잇고 있다. 세계 최대 불도저 업체인 피오리아와 유나이티드 에어라인 등은 내년 경기 침체 및 고유가 우려로 실적 전망치를 삭감했다.

뉴욕대학교 누리엘 루비니 교수는 "연료 가격 상승은 소비자들에게도 큰 충격"이라며 "고유가가 지속될 경우 경기 침체에 빠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유럽 지역 제조업체들의 실적 우려도 가시하되고 있다. 유로화는 달러 대비 사상 최고치를 이어가고 있으며, 높은 에너지 가격은 이들 기업에게 치명타를 안기고 있다. 모간스탠리의 유럽 지역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에릭 체니는 "유로 지역 제조업 침체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JP모간체이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조셉 럽튼은 "전세계 제조업이 심각한 성장 둔화에 직면했다"면서 "전세계 산업생산은 연말까지 3%대로 크게 둔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크레디스위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닐 소스는 "유가가 높은 수준에 머물러 있는 기간이 길수록 경제에 더 큰 위협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소스는 침체보다는 약간 궤도에서 이탈하는 정도의 충격을 미칠 것이라고 전반적인 경제 상황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파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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