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의 아내, 사르코지의 아내

하민회 이미지21 대표 2007.11.13 12:37
글자크기

[이미지 리더십]배우자는 동지이자 '보험'

클린턴의 아내, 사르코지의 아내


"힐러리를 뽑으면 클린턴은 공짜."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외조는 화끈하다. 아내를 최초의 미국 여성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 스스로를 기꺼이 희화할 정도다.

퍼스트 젠틀맨(대통령의 남편)이 대통령을 두 번이나 지낸 사람이라니 누가 봐도 막강한 경쟁력임에 틀림없다. 부부 공동전선을 펴는 이가 있는가 하면 그 반대도 있다.
 
얼마 전 프랑스의 사르코지 대통령은 이혼을 발표했다. 퍼스트 레이디 세실리아는 주목 받는 생활이 싫다며 사르코지의 곁을 떠났다. 프랑스 국민들이 사생활과 정치력을 구분해 평가한다는 게 사르코지 입장에서는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더 심한 경우도 있었다. 일본 이민 2세로 10여 년간 집권했던 알베르토 후지모리 전 페루 대통령과 아내 수산나 히구치 여사는 악연이었다. 아내가 정계 진출을 선언하자 이혼해버린 후지모리는 히구치의 대통령 입후보 차단을 위해 법까지 만들었고, 히구치는 야당의 저격수로 후지모리 정권하에서의 각종 비리를 폭로했다.
 
새삼 '수신제가 치국평천하(修身齊家 治國平天下)' 라는 말이 떠오른다. 굳이 전통적인 가치관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리더에게 배우자는 안팎으로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인물이다. 때로는 동지가 되고 때로는 어머니가 되고 때로는 스승이나 조언자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개인의 품성이나 상황에 따라 부부간의 관계는 달라질 수 있겠지만 리더가 힘든 길을 밀고 끌어가며 동행할 수 있는 좋은 배우자를 갖는 것은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행운 만은 아니다. 훌륭한 배우자 역시 세상 만물의 이치처럼 노력과 투자를 통해 얻어지기 때문이다.
 
바람직한 부부 관계의 핵심은 의사 소통이다. 무조건 밖에서 일어난 일들을 다 이야기해야 한다거나 일상의 사소한 일들을 대화 거리로 삼아 '양'만 늘리는 것은 소용이 없다. 대화량이 많지 않더라도 서로의 생각이나 가치관을 이해하고 공유할 수 있는 '진짜' 대화가 필요하다.



"A가 그러는데 B가 이렇대." 혹은 "A는 그러저러해."하는 식의 현상을 전하는 화법보다는 "A는 B에 대해 이러저러하다는데 내 생각으로는 …" 처럼 자신의 느낌이나 소감을 덧붙여 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이때에는 섣불리 충고하거나 잘잘못을 가리는 말을 하기보다 우선 상대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들어주어야 한다. 조언이나 충고는 마음과 생각을 충분히 주고 받아서 어떤 말을 해도 '내편'이라는 확신을 준 뒤에 해도 늦지 않다.
 
대한전선의 고 설원량 회장은 수시로 아내와 남산 길을 걸으며 대화를 나눴다고 한다. 앞으로 회사가 나가려는 방향, 임직원들에 대한 생각, 생산 제품에 대한 것 등 다양한 대화를 나누면서 생각을 정리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곤 했다.



이런 대화의 습관 덕분에 아내인 양귀애 고문은 전업 주부였음에도 불구하고 갑작스런 부군의 유고를 이겨내고 안정적인 경영인이 될 수 있었다. 업무량이 많고 출장이 잦은 관계로 대화가 쉽지 않다면 정기적으로 배우자와 함께 지내는 시간을 만드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부부간에 한번 끊긴 대화는 좀처럼 쉽게 열리지 않는다. 억지로 무언가 대화를 나누어야 한다는 강박을 가지기보다는 같이 운동을 가거나 영화를 보거나 산책을 해보자. 차츰 말문이 열릴 것이다. 무언가 함께 하는 일 자체가 대화 거리가 되어 자연스럽게 말문을 터 줄 것이다.
 
대외적인 동반의 기회를 잘 활용하는 것도 필요하다. 밖에서 보여지는 배우자의 모습은 개인으로 사적인 모습 이전에 사회적이고 공식적인 모습이므로 사뭇 색다를 수 있다. 종종 공식 행사에 동반했던 CEO의 아내들이 남편에 대해 놀라움과 자랑스러움을 느꼈다며 '잘 해드려야겠다'는 말을 듣곤 한다. 배우자에 대한 자부심이 생기면 역할이 즐거워진다.
 
클린턴의 아내와 사르코지의 아내. 한 사람은 남편의 외도를 참아냈고 한 사람은 대통령의 애물 단지였다. 새삼 리더가 좋은 배우자를 가지는 일이 얼마나 인내와 노력이 요구되는 힘든 일인가를 실감한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