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철 리스트'에 떠는 검찰

머니투데이 김만배 기자 2007.11.12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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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철, 검찰 핵심 보직 폭로..'부정한 자' 낙인

검찰이 '김용철 리스트'에 떨고 있다.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리스트'에 일단 올랐다 하면 명예를 회복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천주교 정의구현 전국사제단은 12일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 전 법무팀장 김용철(49) 변호사가 삼성그룹으로부터 뇌물을 받았다고 주장한 전·현직 검찰 고위간부 3명의 실명을 공개했다.

사제단은 이날 김 변호사의 증언을 통해 검찰 고위간부 실명을 공개했지만, 정작 삼성 돈을 받은 것으로 지명된 해당 인사들과 검찰은 '아닌 밤중에 홍두깨'라는 반응이다.



하지만 사제단이 이른바 '떡값검사'로 지칭한 인사 중 검찰총장 내정자와 대검 중수부장이 포함돼 있어, 폭로의 진위 여부를 떠나 향후 파문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한편 '리스트' 발표에 앞서 기자들 사이엔 전직 검찰총장이 포함된 4명의 이름이 오르내렸으나 사제단은 검찰과 공직에 있는 검찰고위직 인사 3명만을 발표했다.



◆왜 3명만 공개했나= 사제단이 이날 공개한 인사는 보직의 특성상 '검찰의 상징'으로 통한다. 또 한 명은 비록 검찰을 떠나 있지만 현직 장관급 고위 공직에 재직 중이다.

이는 김 변호사와 사제단이 폭로의 효과를 극대화 하려는 '전략'이라는 분석과 함께 검찰이 '떡값검사' 명단을 제출하라고 김 변호사를 압박한데에 대한 역공으로 풀이된다.

검찰의 우려도 이와 맥을 같이 하고 있다. 공직자의 특성상 한 번 리스트가 돌고 사실과 달리 '부정한 자'로 폭로가 되면 변명의 기회가 없어진다는 것이다.


◆김 변호사 주장 진실성 있나?=사제단을 통해 리스트를 폭로한 김 변호사의 주장에 대해 '그럴 듯 하지만 구성이 떨어진다'게 검찰 주변의 반응이다.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의 장소나 인물 등 또 구조본의 역할 등에 비춰볼 때 폭로의 전반적인 맥락이나 구성이 그럴 듯 하지만 정작 본인이 돈을 전달했다는 '공여자'가 없어 사실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증거물을 첨부하거나 돈을 전달했다는 당사자의 진술이 없이 그런식으로 '리스트'를 만들어 폭로를 하면 다치지 않을 사람이 거의 없을 것이라는 반응도 주류를 이루고 있다.

즉 '실체가 없는 유령'이라고 평가를 절하하는 분위기다.

이와 관련해 '떡값검사'로 지칭된 임채진 총장 내정자는 "한마디로 허황된 얘기다"며 김 변호사의 이날 폭로를 일축했다.

임채진 내정자는 "부산고 선배(돈을 전달한 것으로 지칭된 이우희 에스원 사장)로 따지고 든다면 대기업에 내 선배 후배가 한 둘 이냐"며 "나는 삼성한테 저승사자나 마찬가지로 인식될 만큼 혹독하게 수사했다"고 해명했다.

이와 함께 이종백 국가청렴위 위원장도 "김용철 변호사는 검찰 재직시는 물론 현재까지도 같이 근무하거나 만나본 사실이 없고, 통화한 사실조차 없다"며 "금번 발표에 대해서는 추후 법적대응을 심각하게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발표에 언급되었다는 제진훈 사장은 동향선배로 알고 있지만, 삼성으로부터 로비를 받거나 부정한 청탁을 받은 일이 전혀 없다"며 "사제단의 발표에 대해서는 그 경위를 알수가 없고 구체적으로 언제 어떠한 방식으로 관리를 받았는지 명확하게 그 근거를 밝혀야 할것이다"고 덧붙였다.

◆사건 파장 및 전망=일단 삼성비자금에 대한 검찰 수사가 속도를 낼 전망이다.

앞서 삼성그룹 비자금 의혹 사건과 관련 고발인인 참여연대 등이 검찰의 통보 시한까지 이른바 '떡값 검사' 명단을 제출하지 않기로 함에 따라 이르면 이날 중 검찰이 사건을 배당하고 수사에 착수하기로 했다.

12일까지 고발인 측이 명단을 제출하지 않을 경우 법과 원칙에 따라 사건을 배당하겠다고 밝힌 서울중앙지검은 이르면 12일 사건 담당 부서를 정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사제단이 김 변호사의 증언을 토대로 '명단'을 발표한 이상 검찰로서는 사건 배당과 수사를 미룰 명분이 사라졌다.

이에 따라 검찰은 사건을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 오광수 부장검사를 팀장으로 특수부 및 금융조세조사부 검사 5명 정도가 참여하는 특별수사팀을 꾸릴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검찰은 증거물 확보 등을 위한 수사에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필요에 따라 삼성 구조본과 해당 은행 등에 대한 압수수색도 병행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공은 김용철 변호사한테 넘어갔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동안 '수사 촉구' 수준이었던 주장을 넘어 명단을 공개한 만큼, 이에 대한 입증도 김 변호사의 몫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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