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도 '메이드인코리아'..블루오션

머니투데이 이경숙 기자 2007.11.13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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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기업의 조건]<3-1>기후변화ㆍ왓컴 부상 속 한전의 기회와 리스크

편집자주 사람 나이 100살엔 혼자 먹고 살기도 힘들다. 그러나 기업은 다르다. 기업은 100살이 넘어도 성장한다. 경제와 사회를 이끈다. 한국의 미래 증시를 이끌 기업의 조건은 무엇일까? 머니투데이는 아시아지속가능투자협회(ASrIA), 에코프론티어와 공동기획으로 국내 대표업종 대표기업의 지속가능성을 9회에 걸쳐 분석한다.

↑전력판매 증가율과 GDP(국내총생산) 성장율 추이 (자료 : 한전, 대우증권)↑전력판매 증가율과 GDP(국내총생산) 성장율 추이 (자료 : 한전, 대우증권)


시장엔 한 줄에 1천원짜리 김밥도 있고, 한 조각에 1만원짜리 초밥도 있다. 하지만 1천원짜리 전기, 1만원짜리 전기를 본 적이 있는가?

국내에서 전기를 쓰려면 선택지가 거의 없다. 여기에 바로 한전 (21,950원 ▼250 -1.13%)이라는 기업의 지속성과 리스크가 동시에 높은 원인이 있다.



◇내 물건값 내 맘대로 못하는 비애

한국전력은 국내 판매, 배전, 송변전 시장을 거의 독점했다. 또, 국내 전력의 90%는 한전의 발전자회사가 생산한다. 이것은 한전을 국내 증시에서 전설 속 영웅 '아킬레스' 같은 존재로 만들었다.



아킬레스는 바다의 여신 테티스와 펠레우스왕 사이에서 '인간'으로 태어났다. 테티스는 아들을 신의 강물에 담가 불사신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테티스가 손으로 잡고 있던 발뒤꿈치는 강물에 젖지 않아 치명적 급소가 되고 만다.

전기요금은 한전의 아킬레스건이다. 변동폭은 매년 산업자원부와 재정경제부의 협의로 정해진다. 한전과 발전자회사의 영업이익(실적 투자보수율), 차입금 이자율과 자본비용(적정 투자보수율)이 변수다.

2004년엔 영업이익이 좋았다. 전기요금이 인하됐다. 2005년 이후엔 전기요금이 인상됐다. 실적투자보수율이 적정투자보수율보다 낮았기 때문, 즉 영업이익이 낮았기 때문이다.


올해초에도 같은 이유로 전기요금이 2.1% 인상됐다. 기업분석가들은 최근 유가 등 원료값이 올랐다는 이유로 내년엔 정부가 전기요금을 2~3% 가량 올릴 것이라고 예측한다.

신민석 대우증권 연구원은 "2004년 이후 유가가 두배로 오르면서 가스요금은 21.3%, 물가는 6.9% 올랐지만 전기요금은 1.9% 오르는 데에 그쳤다"며 "원료값 상승으로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한데 여론은 이에 비판적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핵심상품의 가격을 정부와 여론이 정하는 기업이라니? 한 자산운용사 부사장은 "한전이 공익과 사익의 경계에서 불리한 선택을 강요 받고 있다"며 "의사결정구조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내시장 한계를 넘어 글로벌에너지그룹으로

↑울릉도에서 전력설비 증설<br>
작업을 벌이고 있는 한전 직원들.<br>
↑울릉도에서 전력설비 증설
작업을 벌이고 있는 한전 직원들.
하지만 '공익'의 역할 덕에 한전은 '불사'의 힘을 얻었다. 공익을 전제로 한전은 전력산업에 있어 독점적인 시장지배권을 부여 받았다. 또, 이익이 낮아지면 정부가 가격을 올려준다.



심지어 정부와 국민이 전력산업 기반도 다져준다. 전력사용량에 따라 전력산업기반기금부담금을 부과해 1조원~1조2000억여원의 기금을 조성해주는 것이다.

전력산업기반기금은 산간벽지에 전력을 공급하는 사업부터 전력산업 경쟁력 강화 사업까지 '기반' 마련을 지원한다. 내년엔 전력산업 연구개발과 수출산업화 지원에 2350억원, 신재생에너지 개발ㆍ보급 확대에 3042억원 등 1조여원을 배정했다.

이런 배경 속에서 한전은 국내 증시에서 가장 지속가능성이 높은 기업 중 하나로 주목 받고 있다.



지난 10월 하순 머니투데이가 5대 증권사와 5대 주식펀드운용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10개사 중 6개사의 리더가 10년 이상 수익을 지속할 기업으로 한전을 꼽았다. 지속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한전보다 높은 기업은 포스코(7개사)뿐이었다.

한 운용사 상무는 "한전은 국내 전력시장의 독점회사로 꾸준한 수익성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전 역시 자신의 존재감을 느끼고 있다. 한전의 한 간부는 “한전은 대한민국이 존재하는 한 존재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조업과 정보기술산업으로 일어선 나라에서 전기 없이 경제가 돌아갈 수는 없다.



반대로, 경제성장 없이 전력시장 성장도 없다. 경제성장률이 9%대이던 90년대, 전력판매 증가율은 연 10%대였다. 2000년대 이후 경제성장률이 5%대에 머물면서 한전의 전력판매 역시 5% 안팎으로 떨어졌다.

여기서 한전의 또 하나의 약점이 등장한다. 한전 이익 기반의 99%가 국내에 있다는 점이다. 59%대 영업이익률을 자랑하는 한전의 필리핀 전력사업이 안겨준 지분법평가익은 아직 1000억원대다.

따라서 한전은 현재 사업의 0.2%인 해외사업을 2015년까지 8~9%대로, 2020년까지 10%대로 늘릴 계획이다. 진출전략 역시 발전소 건설부터 배전과 송전, 자원개발, 인수합병(M&A)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수립되고 있다.



한전은 지난 6일엔 나미비아의 우라늄광 공동개발을 위해 캐나다회사 '포시스'와, 지난 9월엔 'TGC4'란 전력사의 지분인수를 위해 러시아전력공사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한전은 해외사업을 도약대 삼아 2015년에 45조원, 2020년 56조원 매출을 올릴 계획을 세우고 있다.

◇기후변화ㆍ왓컴의 압박 속 '통일 수혜'의 매력



창립 46주년의 노익장을 자랑하는 한전한테 만만치 않은 도전과제는 지구환경에서 나타났다. '기후변화'. 한국 전체 이산화탄소 배출량 중 한전과 발전자회사들의 배출량이 약 25%를 차지한다.

한 에너지기술 전문가는 "한전의 발전효율은 일본에 이어 2위 수준이라 한국이 온실가스감축 의무를 부과 받더라도 한전이 온실가스를 더 줄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전력 생산, 판매 시장에서는 경쟁이 시작됐다. 이미 국내 전력 중 약 10%가 GS파워셀 등 지역난방업체와 지역열병합발전소에서 생산되고 있다. 열병합발전, 태양광 등 에너지기술 즉 왓컴들이 발전할수록 한전의 국내 시장은 잠식 당한다.



이에 대비해 해외전력사들은 에너지원을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정수영 에코프론티어 지속가능금융센터 팀장은 "스페인 전력회사인 '이베드롤라(Iberdrola)'는 2005년 재생에너지원 사용률이 13.7%에 이르는 반면 한전은 아직 1%대"라고 지적했다.

정 팀장은 "한전이 자주 참고하는 일본의 동경전력은 유러스(Eurus Energy Holdings)라는 세계적 풍력발전 개발회사를 자회사로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다른 한편에선 한전의 수익성을 높일 기회가 서서히 다가오고 있다. 한전자회사의 민영화, 남북관계의 개선이 그것이다.



홍성국 대우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한국 같이 작은 나라에서 발전산업을 미국처럼 경쟁체제로 갈 수는 없겠지만 한전의 자회사 민영화는 대내외 경쟁을 통해 효율성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홍 센터장은 "한전은 가장 큰 하드웨어가 있는 회사"라며 "민영화로 수익을 높일 수 있는 여지가 상당히 많다"고 덧붙였다. 한전의 최근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6배다.

전력산업의 블루오션은 바로 옆에서 열리고 있다. 북한이다. 홍 센터장은 "30여년쯤 후엔 남북관계가 개선되거나 통일이 진전되지 않겠는가"라며 "이때 한전은 가장 큰 수혜를 얻는 기업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전 필리핀 일리안발전소 전경.ⓒ한전↑한전 필리핀 일리안발전소 전경.ⓒ한전


◇한전의 출자회사 및 해외사업 (자료 : 한국전력, 대우증권, 괄호 안은 지분율)
△발전자회사
한국수력원자력, 한국남동발전, 한국중부발전, 한국서부발전, 한국남부발전, 한국동서발전(이상 100%)
△주요 자회사
한국전력기술(97.9%), 한전KPS(100%), 한전원자력연료(96.4%), 한전산업개발(49%), 한전KDN(100%), 전력거래소(50%), LG파워콤(43.1%), 한국가스공사(24.5%), 한국지역난방공사(26.1%)
△주요 해외 사업 현황
한전홍콩, 한전필리핀지주회사, 한전필리핀홀딩스, 한전중국국제유한공사, 한전감숙국제유한공사, 한전레바논유한회사, 한전내몽고국제유한공사(이상 100%), 한전아시아인터내셔널(58%), 한전나이지리아(15%)

◇한전 주요 연혁
△ 1961년 7월 한국전력주식회사 발족 (3사 통합 : 조선전업, 경성전기, 남선전기)
△ 1982년 1월 한국전력공사 발족
△1989년 08월 한전주, 국민주 2호로 국내 증권거래소 상장
△ 1994년 10월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
△1997년 8월 KEDO 원전 착공식, 함경남도 신포 현지에서 개최
△ 1998년 12월 필리핀 말라야 발전소 준공
△ 2001년 4월 발전부문 6개 자회사로 분리
△ 2002년 6월 필리핀 일리한복합화력 준공
△ 2005년 11월 배전승압 220V 완료, 변전설비 2억kVA 달성
△ 2006년 9월 독립사업부제 발족
△ 2006년 12월 공기업 고객만족도 8년 연속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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