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카드혜택과 가맹점 수수료

김대평 금융감독원 부원장 2007.11.14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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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카드혜택과 가맹점 수수료


최근 신용카드사들은 신용카드와 체크카드의 가맹점 수수료를 일정 수준 인하조정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가맹점 수수료율은 전반적으로 그 수준이 높고, 업종 간 격차도 클 뿐만 아니라, 체크카드에도 신용카드와 같은 수수료율을 적용하는 등 합리성이 결여되어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감독기구는 금융연구원이 마련한 신용카드 가맹점수수료 원가산정표준안을 카드사에 제시한 바 있으며 이번 인하조정은 그 결과라 할 수 있다. 또한, 일회성 인하 보다는 수수료 체계를 합리적으로 정착시킴으로써 시장의 신뢰를 확보하는 데 그 근본 목적이 있다.



원가산정표준안에서는 가맹점수수료라는 시장가격에 원가개념을 도입하여 가격 산정 시 참고할 근거를 마련케 하는 동시에 신용카드사, 가맹점, 회원 중 신용카드 이용을 통해 혜택을 받는 자가 비용을 부담하는 수익자부담원칙을 제시하고 있다.

혹자는 금융서비스업에서 비용을 정확히 배분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원가개념 도입은 무의미하며, 아예 감독기구가 가격을 정해 주는 게 낫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감독기구가 시장가격을 정할 수 있는 것도 아니며 복잡한 현실 여건을 감안할 때 원가산정 표준안을 바탕으로 카드사 스스로 수수료 체계를 개선하는 것이 최선의 대안이라 할 수 있다. 카드사가 합리적이고 투명하게 수수료 체계를 개선함으로써 결정된 가격이라야 시장 신뢰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한편 회원 입장에서는 가맹점 수수료를 인하함으로써 신용카드 부가서비스가 축소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할 수 있다. 더구나 일부 언론에서 가맹점 수수료 인하와 주유할인서비스 축소를 연계 보도함으로써 이러한 추측이 더 설득력을 갖기도 한다.
그러나 과도한 부가서비스의 축소는 카드사가 출혈경쟁을 지양하고 수익의 범위 내에서 부가서비스를 제공하려는 경영합리화 노력의 일환이지, 가맹점 수수료 인하 때문은 아니다.

작년 하반기부터 카드사들은 앞 다투어 부가서비스 인상 경쟁에 뛰어들었다. 경제활동인구 1명이 평균 3.7장의 카드를 보유하고 있을 만큼 카드시장이 이미 포화상태이므로 다른 카드사 회원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파격적인 부가서비스의 제공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 중 주유할인서비스는 대표적인 출혈 마케팅의 하나로 지목되었던 것으로 카드사들은 이미 연초부터 서비스 축소계획을 세워 추진해왔다. 기존 회원의 서비스는 유지하되 신규회원을 대상으로 주유할인의 폭을 줄임으로써, 수익창출능력 범위 내로 부가서비스 수준을 조정하고자 하는 목적이었다.


당장은 신규회원이 받던 많은 혜택이 줄어드니 불만스러운 부분은 있겠으나, 무리한 출혈상품을 통해 지출되는 비용은 결국 기존 회원과 가맹점의 부담으로 전가될 공산이 크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부가서비스는 회원의 수익기여도에 상응하는 적절한 수준이 되어야하며, 수익성과 건전성을 저해하는 과당경쟁 소지가 있는 마케팅은 가맹점 수수료 인하와 별개로 그 자체로서 개선되어야 할 대상이다.

그간 카드사들은 구조조정을 통해 양적인 면에서 상당한 경영정상화를 이뤘다. 그러나 카드사에 대한 시장의 요구수준은 여전히 높다. 시장은 카드사가 합리적인 가맹점 수수료 체계를 갖추고, 다양한 상품발매를 통해 소비자의 선택권을 강화하면서도 과열경쟁은 자제하고 흑자 기조를 유지하여 제반 건전성을 개선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요구를 만족시키려면 제일 먼저 카드사의 수익비용구조를 그동안의 고수익-고비용 구조에서 저수익-저비용구조로 전환하여 적정수익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질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카드사들은 가맹점 수수료 체계를 개선하고 지속적으로 유지·발전시켜 나가는 등 많은 도전과 과제를 안고 있다. 아무쪼록 이번 일을 계기로 카드사들이 시장의 요구에 부응하여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대처함으로써 새롭게 도약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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