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뒤 성장엔진을 M&A 하라"

머니투데이 임대환 기자 2007.11.12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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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금융한국 '새로운 10년을 위하여'(1)도약이냐 좌절이냐 '신성장 화두'

1997년 혹한과 함께 찾아온 외환위기는 한국경제에 위기와 기회를 동시에 안겨줬다. 대기업들의 잇단 도산과 금융회사들의 퇴출로 수만 명의 직장인이 거리로 내몰렸지만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통해 산업과 금융의 토대는 더욱 탄탄해졌다.

그러나 금융산업이 위기에서 완전히 자유로워진 것은 아니다. 앞으로 '새로운 10년'(New Decade)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선진국 수준으로 한 단계 도약하느냐, 아니면 그 문턱에서 주저앉느냐가 결정될 수 있다. 우리 금융산업이 새로운 10년을 어떻게 맞아야 할지를 5회에 걸쳐 점검한다.



"10년 뒤 성장엔진을 M&A 하라"


# 2007년 11월

 "앞으로 은행업은 새로운 위험과 기회를 함께 갖게 될 것이다. 국민은행도 이에 제대로 대응치 못한다면 10년 대계의 꿈을 접어야 하는 고통의 시간이 될 수 있다. 소매금융을 기반으로 서민금융, 카드, 자산운용, 신탁, 보험, 증권, 투자금융업 등 전 금융영역에 걸친 종합금융서비스그룹이 되겠다." (강정원 국민은행장·11월1일 창립 6주년 기념사)



 "현재 금융업은 은행·증권·보험업종간 경쟁과 통합화 과정에 있다. 미래는 통합된 금융네트워크와 유통 및 통신 등 이업종 네트워크 간의 경쟁구도가 될 것이다." (김종열 하나은행장·11월1일 인하대 특강)

 우리 금융산업의 주력인 은행의 경쟁은 과거 어느 때보다 치열하다. 최소한 국민은행과 우리·신한·하나금융지주 등 '빅4'만 보면 인수·합병(M&A)을 통해 언제든 1위 자리를 차지할 수 있는 상황이다. 외국계 은행이 수위에 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2017년 11월


 10년 후 금융산업 구도는 어떻게 변할 것인가. 우선 총자산 600조원대 종합금융그룹이 탄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총자산 600조원은 올해 기준으로 세계 1000대 은행 중 30위권에 드는 규모다.

 은행권은 인수·합병(M&A)과 해외 진출이 속속 진행되면서 2017년에는 소매금융과 해외시장에 강점을 둔 곳으로 대별될 전망이다. 국민은행은 10년 후에도 국내 소매금융시장에 우위를 보일 여지가 있다. 이미 기반을 다진 소매금융부문에 더해 서민금융업 진출도 꾀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취약한 해외네트워크는 해외 진출 및 투자은행(IB) 전환에 상당한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하나금융지주는 금융상품 등에서 계열사간 시너지 효과를 보고 있다는 점이 유리한 조건이다. 외형이 상대적으로 작지만 주주관계가 안정적이고 M&A 경험이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인수주체로 성장할 수도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해외네트워크는 아직 빈약한 편이다. 현재 해외법인 1곳과 지점 6곳 만을 갖고 있다. 김승유 회장이 중국 동북 3성과 북한 진출에 강한 의욕을 보이는 것도 이같은 취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이라고 판단한 때문으로 보인다.

 '빅4' 중 해외 진출에 가장 유리한 조건을 갖춘 곳은 우리금융지주다. 현재 확보한 해외네트워크는 현지법인 3곳, 지점 15곳에 미국법인인 우리아메리카은행도 18개 지점을 갖고 있다.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여겨지는 투자은행(IB)부문도 속도를 내고 있다. 다만 민영화가 최대 변수다. 익명을 요구한 시중은행 임원은 "우리금융의 경우 민영화가 되면 앞으로 통합의 대상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한금융지주는 가장 빨리 지주회사로 전환, 국내에선 처음으로 총자산 600조원 벽을 넘을 수 있다는 예상이다. 현지법인(5개)과 지점(13개) 등 10개국, 19개 점포의 해외네트워크도 국민은행이나 하나지주보다 유리한 조건이다. 하나금융과 마찬가지로 경영 리더십의 체계적인 승계 여부가 변수다.



#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

 이런 예상이 쉽게 이뤄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금융시장의 환경이 예전같지 않기 때문이다. 국내 금융시장의 경쟁이 임계점에 다다르면서 갈수록 은행들의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 해외 진출도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고, 투자금액만큼 효과를 볼 수 있을지도 장담할 수 없다.

 금융연구원의 구본성 금융회사 경영연구실장은 "최소한 자산규모 400조원 이상은 돼야 세계 랭킹 안에 드는 규모를 갖췄다고 할 수 있을 것"이라며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대형 금융기관간 M&A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머니투데이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금융회사 전략담당 임원들은 가장 시급한 과제로 전문인력 확보를 꼽았다. IB로의 전환작업이 절실하고 이를 위한 조직 내부의 경영철학과 전략의 마련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금융감독제도의 선진화 및 규제 완화도 필수라는 것이 금융기관들의 한결같은 견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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