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세', '전기료', 사회합의 어떻게?

홍콩=박유경 아시아지속가능투자협회(ASrIA) 연구원 2007.11.13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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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기업의 조건]<3-2>전력산업의 환경,사회,지배구조리스크

편집자주 사람 나이 100살엔 혼자 먹고 살기도 힘들다. 그러나 기업은 다르다. 기업은 100살이 넘어도 성장한다. 경제와 사회를 이끈다. 한국의 미래 증시를 이끌 기업의 조건은 무엇일까? 머니투데이는 아시아지속가능투자협회(ASrIA), 에코프론티어와 공동기획으로 국내 대표업종 대표기업의 지속가능성을 9회에 걸쳐 분석한다.

지금은 아니지만 한때 전력요금은 '전기세'라고도 불렸다. 우리 국민은 전력요금을 전력사용의 대가로 지불하는 요금이 아니라 나라에 내는 세금이라고 받아들였던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것이 한전과 6개 발전자회사를 둘러싸고 있는 사회적(Social) 이슈와 지배구조(Governance) 이슈의 단면을 설명해준다.



이는 다가오는 '기후변화' 라는 대표적인 환경(Environmental) 이슈와 더불어 한전의 지속가능성에 큰 도전과제가 될 것이다.

한전의 지배구조 문제는 우리나라 전력산업구조에 뿌리가 있다. 한전은 전력생산에 필요한 에너지원료 중 97%를 해외에서 수입한다. 따라서 한전의 수익구조는 세계 상품(Commodity)시장과 환율 변동에 완전히 노출되어 있다.



그러나 한국의 전력요금은 원가연동구조가 아니다. 원가상승 요인이 충분히 있고, 물가상승 압력이 낮아 요금 인상이 경제에 부담을 크게 주지 않는다는 정부의 정책적 판단이 있을 때에만, 한전은 비로소 전력요금을 올릴 수 있다.

기업이 자기운명 (수익구조)을 스스로 결정할 수 없는 의사결정 구조. 이것은 한전에 지배구조 논란을 불러일으킨다.

여기에 '기후변화' 라는 불확실성이 더해지면 문제는 더욱 심화된다. 우리나라의 이산화탄소(CO2) 배출량의 82%가 에너지소비에 기인한다. 한전이라는 단일 기업집단이 배출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국가 전체의 25%로, 국내 기업 최대량이다.


원료의 해외 의존도가 심한 상황에서, 정부와 한전이 취할 수 있는 선택은 매우 제한적이다.

예를 들어, 전력생산의 약 40%를 차지하는 석탄과 석유가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많다고 해서 한전의 발전을 단기간에 LNG나 원자력으로 돌릴 수는 없다.



전력생산의 약 25%를 차지하는 LNG는 20년 이상 장기수입계약 (Take-or-pay Agreement)에 묶여 있다. 게다가 수입을 늘리려면 터미널 건설 등 인프라 투자를 늘려야 한다.

원자력 발전은 핵폐기물 처리,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안전성을 둘러싼 논란을 가라앉히기가 힘들다. 이 때문에 원자력 발전소는 부지를 정할 때마다 지역사회 갈등을 고조시킨다. 건설 공기가 5년 안팎으로 장기간이라는 점도 취약점이다.

정부가 '기후변화' 이슈에 충분히 효율적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그것은 고스란히 한전 또는 국민들의 부담이 된다. 정부가 현재까지 내놓은 온실가스 배출 저감대책의 대부분은 에너지절약이나 에너지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에 촛점이 맞추어져 있다.



그러나 불행히도 우리의 전력요금체계는 이를 담보하는 방향으로 디자인되어 있지 않다. 우리 요금체계에선 용도별로 요금을 낸다. 절전을 유도하려면 전력소비량에 따라 요금을 내는 '누진제'가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

게다가 산업계가 에너지절약이나 효율성 증대를 위해 노력할 만한 인센티브 역시 적은 편이다. 산업용 전력요금은 킬로와트(kWh)당 64.85원으로, 주택용 (113.48/kWh)이나 일반용(97.9/kWh)에 비해 현저히 낮다.

기후변화는 한전에게 새로운 차원의 사회적 화두를 던져준다. 어떤 식으로 접근하든 결국 기후변화는 전력요금을 끌어올릴 수밖에 없다. 국민적 대화의 필요성이 시급하게 대두된다.



최근 몇년간 누진요금제 적용을 둘러싸고 매년 여름 한전이 여론의 집중공격을 받았던 사례를 볼 때, 사회적 동의 없는 전력요금의 상승이 가져올 결과는 예측하기 힘들다.

한전은 이제 새로운 차원의 도전과제 앞에 섰다. '다가오는 사회문제를 풀어갈 수 있는 기업 내의 역량은 충분한가, 가격결정 과정은 투명한가, 정보공개(Disclosure)는 충분히 이루어지고 있는가.'

도전에 대한 실패는 기업 명성의 치명적 손상으로 이어진다. 이미 SK로 대변되는 정유업계의 실패가 잘 보여주고 있다.



기업의 지속가능성이 기업이 존재할 것이냐 말 것이냐를 의미한다면 한전의 지속가능성은 당연히 최고 수준이어야 한다. 100년 후에도 우리는 전기를 써야할 것이니까.

그러나 그것이 수익성의 지속가능성을 논하는 것이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기후변화는 전력산업의 위기지만, 이를 계기로 현재의 전력요금구조가 더 투명하고 합리적인 방향으로 바뀐다면 오히려 기회가 될 것이다. 박유경 아시아지속가능투자협회(ASrIA)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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