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롱마을에서 정수된 물을 생수통에 <br>
받고 있는 희망대장정팀의 김이경씨.](https://thumb.mt.co.kr/06/2007/11/2007111115123828635_1.jpg/dims/optimize/)
받고 있는 희망대장정팀의 김이경씨.
허겁지겁 허기를 채우고 끈적끈적한 몸을 씻어내기 위해 샤워기를 틀었을 때, 흘러나오는 건 얼음처럼 차가운 물이었다. 종업원이 미안한 얼굴로 "오늘은 날씨가 흐려서 따뜻한 물을 사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1992년, 네팔사람들은 네팔 최대의 관광지인 안나푸르나 지역을 보전하기 위해 안나푸르나 보전구역 프로젝트(ACAP: Annapurna Conservation Area Project)를 시작했다.
외국인이 보전구역 내에 진입할 때마다 내는 입장료는 2000루피, 우리 돈 2만8000원이다. 네팔의 물가에 비해선 상당히 큰 돈이다.
![↑네팔 나야풀의 안나푸르나 <br>
출입사무소와 ACAP 사무소. <br>
안나푸르나엔 7곳의 ACAP <br>
사무소가 있다.](https://thumb.mt.co.kr/06/2007/11/2007111115123828635_4.jpg/dims/optimize/)
출입사무소와 ACAP 사무소.
안나푸르나엔 7곳의 ACAP
사무소가 있다.
이 시각 인기 뉴스
△종 다양성을 보존하고 불법채취를 감시하는 '천연자원 보존' △환경보전의 필요성에 대한 자각을 높이기 위한 '학교환경교육' △태양열 난로와 소형수력발전기 등 '대안 에너지 보급' △식수 보급 및 다리 설치 등 '마을개발' △지역 주민의 소득증대를 위한 '관광 경영과 농업기술 교육' △부녀회를 중심으로 한 '여성 개발' 등등.
네팔 간드룩마을의 ACAP직원인 샴 구룽씨는 "매년 각 마을발전위원회가 마을발전을 위한 프로젝트를 제안하면 ACAP에서 선별하여 입장료로 조성된 자금을 분배한다"고 소개했다. 이를 통해, 지역 내 학교의 운영비를 충당하고 다리나 수력발전기 등 기반 시설을 설치한다.
ACAP이 이끌어낸 자치의 힘은 의외로 컸다. 심지어 '산장경영위원회'는 보전구역 내 모든 물가를 결정하는 권한을 보장 받고 있었다. 대신 위원회는 지역 내 가격 경쟁을 지양하고 자율적인 관리를 위해 노력하는 의무를 부여 받았다.
해발 2170미터 고도의 촘롱(Chhomrong) 마을에서부터는 플라스틱생수병을 쓸 수 없다. ACAP이 네팔의 기술로는 재활용할 수 없는 플라스틱 물통의 반입 자체를 금지한 탓이다. 그래서 방문객들은 각자 물병을 하나씩 들고 다닌다. 상점에서는 손님들의 물병에 히말라야의 맑은 물을 정수해 채워준다.
이 마을에서 우리는 '산장경영위원회 대표' 출신의 나르제만 구룽씨를 만났다. 25년간 산장을 운영한 그는 "15년 전 ACAP이 시작되기 전까지는 모든 산장과 식당이 제 맘대로 운영됐고 환경 문제도 심각했다"고 전했다.
![↑안나푸르나 산장들의 태양열설비.](https://thumb.mt.co.kr/06/2007/11/2007111115123828635_3.jpg/dims/optimize/)
"관광객들이 많이 찾아오면 환경 오염이 발생하고 서구문화 수입으로 전통 문화가 단절될 수 있습니다. 제 아이들도 서구문화를 너무 좋아해 걱정이에요. 그러나 히말라야의 삶은 척박합니다. 관광객 덕분에 우리의 삶이 진보한 것은 명백한 사실이에요."
안나푸르나 보전구역의 모든 식당이 똑같은 메뉴에, 똑같은 가격을 받는다. 메뉴판까지 똑같은 모양으로 디자인된 식당들을 보면서 우리는 잠깐 '비교와 선택이 불가능한 상황은 부당하다'고 느꼈다. 하지만 이것이 '불빛보다 별빛이 더 밝은 지역에서 살기 위해 주민들이 고안한 방법'이라고 생각하니 오히려 감탄스럽게 여겨졌다.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의 유명한 고전 '오래된 미래'에는 척박하지만 풍부한 문화를 가졌던 인도 라다크 지역의 비극이 나온다. 오래도록 외부인의 발길이 드물었던 이 곳에 서구의 많은 관광객들이 방문하게 되면서, 지역의 환경은 오염되고 지역의 전통문화는 파괴된다. 배낭여행을 좋아하는 평범한 대학생이던 우리들에게 '오래된 미래'의 메세지는 깊은 여운을 남겼다.
그 때 우연히 학교 도서관 한켠에서 찾은 낡은 책에서 우리는 네팔 안나푸르나의 '지속가능한 관광'을 위한 ACAP에 대한 이야기를 읽고 이곳까지 왔다. 이들의 시도는 낡은 책 속에만 있기엔 너무도 신선하다.
![↑관광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마을 주민은 농사와 가축 사육으로 어렵게 생계를 잇는다.](https://thumb.mt.co.kr/06/2007/11/2007111115123828635_2.jpg/dims/optimiz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