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적 은행들도 '인사이트 펀드' 판매 열풍

머니투데이 임동욱 기자 2007.11.10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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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4은행 중 신한빼고 모두 가세

미래에셋의 '인사이트펀드'가 은행권 프라이빗뱅킹(PB)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보수적인' 시중은행들이 '몰빵펀드','묻지마 펀드'라는 일부 지적에도 앞다퉈 판매에 나서고 있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인사이트펀드'설정(10월31일) 직후 판매여부를 놓고 잠시 고민했다. '리스크가 높다'는 일부 의견 때문이었다. 하지만 '고객들이 원한다'는 의견이 우세해 판매를 결정했고, 결과는 기대이상었다.

지난 2일 3000억원 한도로 시판에 나선 후 고객들의 가입이 밀려들어와 다시 한도를 5000억원으로 높여야 했다. 결국 5영업일만인 8일 이마저 '조기매진'됐다. 더 팔려면 미래에셋에서 추가 배정을 받아야 한다.
 
그동안 미래에셋 펀드 판매에 소극적이었던 우리은행이 '인사이트 펀드'를 취급하는 것도 이런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 시장 추이를 지켜봤던 하나은행은 8일부터 인사이트펀드 판매에 가세했고, SC제일은행도 조만간 판매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인사이트 펀드'를 판매하는 은행은 국민ㆍ우리ㆍ하나ㆍ기업· 대구ㆍ경남ㆍ광주ㆍ전북ㆍ수협 은행 등 모두 9곳이다. '빅4 '은행 중 신한은행만 빠졌다. 그러나 신한은행 고객은 계열인 굿모닝신한증권을 통해 이 펀드에 가입할 수 있어 사실상 은행권이 '인사이트 펀드'에 나서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사이트 펀드'는 최대 100%까지 국내외 주식, 채권 등에 투자한다. 투자설명서에 명시된 위험등급도 2등급(높은 위험)으로 높다.
그런데도 은행들까지 경쟁적으로 판매에 나선 데는 리스크가 우려만큼 크지는 않다는 PB들의 판단과 고객들의 높은 관심이 작용했다.
 
하나은행의 한 웰스매니저(WM)는 "인사이트펀드는 흔히 말하는 '몰빵펀드'가 아니다"라며 "세계시장 중 이머징마켓에 포커스를 맞춰 출시한 글로벌펀드"라고 말했다. 그는 "전반적으로 기존펀드와 리스크 측면에서 큰 차이가 없다"며 "오히려 중국펀드가 더 위험하다"고 덧붙였다. 기존 글로벌 펀드들이 벤치마크지수 등을 추종하다보니 자산이 필요 이상으로 여러 곳에 분산돼 성격이 모호해 졌는데 미래에셋이 이를 바꾸려 한다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인사이트 펀드'가 고객의 정서를 잘 짚었다는 점도 인기 비결로 꼽힌다. 국민은행의 한 PB팀장은 "중국펀드에 대한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 글로벌시장에 자유롭게 투자할 수 있는 상품을 내놨다는 것은 미래에셋이 고객을 잘 이해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신한은행의 한 PB팀장도 "한국인의 성격에 적합한 상품"이라고 평가했다.
 
은행PB들은 그러나 '인사이트 펀드'에 대해 '환상은 버려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 PB는 "펀드 규모가 3조원을 돌파함에 따라 한곳에 '몰빵'하지 못할 것인 만큼 '대박' 기대는 버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PB들은 이 펀드 자체의 리스크 보다 운용사 리스크에 신경을 쓰고 있다. 한 PB는 "상품은 괜찮지만 자산운용 시스템이 수십년의 경험을 축적한 곳보다 떨어진다는 점이 문제"라며 "미래에셋이 하락장에 약한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은행의 PB도 "피델리티, 템플턴 등 세계적인 운용사들이 미래에셋보다 규모가 작아 이같은 펀드를 만들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리서치 능력, 펀드매니저들의 시장판단력 등이 어떨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은행PB들은 '인사이트 펀드'의 기대수익률을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을까. 한 PB는 "글로벌자산배분펀드를 가장 잘 운용한다는 메릴린치의 경우 연 수익률이 약 20%"라며 "인사이트펀드 역시 이 수준을 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PB는 "사실상 헷지펀드 성격이 강한 이 펀드의 초기수익률이 좋지 않을 수 있지만 2년 정도 지나면 수익률이 높아질 것"이라며 "고객들에게 보유 자산의 절반을 인사이트펀드에 투자하지는 말되 일정부분은 넣을 것을 권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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