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불위' 고발 프로에 中企 '쑥대밭'

머니투데이 박희진 기자 2007.11.09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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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토 중금속 논란 제기에 황토업계 전체 고사 위기

↑(출처:KBS 홈페이지)↑(출처:KBS 홈페이지)


소비자 권익 보호라는 '공익성'을 내세운 소비자 고발 프로그램의 '무소불위'에 가까운 파급력에 중소기업들이 고사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최근 무차별적인 소비자 고발 프로그램으로 생존의 기로에 선 중소기업들이 바로 황토팩 업계다.



지난달 초 'KBS 이영돈 PD의 소비자 고발' 프로그램이 시판중인 황토팩에서 납, 비소 등 중금속이 검출됐고 쇳가루도 발견됐다고 방송하면서 황토업계는 존폐 위기에 놓였다.

방송 내용에 대해 일부 논란의 여지가 남아있고 일부 업체에 국한되는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방송이 일단 나간 뒤에는 업계 전체가 심판대에 올랐다.



방송의 막강한 파급력과 '충격요법'을 일삼는 자극적 방송으로 일부 몰지각한 업체의 문제가 업계 전체의 문제로 비화된 것. 무고한 중소기업들만 치명적 피해를 입고 있다는 지적이다.

◇"방송 이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KBS '이영돈 PD의 소비자 고발' 프로그램은 9월 28일 예고방송에 이어 10월 5일 '충격!황토팩에서 중금속 검출' 방송을 내보냈다.


이번 방송에 가장 민감하게 대응한 곳은 바로 참토원. 방송에 업체 실명이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황토업계 1위 업체이자 탤런트라는 공인으로 평소 '황토 전도사'를 자처한 김영애씨가 부회장직을 맡고 있는 참토원은 방송 이후에 피해가 불보듯 뻔했

기때문에 방송전부터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 등 강경하게 대응했다.



그러나 방송은 예정대로 강행됐고 방송 이후 빗발치는 소비자 항의에 참토원은 일대 위기에 놓였다.

사태가 일파만파 커지자 참토원은 식약청의 공식 조사 결과가 나오기 이전에 자체 조사를 통해 '무해'를 입증했다. 사건 한달여만에 공식 발표된 식약청 조사 결과도 중금속 '적합'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김영애씨는 식약청 조사 발표 이후 기자회견을 열고 "(무해가 입증돼도) 방송 이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중금속, 쇳가루 등 원색적인 표현으로 황토에 대한 이미지가 바닥에 떨어진 만큼, 쉽사리 회복이 어려울 것이라는 참담함의 표현이다.



김영애씨는 "이번 일을 겪으며 만두 파동 때 자살한 사람의 심정이 이해가 갔다"며 "이런 일이 터지면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은 버텨낼 힘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참토원은 이번 방송 여파로 극심한 경영 위기에 직면했다. 홈쇼핑 판매가 전면 중단되면서 판매는 '올스톱'됐다. 김영애는 "월 평균 매출이 60억원 정도인데 방송 후 단 한팩도 판매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잘못 없지만 반품을 안해줄수가 없었어요"



막대한 피해를 입은 것은 업계 1위 참토원 뿐만이 아니다. 참토원과 함께 시장 점유율 80%를 차지하고 있는 2위 업체 오색황토는 더욱 억울한 상황이다.

오색황토는 이번 방송에서 조차 문제가 전혀 없었던 업체였지만 황토팩 안전성 논란이 전체 업계로 비화되면서 무고하게 희생당했다. 지난해 500억원대의 매출을 올린 오색황토의 홈쇼핑 판매도 중단됐다.

오색황토는 "KBS가 문제제기한 원산지, 중금속, 쇳가루 등 3대 쟁점 사항에 대해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으로 조사됐지만 방송 직후 빗발치는 고객 항의을 버텨낼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때문에 잘못도 없이 반품까지 해줘야했다. 고객항의가 극심해 반품을 해주지 않을수 없었다는 것.



그는 "홈쇼핑 전화 상담원이 (고객 항의에) 유산을 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고객들의 원성이 엄청났는데 당장 반품을 요구하는 고객들의 요구에 맞설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공익성 취지 이면, 선정적 보도 '우려'

최근 소비자고발 프로그램은 높아진 소비자 위상과 함께 방송가에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KBS(이영돈 PD의 소비자 고발) 뿐만 아니라 MBC(불만제로), SBS(사기예방 프로젝트 트릭) 등 지상파TV 대부분이 소비자고발 프로그램을 내보내고 있는 상태. 그간 기업의 '횡포'에 밀려있던 소비자 권익 문제를 다룬다는 점에서 시청자들로부터 큰 호흥을 불러일으키며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그러나 공익성을 내세우고 성역없이 소비자 권익을 보호하겠다는 취지 이면에는 시청률을 의식한 선정적인 소재 선정과 방송 방식으로 소비자고발 프로그램 자체가 '고발대상'이 돼야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식음료업계의 한 관계자는 "방송사 소비자고발프로그램의 실험성은 높이 사지만 PD들이 사내 검증시스템없이 일방적인 주장만을 내보내는 건 위험천만한 일"이라며 "자기들만의 주장이 옳다는 식의 독선적인 프로그램 제작을 내버려두는 방송사 시스템부터 뜯어고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KBS '이영돈PD의 소비자고발'의 이영돈 CP는 "우리의 방송 목적은 생산자와 소비자가 같이 잘사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며 방송으로 인해 어떤 특정 업체에 고의적으로 피해를 입힐 생각도 전혀 없다"며 "생산자에게 문제가 있다면 잘못을 인정하고 고치면 된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또한 식약청 공식 결과가 발표됐지만 KBS 제작진측은 여전히 엇갈린 입장을 보이고 있다. KBS측은 이날 '2탄'을 방송, 쇳가루 부분과 식약청에서 진행된 검사와 똑같은 방법으로 진행된 결과도 공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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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소비자불만의 임채유 CP는 "시간을 들여 실험 분석을 의뢰하고 다양한 경로의 정확한 분석과 취재를 통해 방송을 제작하고 있다"며 "과학적 뒷받침없이 제작하는 경우가 없다"고 말했다. 또 쇼 형식의 방송 포맷에 대해서는 내용을 재미있게 전달하자는 취지로 인한 것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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