옌볜아줌마도… 인사이트펀드 '열풍'

머니투데이 김동하 기자 2007.11.09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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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구마다 줄서기 1주만에 3조 흡수

#1. '같이 일하는 아줌마도 다 펀드함다. 미래에셋 펀드수익률이 좋다고 하고 인사이트펀드도 요즘 새로 나왔다고 이야기를 하데요. 나도 한국에서 일하며 번돈 미래에셋 펀드에 넣어 불릴까 함다."

서울시내 한 식당에서 일하는 중국 연변에서 온 한 아주머니의 말이다. 열심히 일해 차곡차곡 모아온 돈에다 앞으로 받을 월급도 아껴서 인사이트 펀드에 가입할 생각이란다.



#2. 30대 학원강사인 이 모씨는 점심을 빨리 해결하고 인사이트 펀드에 가입하기 위해 상계동 미래금융프라자를 찾았다. 그런데 '펀드 사모님'들이 이미 기다란 줄을 만들고 있었다. 조금 기다려봤으나 줄이 줄어들지를 않았다. 판매사원들 역시 빗발치는 상담전화까지 받느라 속도를 내지 못했다. 1시쯤 대기표를 받고 나왔다.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아 1시간 강의를 마치고 2시30분경에 다시 창구를 찾았다. 하지만 이 씨가 가입을 마치고 나온 시간은 4시였다.

#3. 국민은행 내부에서는 당초 인사이트 펀드가 위험해 위탁판매를 하지말자는 의견도 있었으나 영업현실(?) 등을 고려해 판매키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판매한도도 처음엔 3000억원으로 잡았으나 최근 5000억원으로 늘렸다.



반면 키움증권이 자랑하는 온라인 펀드몰은 요즘 인기가 좀 시들하다. 인사이트펀드 뿐 아니라 미래에셋자산운용이 판매하는 모든 펀드가 키움증권 온라인 쇼핑몰에는 없다. 키움증권은 펀드 수수료를 낮춰서 저렴하게 팔겠다는 생각이지만, 미래에셋의 방향은 부가가치가 큰 펀드를 만들어 수수료도 높게 받는다는 입장이어서 코드가 서로 맞지 않다.

#4. 영업 부담에 시달리던 G모 증권사의 직원 김 모씨는 요즘 MSN과 네이트온 메신저의 별명을 '미래에셋 인사이트펀드 가입가능. 친절한 상담해드립니다'로 바꿨다. 그리고 나니 부쩍 펀드 가입문의가 늘어났다. 아직까지 미래에셋 펀드는 미래에셋증권 (20,500원 ▼150 -0.7%)에서만 파는 줄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았던 모양이다. 실제 김 씨는 메신저 별칭을 바꾸자마자 한 군대시절 후임병에게 인사이트펀드를 팔았다.

가히 미래에셋 인사이트 펀드 '열풍'이라고 할만하다. 설정 후 1주일만에 3조원을 훌쩍 넘는 자금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다. 작용에 대한 반작용으로 '열풍'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데시벨이 올라가고 있다.


8일 현재 미래에셋인사이트혼합형모펀드의 설정잔액은 3조3363억4700만원으로 늘어났다. 기준가는 1003.39원으로 상승반전했다.

지난달 말까지만해도 20개였던 판매사는 32곳으로 늘었다. 21개 증권사와 10개 은행, 그리고 미래에셋생명이다.

일부 증권사는 '미래에셋 인사이트펀드 팝니다', '가입 시간을 줄일 수 있습니다'등의 휴대폰 문자메시지도 전송하고 있다. 한 증권사 홍보팀장은 '굴욕 중의 굴욕이지만, 안팔면 바보지'라는 푸념도 전한다.

온라인 펀드몰도 상품권 제공 등의 유인책을 펴고 있지만, 판매액 비중은 2.86%에 불과하다.

불과 몇년 전만해도 규모 1조원 펀드는 먼 세상의 얘기였다. 그러나 지금은 설정 후 1주일만에 순자산이 아니라 판매액만 3조원을 훌쩍 넘는 펀드가 등장했다. 8일 현재 판매된 금액을 추가하면 4조원에 근접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쏠림현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어찌보면 자연스럽기까지 하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한다. "싱가포르에서는 한국의 이같은 펀드 쏠림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펀드에는 적정한 운용규모라는게 있으니까요. 무엇보다도 이해할 수 없는 건 투자자들입니다. 모두가 한 펀드에 가입하면서 어떻게 다같이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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