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명계좌가 되레 김용철변호사 발목잡나

머니투데이 김진형 기자 2007.11.07 17:07
글자크기

"조사하면 삼성 주장만 입증될 것"… 김변호사 "조작됐을까 걱정"

삼성그룹의 비자금 조성 및 광범위한 로비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불가피해진 가운데 현재까지 김용철 변호사(삼성그룹 전 법무팀장)가 제시한 유일한 물증인 '차명계좌'가 오히려 김 변호사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김 변호사가 삼성의 비자금 조성을 주장한 직접적 증거인 이 차명계좌가 조사해 보면 삼성그룹의 자금이 아니라는 점이 드러나 김 변호사 주장의 신뢰도를 크게 떨어뜨릴 것이라는 분석이다.



삼성그룹은 김 변호사의 폭로가 처음 나왔던 지난달 29일부터 이 계좌에 대해 시종일관 자신감을 보여 왔다. 삼성은 폭로 당일 '순순히(?)' 이 계좌의 존재를 인정하고 '회사 돈이 아니라 개인돈'이라고 해명했다. 그리고 지난 5일에는 '해당 계좌에 대한 구체적인 입출금 내역 조사 등을 통해 쉽게 확인이 가능할 것'이라며 오히려 계좌 조사를 요구했다.

이 같은 삼성의 자신감의 배경이 '실제 계좌 주인이 삼성이 아니기 때문'이라는 분석과 '계좌를 조회하더라도 누구인지 찾아내기 불가능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라는 분석 등이 있지만 삼성은 전자라고 강조했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이 계좌의 실제 주인은 계좌를 조사하면 드러날 것"이라며 "계좌의 주인은 김 변호사도 이미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다른 고위 관계자는 "김 변호사가 밝힌 차명계좌에 대한 조사가 오히려 김 변호사에게는 약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사결과 차명계좌가 김 변호사의 주장을 뒷받침하는게 아니라 삼성의 반박을 증명해 줄 것이라는 얘기다.

삼성은 이 계좌는 김 변호사가 삼성 재직시 친하게 지냈던 동료의 부탁을 받고 개설한 것이며 '김 변호사가 퇴직 후에도 매년 이 계좌에서 발생하는 세금을 제공받아 자신이 대신 납부해 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 김 변호사는 지난 6일 오후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시간이 많이 지나 모든게 은폐, 조작되고 없어졌을까봐 걱정"이라며 삼성이 조작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는 "너무 많은 시간이 지나갔다. 막말로 기본 전산마저 싹 지워버리고 망가뜨리면 어떻게 하나"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수많은 차명계좌가 있는데 어떻게 다 조작할 수 있을까"라며 "(차명계좌는) 최소 1000개라고 본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5일 2차 폭로 기자회견에서 "차명계좌를 갖고 있는 일부 임원의 명단도 갖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금융감독위원회는 이날 차명계좌와 관련 "주민등록증 사본과 같은 실명확인 사본은 구비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으며 본인이 직접 계좌를 개설했는 여부는 현재 조사가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