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100달러 시대, 세계 경제 지형 바꾼다

머니투데이 김유림 기자 2007.11.07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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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100달러 시대가 눈앞으로 다가오면서 전세계 경제 지형도에도 지각 변동이 일고 있다.

10년 전 국가 부도 사태에 직면했던 러시아나 수십년간 중진국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베네수엘라가 두둑한 오일 머니를 바탕으로 경제 재건에 나서고 있고 앙골라와 노르웨이 등의 산유국들도 넘쳐 나는 오일 머니를 어디다 쓸지 몰라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반면 중국과 인도 등 눈부신 경제발전으로 주목받던 친디아는 치솟는 유가 앞에서 당황스런 모습을 보이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7일 유가 100달러 시대가 새로운 경제 질서를 만들고 있다고 보도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12월물 가격은 7일 시간외 거래에서 사상 처음 98달러를 돌파해 98.03달러까지 상승했다. 북해 유전 생산 중단과 미국의 원유 재고 감소 전망에다 달러 약세 등 악재가 겹쳐 이번주 안에 100달러를 곧 넘볼 기세다.



유가가 100달러를 넘으면 세계 경제사의 새 이정표가 쓰여지는 만큼 원유를 많이 확보한 국가와 그렇지 못한 국가 사이에도 희비가 교차할 수 밖에 없다.

뉴욕타임스는 러시아가 지난 7월 2014년 소치 동계 올림픽을 유치한 것 역시 오일 머니를 등에 업은 러시아의 부상을 보여주는 예라고 분석했다. 불과 10년 전 국가 부도를 면했던 러시아의 화려한 비상은 원유를 제외하고는 설명할 수 없다.

러시아나 베네수엘라, 노르웨이 등은 원유를 통해 벌어들인 오일 머니로 막강한 금융 권력도 덤으로 얻었다.


미국 케임브리지 에너지연구소(CERA)의 다니엘 예르긴 회장은 "불과 5개월 전만 해도 국부펀드란 단어는 사람들에게 생소했다"면서 "하지만 러시아 같은 국가가 원유 수입으로 조성한 국부펀드는 국제경제의 중요한 권력자로 인식되고 있다"고 말했다.

베네수엘라와 같은 개발도상국은 원유를 발판으로 평균적인 삶의 질을 높이려는 시도가 한창이다.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원유 개발과 수출을 통해 벌어들인 돈으로 건강과 교육 등 서비스를 개선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아프리카의 앙골라는 최근 원유 생산이 급증하면서 고급 외제차가 없어서 못팔 지경이고, 고급 호텔은 최소한 한 달 전에 예약해야 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앙골라의 경제 성장률을 24%로 예상했다.

반면 세계 경제의 중심부로 급부상한 중국은 치솟는 유가 앞에서 통제력을 잃고 있다. 최근에는 정유 회사들이 수지 타산이 맞지 않는다며 판매량을 줄여 버리자 주유소 앞에서 차들이 몇시간째 대기하는 사태까지 벌어져 정부가 유가 인상을 단행했다.

인도의 경우는 중국 보다 충격이 더 심각하다. 인도의 원유 소비는 중국의 3분의 1수준이지만 전체의 70%를 수입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고유가 시대의 떡고물을 얻는 국가도 있다. 독일은 원유 순수입국이지만 러시아와 중동의 경제 호황 덕에 이들 국가로의 수출이 늘었다. 독일의 대러시아 수출은 지난 2001년에서 2006년 사이 128%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대미 수출은 15% 증가하는 선에 그쳤다. 하지만 세계 경제 대국 4위의 독일이 러시아의 떡고물을 즐긴다는 것 자체가 격제지감을 느끼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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