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후보측은 '당혹감'과 '배신감'으로 혼돈과 격앙의 상태다. 적극 지원을 믿었던 이 전 총재가 발등에 도끼를 찍은 셈이기 때문이다. 측근들 사이에서는 "배신의 칼을 꽂은 것" "역사의 죄인" 등 격한 발언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온다.
여하튼 비상 상황으로 돌입함에 따라 대응책 마련에도 본격 착수했다. '우군'에서 '적'이 된 만큼 '이회창 때리기'에 올인한다는 게 기본 전략이다.
공격 지점은 이 전 총재의 아킬레스건인 2002년 대선 당시 불법 대선자금 유용 여부. 지난 1일 이방호 사무총장이 "이 전 총재와 연관된 대선 잔금 내역이 담긴 수첩을 최병렬 전 대표가 갖고 있다"며 폭로한 내용이다.
당내 강경파를 중심으로 최 전 대표를 설득해 '수첩' 내용을 공개하고 이 전 총재의 '부패' 이미지를 극대화시켜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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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후보측 선대위 핵심 관계자는 "이 전 총재가 대선자금으로 쓰다 남은 돈을 개인적 용도를 쓰거나 아직도 보관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고 입증할 만한 자료도 존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최대한 밝혀내 이 전 총재의 '부도덕성'을 알릴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강경모드' 일색에 대한 부담감도 없지 않다. '이 전 총재 흠잡기와 함께 보수 진영의 분열을 막기 위해서는 '후보단일화'도 염두에 둬야 하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채찍'을 들어야 한다는 강경 의견 외에 혹여 있을 수 있는 '단일화'에 대비해야 한다는 '당근파'도 존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후보의 핵심 측근은 "경쟁관계에 놓였지만 여권 후보를 공격하는 것처럼 하기에는 부담이 크다"며 "정권교체라는 대의를 위해 여지를 남겨두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른 측근도 "이 전 총재의 지지율엔 거품이 많다"며 "정동영 후보를 포함한 본격 3자구도가 전개되면 보수 표가 이 후보를 중심으로 모이고, 범여권도 정 후보를 중심으로 세결집을 시작하면서 이 전 총재는 완주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한나당내에서는 이 경우 힘이 딸린 이 전 총재가 이 후보 지지로 돌아서 극적인 '반전' 기회가 찾아올 수 있다는 판단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