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만삭스, 대한통운 딜서 '헛발질'

박준식 기자 2007.11.06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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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보)매각구조 잘못 예상해 올초 구주 매입..신주발행 확정돼 손실 낼 가능성

올초 골드만삭스 계열의 투자회사 트라이엄프 인베스트먼트는 금융감독원에 대한통운 주요주주로서 지분변동에 따른 보고서를 제출했다. 기존 지분(20.55%)에 850억원(주당 평균 9만8900원)을 들여 5.41%를 추가로 확보했다는 내용이었다.

대한통운의 최대주주(지분율 25.96%)로 자리를 굳히는 순간이었다.



법정관리 기업인 대한통운의 기존 주식은 아무리 많이 가지고 있어도 경영권을 확보할 수 없지만 골드만삭스는 투자를 단행했다.

법원이 대한통운의 새 주인을 선정하면서 새로운 인수자가 구주주들의 주식을 매입하게 할 것이라는 일말의 가능성에 '올인'한 것이다. 새 인수자의 구주매입이 이뤄지면 매각과정에서 경영권 프리미엄을 받을 것으로 예상한 게 '베팅'의 배경이었다.



하지만 이 가능성은 대한통운 매각을 위한 거래구조가 '신주발행 유상증자'로 사실상 확정되면서 현저히 낮아졌다. 이로인해 골드만삭스는 올 투자분에서 손실을 볼 수도 있다. 세계적 투자은행이 대한통운 딜에서는 '헛발질'을 한 셈이다.

신주발행 유증 확정= 대한통운 매각주관사인 메릴린치 컨소시엄 관계자는 6일 "최근 원매자의 구주매입 병행방식에 대한 논란이 있지만 법원을 포함, 매각 관계자들은 기존 입장을 고수하기로 했다"며 구주매입이 이뤄지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법원은 과거 국제상사나 충남방적 사례 등을 통해 구주주보다는 채권자들의 권리보전이 정리회사 회생절차에서 더 중요하다는 일관된 입장을 견지해 왔다.


매각을 주도하는 관계자들의 의견이 하나로 수렴됨에 따라 이 달 말로 발표된 매각공고 시기와 거래구조 논의는 사실상 마무리된 것으로 보인다.

구주주 반발 예상= 구주매입을 바라던 골드만삭스 등 기존주주들은 확정된 매각구조가 달갑지 않다.

기존 유통주식(1599만주)과 같은 수의 신주가 발행되면 주가 희석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구주매입 기대로 한껏 오른 주가(5일 기준 12만5000원) 역시 하락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실제로 유상증자 방식이 확정된 것으로 알려지자 6일 주가는 전일보다 8.8% 급락한 11만4000원에 마감했다. 주가하락이 이어지면 구주주들이 손실을 보게될 수도 있다.

대한통운은 유통주식수와 거래량이 많지 않아 기존 대주주의 지분매도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최근 10거래일의 하루 평균거래량은 1만5567주. 5%이상 대주주 지분 71.98%를 제외한 시장 유통주식수 448만여주(28.02%)의 0.4%에도 미치지 못한다.
회사측이 매각일정을 공표하면서 거래량이 많아진 게 이 정도다. 대주주들의 지분이 매물로 출현할 경우 주가에 큰 부담이 된다는 얘기다.

대한통운의 주요주주로는 골드만삭스 외에도 구주매입 방식의 인수합병(M&A)을 예상하고 지분을 사들인 STX팬오션(14.73%), 금호산업(14.11%) 등이 있다. 여기에 보증채권을 주식으로 전환한 서울보증보험(10.06%)과 자산관리공사(7.13%) 등도 포함된다.

대주주들 서로 다른 입장=서울보증보험과 자산관리공사는 최근 지분매각과 관련해 공동대응하기로 했던 입장을 철회했다. 주가하락이 예상되기 때문에 각자 지분을 알아서 처리하기로 합의한 것. .

주요주주 중 STX팬오션과 금호산업은 상황이 나쁜 편은 아니다. 두 기업 모두 골드만삭스보다 이른 2005년, 주가가 6만~7만원 일때 지분을 사들였다.

이들은 대한통운의 주가가 매입가격보다는 현재 50%가량 오른 상태이기 때문에 여유가 있다. 또 두 기업 모두 대한통운 인수의사가 있어 최종인수시 기존 지분이 경영권 안정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 필요할 경우 경영권이 보장되는 선에서 단계적인 지분매각을 통해 투자수익을 거둘 수도 있다.

하지만 최대주주(25.96%)인 골드만삭스는 다르다. 골드만삭스는 대한통운을 최종 적으로 인수할 의사가 없고 평가차익만을 기대했던 터라 지분처리가 난감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매각구조와 관련해 법적분쟁 가능성도 제기한다. 논의가 마무리됐지만 골드만삭스가 어떤 식으로든 물고 늘어질 것이란 예상이다.

대한통운 관계자는 이에 대해 "매각과정에서 소송 등의 법적분쟁을 막기 위해 최대주주가 된 골드만삭스에 매각구조 예상과 관련한 공문을 미리 보냈다"며 "잘못된 예상을 하고 베팅한 것에 대한 책임은 스스로 져야 한다"고 말했다.

매각자문은 맡고 있는 법무법인 태평양 관계자도 "매각구조 논란은 따지고 보면 기존 주주들이 자신들의 이익 때문에 문제 삼고 있는 것"이라며 "정리회사의 매각을 위한 절차와 목적에 구주주들의 이익보전이 고려된 사례는 없다"고 일축했다.

태평양은 이 사례와 동일한 국제상사, 충남방적, 한일합섬 등 정리회사 매각자문을 성공적으로 이끈 전력이 있어 분쟁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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