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의혹', 금산분리 완화론에 찬물

머니투데이 김은령 기자 2007.11.06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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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명계좌로 비자금 관리 주장에 재벌의 은행사유화 우려 증폭

삼성그룹의 비자금 의혹이 초대형 이슈로 부상한 가운데 이 사건이 금산분리 논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금산분리를 둘러싼 논쟁의 핵심이 사실상 삼성그룹의 은행 진출을 허용하느냐 여부였기 때문이다.

금산분리란 산업자본의 금융(은행) 소유를 제한하는 규제로 그동안 재계는 금산분리 완화 내지 폐지, 정부와 시민단체는 유지를 주장하는 등 찬반 논란이 끊이질 않았다.



이번 삼성 비자금 의혹 사건은 금산분리 완화를 요구하는 측의 주장에 타격을 입혔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삼성그룹 법무팀장 출신인 김용철 변호사는 최근 삼성이 자신의 명의로 된 차명계좌를 통해 50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했다고 폭로했다. 김 변호사에 따르면 삼성의 비자금이 들어있는 차명계좌는 삼성그룹 주거래은행인 우리은행을 통해 만들어졌다.



재벌기업의 지배구조가 충분히 개선된 만큼 이제는 금산분리 규제를 완화해도 된다는 게 폐지론자들의 논리였다. 그러나 삼성의 지배구조 문제와 직결된 이번 비자금 의혹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이 같은 논리는 무색해진다.

반면 "재벌이 은행을 소유하게 되면 은행이 사금고화될 것"이라는 금산분리 완화 반대 목소리는 힘을 얻게 될 공산이 크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제학 교수는 "이제 누가 공개적으로 금산분리 폐지를 주장할 수 있겠냐"며 "삼성 비자금 사건으로 금산분리 논쟁은 종결된 것과 마찬가지"이라고 말했다.

금산분리에 대한 대선후보들의 입장에도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는 금산분리를 완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분명히 한 바 있다. 이를 통해 대기업의 금융참여를 유도해야 한다고 주장이었다. 대신 사후 감독을 철저하게 하면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처럼 삼성그룹의 비자금 의혹 사건이 불거진 상황에서 앞으로도 종전처럼 강한 어조로 '금산분리 완화' 주장을 펼칠 수 있을지 미지수다.



반면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의 금산분리 유지 입장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정 후보는 "외환위기 후 10년이 채 지나지 않아서 은행 소유를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은 '정글자본주의'로 가자는 것"이라며 산업자본의 은행 소유에 강한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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