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의혹 수사…'구체적 자료'가 열쇠

머니투데이 양영권 기자 2007.11.06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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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철 변호사(전 삼성그룹 법무팀장)의 폭로로 제기된 삼성그룹 비자금 조성 및 불법 로비 의혹에 대한 수사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과 참여연대의 고발로 본격적으로 이뤄지게 됐다.

검찰 수사로 삼성그룹의 비자금 조성 여부와 규모는 물론 검찰과 국세청, 재경부 관계자가 삼성그룹으로부터 정기적인 '떡값'을 받아왔는지 여부, 이들 기관 관계자들의 명단이 자연스럽게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수사 경과에 따라 삼성그룹 고위 관계자들에 대한 출국금지와 대대적인 계좌 추적, 삼성그룹 본관 및 계열사에 대한 압수수색이 이뤄질 전망이다. 검사들에 대한 떡값 제공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삼성발 대규모 법조 비리로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김 변호사가 구체적인 자료 제출을 거부하거나 제출된 자료의 신빙성이 떨어진다면 이번 고발의 파급력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검찰, 수사 배당 놓고 고심 = 민변과 참여연대는 이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과 이학수 부회장, 김인주 사장을 피고발인으로 하는 고발장을 대검찰청에 접수했다. 고발장을 접수한 검찰은 이르면 이날 중으로 수사 담당 부서를 지정할 방침이다.

검찰로서는 현직 검찰 주요 간부가 이번 사건의 수사 대상이 될 수도 있는 사안인 만큼 수사 부서 배당을 놓고 고민이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일단 검찰은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CB) 배정 의혹 수사를 담당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부에게 배당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민변 등은 고발장에서 이번 사건을 "삼성그룹의 핵심인사들이 위법한 방법으로 총수 일가의 재산의 불려 주고 이를 바탕으로 그룹 지배권을 승계하려고 한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검찰이 '삼성그룹 큰 틀에서 그룹 지배권 이전을 위해 기획된 사건'이라고 보고 있는 에버랜드 CB사건과 맞닿아 있다.

다만 검찰은 이번 고발 건이 삼성그룹의 비자금 조성과 로비 의혹 전반에 걸쳐 있다는 점에서 대검 중앙수사부에서 직접 수사하는 방안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또 서울중앙지검 금조부와 다른 부서 검사들이 참여하는 '특별수사팀'이 구성되리라는 관측도 설득력 있다.

이와 관련해 민변 등은 고발장에서 "성격상 일반적인 사건수사와 같이 처리할 것이 아니라 대검찰청에 특별수사팀을 구성해 엄정하고도 신속하게 수사해야 할 것"이라고 요청했다.

◇김용철 변호사, 검찰에 '명단' 내놓을까 = 이번 삼성그룹 전반에 대한 비자금 및 검찰 고위직에 대한 뇌물 증여 수사로 번질지는 의혹을 뒷받침할 자료가 얼마나 구체적이냐에 달려 있다.

검찰은 고발장 검토와 수사 부서 배당이 끝나는 대로 민변과 참여연대 관계자를 고발인 자격으로 불러 고발 경위를 듣고, 김 변호사를 불러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민변 등은 고발장에 김용철 변호사의 '진술 확인서' 외에 따로 근거 자료를 첨부하지는 않았다. 따라서 로비 대상 명단 등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김 변호사에 대한 참고인 조사가 수사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검찰은 "엄정하고 신속하고 수사하겠다"고 밝히면서도 "구체적인 자료를 제시해 달라"며 김 변호사를 압박하고 있다.

김 변호사는 검찰 최고위 인사를 포함해 이른바 '삼성 떡값 검사' 40명의 명단을 갖고 있다고 기자회견과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밝혔지만 현재까지 공개를 주저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민변 관계자는 "김 변호사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어떤 식으로 자료를 내놓는다고 한 것은 아니지만 의혹 제기 과정을 종합해 보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변호사가 구체적인 자료 제출을 거부하거나 자료를 제출하더라도 다른 인사로부터 들은 내용을 자신이 작성한 것이어서 신빙성을 담보할 수 없을 경우 수사 확대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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