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이야기] 계속되는 괴물의 탄생

머니투데이 홍재문 기자 2007.11.04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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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보유액에 이어 국부펀드(SWF), 그리고 미래에셋펀드

매년 10월 국정감사 기간이 되면 외환보유액에 대한 얘기가 빠지지 않고 나온다.
2004년부터 2006년까지 3년간 외환보유액의 평가손실이 무려 53조7000억원에 달했고 환율방어용 자금인 '외환시장 안정용 국고채'(환시채)와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 잔액이 지난해말 79조원까지 불어났다고 국회의원들이 지적했다.

10월말 외환보유액이 2600억달러를 넘어섰고 외환보유액의 절대수치를 차지하는 미달러화가 연일 약세를 보이는데다 국내 금리 상승세도 현격하니 외환보유액의 평가손은 물론 환율방어용 채권 발행 비용도 계속 늘어만 갈 것이다.
그러면 내년 국감에서도 어김없이 외환보유액의 평가손과 관리부담이 지적될 것이다. 그러나 지적만으로 그치고 아무런 조치도 취해질 리 없다는 점 또한 명확하다.



97년 IMF 외환위기를 맞아 경제주권을 상실했던 정부는 다다익선의 개념으로 외환보유액 증액을 정책 과제로 삼았다. 처음에는 대외지급에 문제가 없는 수준을 600~800억달러로 보고 고갈된 외환보유액을 쌓기 시작했다.
그러다 1000억달러를 넘으면서 외환보유액의 과잉에 대한 문제가 떠오르기 시작하자 국방비 개념을 적용하면서 관리비용이나 효율성, 타당성에 대한 지적을 회피하기 시작했고 2000억달러가 넘어서게 되자 통제불가를 외치는 단계에 이르렀다.

과도한 외환보유액 자체가 왜 나쁜 것인가 하면 쓸데없는 괴물이 속출하기 때문이다.
외환보유액을 쌓기 위해서는 달러를 사는 대가로 지급하는 원화가 외환시장에 풀리게 된다. 이 원화가 시중으로 흘러가게 되면 물가 폭등의 위험에 처하게 되기 때문에 환시채나 외평채를 발행해서 원화를 흡수해야만 한다.



원화를 흡수하기 위한 채권의 발행 비용이 외환보유액의 운용 수익보다 높기 때문에 역마진은 말할 것도 없다. 보유액 규모가 상상을 초월하게 되면서 비용이 천문학적으로 커지자 수익성을 언급하기 시작했다.
한국투자공사(KIC)라는 것이 탄생했고 해외에서는 국부펀드(SWF)가 속속 만들어지고 있다.

적정한 규모의 외환보유액 수준을 유지했다면 없어도 될 괴물들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에서 나아가 이제 시장 교란 요인이 되고 있다.
미달러 약세에 대한 대응으로 외환보유액의 달러비중을 줄인다면 미달러 약세가 가속화되는 자충수가 될 수 있다. 그렇다고 외환보유액 평가손을 뒷짐지고 볼 여유도 없다.

중국의 경우에는 SWF를 탄생시켜 공격적인 해외투자를 시작했다. 사모펀드에 자금을 투입하고 해외기업 인수도 노리고 있다. 앞으로 10년 뒤 20조달러를 넘을 것으로까지 추정되는 SWF가 전세계 금융시장의 핵심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SWF를 갖고 시장을 휘젓는 것이 결코 자랑스러운 일은 아니다. 외환보유액을 적정수준 이상으로 쌓지 않았다면 애당초 존재하지도 않을 펀드를 위해 이젠 세계 곳곳을 뒤져서 투자대상을 골라내야 하고 대상국의 눈치를 살피고 인가를 받는 일이 필요해졌다.

외환당국이나 국회 모두 정곡을 회피하고 있다. 외환보유액의 평가손과 관리비용을 따질 게 아니라 외환보유액 자체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해결방안은 간단하다. 외환보유액을 줄이는 것을 정책과제로 삼아야 하며 우선적으로 KIC를 해체해야 한다. 앞으로 원/달러환율이 오르게 된다면 절호의 기회를 맞을 수 있다.



외환보유액과 SWF란 괴물의 태동을 거울삼아 증시에서도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 최근 미래에셋펀드가 증권시장의 독보적인 존재가 됐지만 이 같은 대형펀드의 등장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

미래에셋이 매수하면 주가가 폭등하는 일이 반복되면서 미래에셋증권과 해당 투자기업 주가가 급등세를 보이고 있지만 언제까지 매수일변도 거래만 고집할 수는 없는 일이다.
국민연금이 증시 투자비중을 늘리고 퇴직연금까지 증시에 투입되면 마이다스의 손을 가진 괴물이 더 많아지는 것이지만 모든 게 황금으로 변하면 살 수 없다는 점을 뒤늦게 깨달아서는 안된다. 괴물의 탄생은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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