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릴린치 이어 씨티그룹도 사령탑 교체할 듯

머니투데이 김능현 기자 2007.11.03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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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보)주말 비상 이사회 소집, 추가 상각 가능성도

메릴린치 이어 씨티그룹도 사령탑 교체할 듯


세계 최대 투자은행인 씨티그룹의 찰스 프린스 회장(57)이 실적 악화의 책임을 지고 회사를 떠날 가능성이 높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3일 보도했다.

이 같은 보도가 사실일 경우 프린스 회장은 메릴린치의 스탠 오닐 회장에 이어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이후 실적 악화로 물러나는 두 번째 최고경영자(CEO)가 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씨티그룹은 4일 비상 이사회를 소집, 추가 부실상각 문제와 찰스 프린스 회장의 거취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프린스 회장의 대행에는 씨티그룹 이사회 의장(공동 회장)인 로버트 루빈 전 재무장관이 거론되고 있으나 본인은 고사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씨티그룹은 최근 프린스 회장에 대한 신뢰를 재확인했으며 지난달초 최대주주인 알왈리드 빈 탈라이로부터 재신임을 받았다. 씨티그룹 이사회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루빈 의장도 지난달 "프린스 회장은 앞으로 수년간 씨티그룹의 지휘봉을 잡을 것"이라며 지지의사를 밝힌 바 있다. 그러나 3분기 실적이 저조한 데다 메릴린치의 스탠 오닐 회장이 경질되자 이사회의 정서가 바뀌었다고 저널은 전했다.

씨티그룹 경영진 가운데 프린스 회장 자리를 이어받을 사람으로는 아자이 방가 국제 소매금융 부문 대표와 마뉴엘 메디나 모라 라틴아메리카·멕시코 사업부문 대표가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프린스 회장은 지난 수년간 씨티그룹의 영광을 재현하고 뱅크 오브 아메리카, JP모건 등의 추격을 따돌리기 위해 강력한 구조조정을 실시했으나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더구나 최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씨티그룹의 회계처리 방식에 문제가 있다며 조사에 착수함에 따라 프린스 회장의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 SEC는 씨티그룹이 산하 구조화투자전문회사(SIV)를 통해 800억달러에 이르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자산 부실을 은폐하려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씨티그룹이 운영하고 있는 SIV의 총 자산규모는 3500억달러로 세계 최대다.

씨티그룹 대변인 그리스티나 프레토는 "SIV의 회계처리는 적절하게 이뤄졌다고 자신한다"고 말해 이 같은 의혹을 부인했다.

씨티그룹은 또 5일께 모기지 관련 자산의 가격 하락을 반영, 추가상각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씨티그룹은 이미 65억달러에 달하는 부실자산을 상각처리한 바 있다. 이로 인해 3분기 순이익은 50% 이상 급감했다.

월가 투자자들은 프린스 회장의 사임 소식을 반기는 분위기다. 지난 2일 씨티그룹 주가는 전날대비 78센트(2.0%) 떨어진 주당 37.73달러에 마감했으나 프린스 회장의 사임설이 시장에 알려진 직후 개시된 장 마감 후 거래에서 3.1% 반등했다. 씨티그룹의 주가는 올해 31% 하락했다.

한편 스탠리 오닐이 떠난 메릴린치가 100억달러에 달하는 추가 상각을 단행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앞서 메릴린치는 3분기 상각 규모가 84억달러라고 발표했다.

이날 도이치방크는 메릴린치의 서브프라임 관련 상각 규모가 100억달러 추가될 것이라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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