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풍향계]당신도 '쩐주'가 될 수 있다(중)

머니투데이 반준환 기자 2007.11.04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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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자금을 굴리는 사람을 '쩐주'(錢主)라 부른다. 집안의 재산을 물려받아 일반인들과 다른 출발선을 가진 사람들이 쩐주의 삶을 살기도 하지만, 경기흐름을 제대로 타며 많은 재산을 만든 쩐주들이 의외로 많다. 후자의 경우 본인도 모르는 사이 쩐주가 된 것인데, 과정을 들여다보면 IT버블 시대의 주식투자 성공을 기반으로 한 경우가 많다.

별볼일 없던 직장인, 사이버 애널리스트 거쳐 500억원대 자산가로



지금은 500억원대 자산을 보유, 투자가 겸 쩐주로 활동하는 50대 초반의 A씨. 불과 20여년전 그는 내세울 인맥도, 학벌도 변변치 않은 샐러리맨에 불과했다. 외환위기 때 명예퇴직 압박을 받았지만 용케 자리에서 물러나지 않았다. 그런 그에게 운명의 변화가 온 것은 1999년 중반.

회사 자금출납 업무를 맡고 있었는데, 친했던 은행원이 저녁을 사주겠다고 불렀다. 고급 일식집에서 대접을 받으며 뭔가 또 부탁할게 있나 싶었는데 "주식으로 돈을 많이 벌어 한턱 내는 것"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갑자기 오기가 생긴 A씨는 다음날 500만원을 들고 증권사를 찾았다. 처음에는 증권사 직원이 권하는 대로 매매했는데, 조금 수익이 나는가 싶어 맡겨놨더니 이래저래 손실이 나기 시작하며 계좌평가액이 200만원으로 줄어버렸다.
홧김에 계좌를 빼 증권사를 옮긴 후 500만원을 더 넣어 직접 주식투자를 하기 시작했다. 성격은 급했지만 파고드는 습관이 있어서인지 한종목을 사고 팔 때는 경제신문과 각종 투자사이트에 올라있는 정보, 애널리스트 리포트를 습독해 결정했다. 차츰 돈이 벌리기 시작했는데, 마침 IT주식들이 급등하며 상당한 재미를 봤다. 초기 투자액 700만원이 1년만에 1억원으로 불었다.

투자액을 불리고 싶었지만, 쌈지돈도 없고 빌릴 곳도 마땅치 않았다. 종목은 눈에 보이는데 자금이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그래도 연봉보다 많은 투자수익에 만족하고 있었는데, 어느 주말 시간이 남아 주식투자 사이트에 눈여겨본 종목들을 추천해봤다. 추천한 종목이 오르자 고맙다는 댓글이 붙었고, 칭찬받는 재미에 계속해 종목을 올렸는데 얼마 후 수십명의 팬들이 만들어졌다.

정작 자신은 얼마 돈을 벌지 못했는데, 다른 사람들이 돈을 버는 모습이 얄미워진 A씨는 "앞으로 1달에 50만원을 보내는 사람들에게만 종목을 추천하겠다"고 글을 올렸다. 농담삼아 한 일인데 진짜로 계좌에 돈을 보내는 사람들이 있었다. 결국 사이버애널리스트로 활동하며 월 2000만원 이상 부수입이 들어왔다.


책임감 때문에 밤을 세워 종목을 연구했는데, 반대급부로 직장생활은 피폐해져갔다. 상사와 동료들에게 받는 눈총이 커지자 가족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퇴사, 본격적인 투자자로 독립했다.

투자가 겸 사이버애널리스트로 활동하며 꾸준히 수익을 얻었고, 자산이 100억원으로 불자 이후에는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이후에는 M&A투자제의나 우량주 장기투자 등으로 안전한 수익을 얻어왔다.



쩐주는 의외로 쉽게 만들어지는데, 대부분은 A씨의 사례처럼 증시활황에 힘을 얻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쩐주가 무작정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평범한 재테크 수준을 넘어 밤을 세워 종목을 연구하는 열정과 정보를 가공하는 능력이 결합돼야 한다.

[명동풍향계]당신도 '쩐주'가 될 수 있다(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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