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마감]인하중단, 공포부활…360p 급락

뉴욕=김준형 특파원 2007.11.02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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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인하 중단, 금융경색 우려'...씨티-엑슨 충격 촉매

씨티그룹에 대한 투자의견 하향으로 금융시장 경색우려가 급격히 확산되며 미국 증시가 급락했다. 전날 연방 공개시장위원회(FOMC)가 금리를 인하하며 추가 금리인하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시사한 점이 부각되며 시장 분위기를 냉각시켰다.

1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다우지수는 전날보다 362.14포인트(2.60%) 급락한 1만3567.87로 마감했다. 대형주 중심의 S&P500지수는 전일대비 40.94포인트(2.64%)하락한 1508.44를 기록했다.



기술주 위주의 나스닥지수는 전날보다 64.29포인트(2.25%) 하락한 2794.83으로 장을 마쳤다.

미국 증시는 장초반부터 하락세로 출발했다.
전날 단행된 연준의 금리인하 자체보다는 앞으로 추가 금리인하가 없을 것이라는 점이 지수하락에 가속도를 더했다.



세계 최대금융사인 씨티그룹에 대한 월가의 투자의견 하향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끝난게 아니라는 점을 투자자들에게 상기시켰다. 세계 최대 정유사 엑슨모빌의 실적부진도 매도공세의 빌미를 제공했다. 차익매물로 하락마감하긴 했지만, 시간외 거래에서 96달러를 돌파한 국제유가도 부담이 됐다.

장마감이 다가오면서 매도공세가 더욱 심해져 결국 다우지수는 이날 장중 최저 수준까지 떨어진 채 장을 마쳤다.

◇ 씨티 '급락의 빌미', 엑슨 가세


'금리인하 중단'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팽배해지는 차에 세계 최대 금융회사 씨티그룹과 세계 최대 정유회사 엑슨모빌이 하락의 빌미를 제공했다.

CIBC 월드 마켓 애널리스트 메레디스 휘트니는 이날 발표한 보고서에서 씨티그룹의 투자의견을 '중립'에서 '시장 수익률 하회'로 내렸다.
그는 "씨티그룹은 지난해 인수합병에 260억달러를 쓰는 등 막대한 돈을 지출하면서도 배당을 늘려왔으나 최근 실적 부진으로 한계에 도달했다"며 "현 상황이 지속될 경우 자본 비율을 유지하기 위해 자산을 매각하거나 배당을 줄일 수 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CIBC는 내년 씨티그룹의 예상 주당순이익을 기존 4.55달러에서 4.20달러로 내렸다. 2009년 예상 주당순이익 전망치도 4.95달러에서 4.55달러로 하향했다. 이날 씨티그룹 주가는 6.9% 급락, 4년만의 최저치로 곤두박질 쳤다.

미국 최대 소매 은행인 뱅크 오브 아메리카도 투자의견이 '매수'에서 '중립'으로 강등되면서 주가가 5.3% 하락, 금융주 급락세를 이끌었다.

유가급등에도 불구하고 세계 최대 석유업체인 엑슨모빌의 실적이 2분기 연속 악화된 것으로 나타나면서 주가가 3.8% 급락했다. 엑슨모빌은 이날 3분기 순이익이 94억1000만달러(주당 1.70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05억달러(주당 1.77달러) 보다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는 블룸버그통신이 집계한 월가 예상치 1.74달러를 밑도는 수치다.
국제유가 상승과 달리 소매 가솔린 가격은 오히려 하락, 정제 마진이 떨어진 것이 실적 악화이 주요인이었다. 이 기간 소매 가솔린 가격은 전년대비 6% 하락했다.
엑슨모빌과 함께 BP(2.04%), 마라톤오일(2.47%), 로열더치 셸(3.26%) 등 글로벌 석유회사들의 주가가 일제히 급락했다.

지난9월 소비자 지출이 예상보다 저조했던 것으로 나타나면서 미국 최대 유통업체 월마트 주가가 1.18달러 떨어진 44.03달러로 마감했다. 2위 업체 타겟 역시 2.89달러 하락한 58.47달러로 장을 마쳤다.

기술주 가운데는 미국 3위 이동통신 업체 스프린트 넥스텔이 실적을 발표했다. 스프린트의 3분기 순이익은 6400만달러(주당 2센트)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7% 감소했다. 이는 월가의 실적은 웃도는 것이지만 전반적인 시장 하락추세에 밀려 52센트 떨어진 16.58달러로 마감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기술주의 하락폭이 가장 적었다.
마이크로 소프트는 시장 전반의 급락세 속에서도 0.7% 상승한 37.06달러로 마감, 7년래 최고가를 기록했다.

◇ 유가 96달러 돌파후 '조정'..달러도 반등

유가는 정규장에서 하락세로 마감했다.
30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 중질유(WTI) 12월 인도분 가격은 배럴당 전날보다 1.04달러(1.1%4.6%)떨어진 93.49달러로 장을 마쳤다.

유가는 이날 시간외 전자거래에서 한때 배럴당 96.24달러에 달하는 초강세를 보이기도 했으나 달러화 가치가 유로 대비 반등세로 돌아서고, 단기 급등에 따른 차익실현 매물이 나오면서 하락세로 돌아섰다.

연일 최저 기록을 경신하던 달러화 가치도 반등했다.
오후 3시50분 현재(현지시간)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유로 환율은 1.4432달러를 기록, 전날의 1.4486달러에 비해 0.54센트 하락(달러가치 상승)했다.
전날 미 연준 공개시장위원회(FOMC)가 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했지만 추가금리인하는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해지면서 달러화 가치가 반등한 것으로 풀이된다.
엔/달러 환율은 114.63엔을 기록, 전날의 115.35엔에 비해 0.72엔 하락(엔화 상승)했다. 미국 증시가 급락하면서 엔 캐리트레이딩 청산 여건이 마련된 점이 엔화 강세 배경이 됐다.

◇ '돈 풀기' 나선 연준

다급해진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1일(현지시간) 410억달러의 자금을 단기 금융시장에 투입했다. 이는 9.11테러 직후인 지난 2001년 9월 19일 503억달러가 투입된 이후 최대 규모의 유동성 공급이다.
통신에 따르면 연준의 이같은 결정은 금융시장 경색을 막기 위한 것으로 이날 오후들어 다우지수가 300포인트 이상 하락하는 과정에서 이뤄진 것이다.

연준은 지난 8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인한 금융경색이 현실화 되면서 신용 경색현상을 완화시키기 위해 지속적으로 유동성을 공급해왔다.

◇ 물가-소비, 지표는 양호

이날 발표된 경기 관련 지표는 투자심리를 급속히 냉각시킬 내용을 담고 있지 않았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9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 상승률은 1.8%(연율)로 연준의 목표범위 1~2%안에 머물렀다. 전월대비 상승률도 0.2%에 그쳐 월가 예상치에 부합했다. 같은 기간 개인소득과 개인소지지출도 각각 0.4%, 0.3% 증가해 월가 예상치에 부합했다. 하지만 세후 가처분 소득은 0.2% 증가하는 데 그쳐 지난 5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실질 소비지출 증가율도 0.1%로 6월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제조업 경기를 나타내는 ISM제조업 지수는 예상에 미치지 못했다. 미 공급관리자협회에 따르면 10월 ISM제조업 지수는 50.9로 전월의 52.0보다 하락했다. 이는 월가 예상치 51.5를 밑도는 수치다.
ISM지수는 50을 기준으로 그 이상이면 확장국면을 이하면 축소국면을 의미한다.

주간고용사정은 개선됐다. 지난주 실업수당청구건수는 32만7000건으로 전주대비 6000건 감소했다. 월가 예상치는 33만건이었다. 하지만 변동성이 적은 4주 이동평균 청구건수는 1750건 증가한 32만7000건으로 지난 4월말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 모기지 시장 조사업체인 리얼티트랙에 따르면 미국의 3분기 주택압류건수는 63만5159건(일평균 196건)을 기록,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약 100% 증가했다. 이는 파산 및 경매신청을 포함한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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