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시대, 더 똑똑해진 펀드투자자들

머니투데이 김동하 기자 2007.11.01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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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은 옛말...빠지면 가입하고, 오르면 팔고

지수 2000시대, 펀드 투자자들이 달라졌다. 주가가 오르면 몰려들어 '뒷북'을 치던 예전과는 사뭇 다르다. 나름대로 시장을 예측하면서 지수가 빠지면 저가매수, 오르면 환매에 나서고 있다. 일종의 '모멘텀 전략'을 구사하는 모습이다.

1일 자산용협회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국내 주식형펀드 설정액은 3176억원 순감한 52조8882억원으로 집계됐다. 29일에는 재투자분을 제외한 2231억원이 순수하게 줄어들었다. 지수가 2000을 넘어 2100으로 향하는 이틀동안에 무려 5407억원이 환매됐다.



반면 지난주 조정기에는 큰 폭의 신규자금이 유입됐다. 지수 2000이 또 한번 무너졌던 19일 하루에만 무려 9189억원이 신규설정됐고, 1800대까지 떨어졌던 22일에도 설정액이 3899억원 늘어났다. 1900대에서 조정을 받던 17일부터 23일까지 1주일간 늘어난 금액은 2조5296억원에 달한다.

이계웅 굿모닝신한증권 펀드분석팀장은 "코스피 2000돌파 후 이익 실현을 위한 환매로 이틀연속 큰 폭의 자금이 유출되고 있다"며 "펀드 투자자들이 과거와는 분명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밝혔다.



증권사 지점의 표정도 사뭇 달라졌다. 전에는 그냥 좋다고만 듣고와서 직원이 설명하는데로 가입했지만, 최근에는 고객 수준이 높아 왠만한 금융지식으로는 상담이 어렵다고 한다.

김홍배 하나대투증권 미금역지점 팀장은 "시황이나 인기있는 국가, 펀드는 어느정도 알고 오는 고객이 많아서 왠만한 상품소개로는 고객응대가 안된다"며 "특히 최근들어 환매나 매입 등의 투자방향을 어느정도 생각하고 오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동양종금증권 을지로 골드센터 영업부는 "요즘 고객들은 예전 고객과 달리 펀드를 선택할 때 과거 수익률 1위나 유명세에 의존하지는 않는 것 같다"며 "해외든 국내든 경제전망에 관해 문의하고 흐름에 따라 가입하는 고객이 많다"고 밝혔다.


우리투자증권 올림픽 지점도 "일본 펀드처럼 수익률이 미미한 경우에는 환매해서 수익률이 좋은 펀드로 갈아타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모멘텀에 의한 '펀드 단타매매'도 늘어난다고 한다.



임주혁 한화증권 갤러리아지점 과장은 "환매수수료면제시점(90일이상)인 펀드들은 단타성으로 매매하는 경향이 크다"며 "결국 가입 후 3개월후에 수익이 나면 바로 이익실현하는 스타일의 공격적인 투자성향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업계 일각에서는 최근 국내펀드의 환매가 미래에셋에서 공격적으로 출시한 미래인싸이트펀드에 가입하기 위한 것이라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한화증권 임 과장은 "미래에셋 인사이트펀드 등 맹목적인 스타일 펀드로의 가입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며 "일각에서는 '묻지마'투자가 아닌가라는 우려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양종금증권도 "최근 인사이트펀드에 관한 문의도 많았고 실질적으로 가입도 많았다"며 "그러나 다른 국내주식형을 환매하고 가입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국내 비중을 늘리면서 추가로 가입하는 고객이 더 많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같은 잦은 펀드교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계웅 팀장은 "모멘텀을 고려, 투자를 공격적으로 하는 것도 좋지만 펀드투자의 기본은 장기투자"라며 "단기성과보다는 장기적으로 꾸준한 성과를 기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2000시대, 더 똑똑해진 펀드투자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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