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원 국민은행장의 '꿈★'

머니투데이 임동욱 기자 2007.11.01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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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은행의 통합3기의 첫날인 1일, 창립 6주년 기념사를 낭독하는 강정원 행장의 목소리에는 사뭇 비장함이 묻어 있었다.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다소 어눌하고 느린 말씨는 여전했지만, 지난 3년 조직의 잠재력을 제대로 끌어내지 못했다는 자기반성과 함께 앞으로 새롭게 변신하지 않는다면 시장에서 도태될 지 모른다는 위기의식을 곳곳에서 느낄 수 있는 취임사였다.

강 행장은 이날 '최대-최고은행' '꿈' '잠재력' 등 특정 단어를 반복하며 앞으로 3년의 비전을 알리려 애썼다.



그는 "6년 전 오늘 국민은행은 국내 금융사상 초유의 대형합병을 통해 부동의 '최고-최대은행'을 만들고자 하는 원대한 꿈을 가지고 출발했다"며 "이 꿈은 다소 시련을 겪기는 했지만 통합 1기와 2기를 통해 착실히 성장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통합3기는 당초 통합을 통해 실현하고자 했던 '최고-최대은행의 꿈'을 실현해야 할 시대적 사명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강 행장이 '최고-최대'라는 표현을 강조한 것은 현재 국민은행이 처한 현실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국민은행 (0원 %)은 건전성 강화 및 내부통제 강화측면에서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아왔지만, 경쟁은행들의 치열한 추격 속에 최근 부동의 국내 최대은행 지위가 위협받아 왔다.



당초 외환은행 (0원 %) 인수를 통해 경쟁자들과의 격차를 벌려놓으려던 계획이 어그러지고 비은행업무 강화를 위한 증권사 확보가 지연되면서, 국민은행은 '제대로 된 전략이 없다'는 비판을 받아야 했다. 심지어 2, 3위권 은행들조차 '국민은행은 미래의 경쟁상대가 못 된다'며 평가절하했고, 국민은행 직원들은 이들의 기세에 '1등 은행에 다닌다'는 자존심이 흔들리는 것을 느끼기도 했다.

강 행장은 이 같은 상황을 염두에 둔 듯 "평소 국민은행은 엄청난 잠재력을 가지고 있으나 우리가 이것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따라서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있음을 자주 이야기해 왔다"며 "통합 3기는 앞으로 가능성을 실제의 제 모습으로 세상에 분명하게 드러내는 기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CEO로서 조직의 잠재력을 한껏 끌어내지 못했던 아쉬움에 대한 반성이자 앞으로의 각오가 담긴 말이다.

강 행장은 '최고가 아니라면 최대는 의미가 없을 뿐만 아니라 지킬 수도 없다'는 자신의 '1등론'도 제시했다. 다시말해 '최고은행'에 우선순위를 두고 '질적' 우위를 다지는데 전력하겠다는 의미다.


국민은행은 앞으로 3년간 단일 은행중심 체제에서 은행ㆍ증권ㆍ보험ㆍ자산운용ㆍ소비자금융ㆍ카드 등 복합 금융서비스금융그룹으로 변신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언급한 '질적' 성장과 함께 '양적' 성장도 함께 챙겨야 하는 셈이다. 그만큼 부담도 크다. 강 행장은 통합2기에 기반을 마련한 시스템의 힘을 통해 이를 동시에 이룰 수 있다고 판단한 듯 보인다.

'10년 대계의 꿈'을 자신의 임기 중 이루겠다는 강 행장의 의지는 위기와 기회를 동시에 맞고 있는 국민은행의 미래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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