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먼저? 사람 먼저?

성상현 동국대 경영학과 조교수 2007.11.11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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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 칼럼]성상현 동국대 경영학과 조교수

2009년부터 5만원과 10만원권 지폐가 나온다. 고액권 발행이 경제에 미칠 영향도 중요한 이슈이지만, 누구의 초상을 새 지폐에 넣을 것인지에 대한 여론 역시 뜨겁다.

화폐 도안에 들어갈 인물 선정 과정이 마치 역사적 인물을 두고 인기투표를 하듯 흥미롭다. 국민투표로 선출하면 누가 당선될까? 가장 고액권인 10만원에 들어간 인물이 액면가만큼이나 역사적으로 가장 가치 있는 인물일까?



돈 먼저? 사람 먼저?


화폐 도안에 들어간 인물은 사람들의 지갑 속에 소중하게 간직될 것이다. 가족사진을 지갑에 넣고 다니지 않는 사람이라도 화폐에 그려진 인물의 초상은 지니고 다니는 셈이 될 것이고, 자라나는 세대들에게는 역할모델이 될 것이다. 그러기에 정계, 학계, 여성계, 과학계 등 각계각층의 관심이 뜨겁다.

그런데 이것이 주식회사 한국호의 CEO를 역사적 인물 가운데서 선정하는 대리전이라고 상상하면 누가되는 것이 좋을까? 부자 나라로 만들어줄 사람? 남북통일을 이룩할 사람? 여성이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들어줄 사람? 문예부흥을 일으킬 사람? 과학입국을 실현할 사람?



화폐 도안에 누가 그려지던 그 돈의 순수한 경제적 역할은 별 차이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 인물이 많은 사람들의 뇌리에 새겨질 것을 생각하면 문제는 다르다. 그 인물이 품었던 이상과 삶의 행적이 사람들의 의식과 행동에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죽은 공명이 산 중달을 쫓을 수도 있는 것이다. 이미 가고 없는 역사적 인물이 살아있는 인적자본(human capital)이 되어 사회적 가치를 형성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작금 사람을 뽑는 일은 화폐라는 종이 위에서도 중요하지만, 부를 창출하는 현존하는 기업에서야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장기간 성공한 위대한 기업의 공통적인 특징을 콜린즈와 포래스는 ‘먼저 적합한 사람을 버스에 태우고, 그 다음에 갈 곳을 정한’ 기업이라고 한다. 좋은 사람을 고르는 일이 어떤 사업을 하느냐보다 더 중요한 일이라는 것이다.

인재전쟁(the war for talent)을 이야기하는 연유도 그럴 것이다. 사람이 가장 결정적인 경쟁우위의 요소이기에 마치 전쟁하듯 좋은 사람을 쟁탈하려는 치열한 싸움이 기업 간에 전개되고 있다는 것이다.


기업만이 아니다. EU 국가들은 자국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외국인에게 시민권을 부여하여 우수인재를 자국에 유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화약고였던 발칸반도의 국가들도 우수인력을 자국에 유치하여 국가경쟁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각종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있다.

화폐 도안에 들어갈 인물을 역사에서 끌어 오는 일이 뜨거울수록 지금 주식회사 한국을 이끌 우수인력을 유치하기 위한 우리의 노력은 어떤지 되짚어 보게 된다. 기업이나 국가나 마찬가지이다. 우수인재들이 자꾸만 한국호를 탈출하고 있지는 않은지?



사람 나고 돈 낳지 돈 나고 사람 낳는가? 부국을 만드는 것도 사람이고 우량기업을 만드는 것도 사람이다. 좋은 사람을 가까이 두는 것이 성공에 이르는 가장 확실하면서도 평범한 비결이라는 것은 세상이 다 아는 일이다.

화폐 도안에 들어갈 역사적 인물에 대한 관심만큼이나 좋은 사람을 유치하는 일에도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부자 나라, 부자 기업, 부자가 되는 방법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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