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은행, 자금조달 이중고

더벨 김동희 기자 2007.10.31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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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성 수신 증가+해외조달금리 상승

미국발 신용경색 우려와 주식시장의 호황으로 국내은행들이 자금조달에 이중고를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CD·은행채 등 시장성 수신이 증가해 은행권의 유동성 위험이 과거보다 높아졌으며 조달비용도 상승, 수익성 악화 우려까지 고개를 들고 있다.

31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국내은행의 자금조달 패턴이 CD·은행채 발행 등 시장성 수신으로 바뀌면서 은행 영업에 어려움을 더하고 있다.



실제로 올 1월부터 8월까지 국내은행의 정기예금 등 예금비중은 지속적으로 낮아져 지난해 말(73.1조원)에 비해 33조1000억원 감소했다.

반면, 은행의 시장성 수신은 올 1~8월 40조8000억원이 늘어나 은행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전년말보다 4.2%포인트 상승한 27.3%로 나타났다.



특히 CD발행이 지난해에 비해 두 배 가량 늘어나면서 21조원으로 급증했다. 은행채 발행도 17조원 증가했다.

이는 감독당국의 건전성 지도 차원의 가계대출 규제에도 불구, 중기 대출 형태로 은행의 영업 확장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저원가성 예금을 중심으로 수신 이탈이 심화되고 있는 데 따른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국내은행의 수시입출금식 예금은 올들어 16조4000억원이나 감소하면서 예금이탈을 주도했으며 증권사 CMA는 2000포인트를 넘나드는 주식시장 호황에 힘입어 8조7000억원의 자금을 빨아 들였다.


한은은 보고서에서 "아직 시장성 수신의 절대비중이 낮아 은행 경영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은행 영업행태가 시장의존적으로 바뀌고 있는 추세인 점을 감안할 때 앞으로 은행의 CD및 은행채 발행비중은 더욱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은행권의 시장성 수신증가 추세는 자금조달의 안정성을 떨어뜨려 은행의 유동성 위험을 높일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시장성수신비중이 75%인 영국의 노던락(Northern Rock)은행은 미국의 서브프라임 부실이 단기자금시장 경색으로 확산되면서 CP등 부채성 증권 차환발행에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국내은행들도 이미 미국 서브프라임 사태로 신용경색 우려가 높아지면서 시장금리 상승위험에 직격탄을 맞고 있다. 은행채 발행 스프레드는 지난해 말 19bp에서 올 8월말 현재 34bp로 거의 두 배 가량 급증했다.

9월에는 분기말 유동성 비율을 맞추기 위해 발행이 더욱 늘어나 40bp 이상으로 급증했다.

시장금리가 상승하면서 자금조달비용이 급증, 조달 구조의 안정성이 하락하고 있는 것.

채권시장에서는 CD와 은행채의 고금리 발행이 시장 금리 상승을 부채질 하는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외에도 국내은행의 해외 단기외화차입 가산금리도 급등 , 국내외 자금조달 비용이 모두 상승하며 순이자마진(NIM) 개선을 불투명하게 만들고 있다.

한은은 "시장성 수신증가로 자금조달비용이 상승하고 투자자심리와 시장상황에 대한 수신의 민감도가 높아질 수 있다"며 "금융시장 충격발생시 은행이 유동성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과거보다 높아졌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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