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후보는 이날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조석래 회장 등 전경련 회장단을 만나 "대기업은 글로벌 대기업으로 커지되 그 와중에 세계적인 중소기업이 많이 나와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에 조 회장은 "(전경련도)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 협력에 많이 노력하고 있다"며 "글로벌 시대인데 혼자가 아니라 같이 힘을 합쳐야 경쟁력이 높아진다"고 답했다.
전경련 측에선 조 회장과 이윤호 상근부회장을 비롯, 박찬범 금호아시아나 부회장과 박중진 동양생명보험 부회장, 이원영 한진 사장 등이 정 후보 일행을 맞았다.
◇"생각이 같다"?= 정 후보는 발언 도중 간간이 조 회장에게 의견을 물었다. 답을 들은 뒤엔 "회장님과 제 생각이 같다"며 악수를 청하기도 했다. '친(親)기업' 정책을 표방하고 있는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와 견줘 정 후보가 반(反) 기업적이지 않느냐는 재계 일각의 우려를 감안한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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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후보는 참석자와 일일이 눈을 맞추며 전경련과 인연도 강조했다. 가령 박찬범 금호아시아나 부회장에겐 "아시아나 항공을 많이 탄다", 정도현 LG 부사장에겐 "얼마전 새로 산 TV가 LG 제품이더라"는 식이다.
◇"생각이 다르다"= 이처럼 정 후보가 동질감을 강조했지만 양측은 대기업·중소기업 상생방안과 금산분리 등 재계 현안에 대해 뚜렷한 입장차를 확인했다. 설전도 오갔다.
정 후보측은 금산분리 원칙을 내세웠다. 반면 조 회장을 비롯한 전경련측 참석자들은 "산업자본의 금융사업 여부는 수익성 원칙에 따라 적용되도록 해야지 법규로 제한해선 안된다"는 입장을 내놨다.
노사관계에서 전경련이 노동시장 유연성 재고와 확고한 법치주의 원칙을 강조한 데 반해 정 후보는 "법과 원칙이 당연한 대전제지만 타협과 중재를 통해 갈등을 해결하는 것이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도 있다"며 "(노조는) 상생의 파트너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전경련 측은 또 "대기업이 중소기업에 대한 기술지도와 경영지도 등을 열심히 하고 있는데 자꾸 단가인하(CR)만 보는 것은 너무 좁은 시각"이라며 "중소기업(끼리)도 경쟁이 있어야 하고 대기업과 관계에서 우위를 점하면 문제는 해결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정 후보가 "CR이란 단어를 중소기업에서 가장 무서워하더라"고 말한 데 에둘러 반박한 셈이다.
규제완화와 관련, 조 회장은 인삿말에서 "미국은 스리(3) 스트라이크 포(4) 볼의 야구를 하는데 우리가 투(2) 스트라이크 포(4) 볼로 야구를 하면 불리하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한국 기업이 미국 기업보다 더 많은 규제를 받고 있다는 표현이었다.
배석했던 한 의원은 "이슈에 따라 설전이 있었다"면서도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생해야한다는 지향은 공유했으며 단지 방법론에 차이가 있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