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시장원리에 맡겨라

김형진 기자 2007.11.09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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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새책, 프리덤 노믹스

"시장경제? 문제 투성이잖아." 자본주의의 전성기라지만, 의외로 많은 이들이 애덤 스미스에게 불만이다. 로스쿨 정원을 둘러싼 논쟁은 왠지 밥그릇 싸움 같다.

고연봉의 의사, 비행사들조차 돈 앞에서 '너무 쉽게' 파업을 하고, 정유회사는 틈만 나면 기름값 올리려고 혈안이다. 어디 그뿐인가. 자동차 세일즈, 보험회사, 부동산 중개업자... 가만히 보면, 자유시장의 기업들은 전문성을 무기로 고객의 단물 빨아먹기에 여념이 없는 듯하다. 그래서 슈퍼맨을 부른다. "정부여, 제정신이 아닌 시장을 좀 말려주오."



경제, 시장원리에 맡겨라


하지만 <프리덤노믹스(부글 펴냄)>의 저자는 도리어 '정부 개입론자'들을 뜯어 말리며, "시장이 최고"라고 목청을 높힌다. "사람들이 '뭘 잘 모르고' 시장실패를 단언하지만, 개인과 기업이 거래를 하는 시장은 해결책 찾는데 선수다." 오랜 경제학자로 언론에도 글을 써온 저자는 정부 역할의 최소화를 이 한마디로 압축한다. "시장은 부(富)뿐만 아니라 자유까지도 확장한다."

저자가 드는 대표적 증거는 100년에 걸쳐 진행된 북극 탐험원정대 리포트다. 책은 정부가 지원한 35회의 탐험과 개인이 돈을 댄 57회의 탐험의 상반된 결과에 주목한다. 정부가 개입한 프로젝트는 예산과 장비, 인원 등 모든 면에서 월등했지만, 민간 탐험에 비해 4배의 사망자를 냈고 선박을 잃은 비율도 배 이상 높았다.



이유가 뭘까. 위원회의 입김에 휘둘리는 정부 사업은 배가 산으로 가는 결과를 낳지만, 민간 탐험대에선 "성과가 좋으면 보상이 많다"는 시장원리가 철저히 작용된다. 인센티브가 핵심이다. 저자 역시 자유시장에도 문제가 있을 수 있음을 인정한다. 하지만 그걸 못참고 정부가 개입하면 효율성과 공정성이 현저히 떨어져, 심할 경우 약탈 행위까지 나타난다는 게 책의 일관된 주장이다.

1970년대 석유값 파동도 '나대는 정부'의 위험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다. 책에 따르면, 당시 미국 상원은 휘발유 가격을 일시적으로 동결시켰다가 공급 부족으로 낭패를 봤다. 소비자와 그들을 대변하는 정치인은 허리케인이 당도하기도 전에 기름값부터 올리는 정유회사를 비난한다. 하지만 이는 분명한 모순이다. 자연재해로 공급부족이 예상된다면, 소비자의 '기름 사재기'만큼이나 정유사의 '수요 조절(기름값 인상)'은 논리적으로 타당하다.

싸움꾼으로서의 저자의 모습도 다른 '얌전한' 경제서적에서는 볼 수 없는 이 책만의 매력이다. '시장만세 일변도'의 서술만으로도 자유시장론자들은 속이 시원할텐데, 저자는 한발 더 나아가 특정 서적을 향해 끊임없이 싸움을 건다.


시비의 대상은 국내에 '괴짜경제학'이란 제목으로 알려진 '프리크노믹스(Freaknomics)'. "자본시장에선 학교 선생조차 거짓말쟁이고, 거의 모든 기업이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니... 이게 말이 됩니까?" "인센티브가 모든 부정의 원인"이란 상대방의 메시지가 불쾌했는지, 저자는 조목조목 비판의 칼날을 휘두른다.

세상에서 가장 재밌는 게 싸움구경이라고 했던가. 싸움은 치고받아야 제맛이다. 이 책 읽는 김에, 책장 깊숙히 모셔둔 '괴짜경제학'도 다시 꺼내 읽어보자. 흥미 만점이다.



프리덤노믹스/존 로트 지음/진성록 옮김/부글 펴냄/283쪽/1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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