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을 대상으로 한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두 은행의 과도한 임금,성과급 지급과 각종 복지혜택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다.
◇너도나도 억대 연봉 = 지난해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직원 1인당 인건비는 8900만원,7800만원이다. 2002년과 비교할때 4년만에 각각 38.0%,44.4% 증가했다.
연봉 증가율은 성과급에 비하면 약과다. 산업은행이 지난해 임직원에게 나눠준 성과급은 184억원으로 2002년 11억3000만원과 비교하면 4년만에 1527% 증가했다. 이 기간동안 약 480억원의 성과급을 임직원이 나눠 받았다.
수출입은행도 5년간 723억원의 성과급 잔치를 벌였다. 지난해말 현재 수출입은행 직원이 663명으로 산업은행(2124명)에 비해 적다는 것을 비교하면 훨씬 많은 성과급을 받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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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갖은 명목 복지혜택 제공 = 국책은행은 연봉만 많은 것이 아니다. 다른 직장에서는 꿈꾸지 못할 만한 각종 복지혜택이 제공되고 있다.
한나라당 윤건영 의원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지난 4년간 사내근로복지기금으로 474억여원을 사용했다. 사내근로복지기금은 이익의 일부(전년 순이익의 5%)를 재원으로 기금을 만들어 근로자의 생활안정과 복지증진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산업은행은 지난해 155억6500만원의 복지기금을 의료비,유아교육비 보조△학원비,문화,체육활동비 지원 △상품권 등 근로자의 날 기념품 지급 등 다양한 명목으로 사용했다. 직원 한사람당 계산하면 731만원으로 산업은행 직원들은 한달치 월급 수준의 돈을 추가로 지원받은 셈이다.
산업은행은 유학중으로 회사 일을 하지 않는 직원에게 '해외학술연수'라는 명목으로 월급은 물론 학비와 현지생활비(연 4000만원 한도) 일체를 지원했다. 8000만원대의 학비를 받은 직원까지 있다.
수출입은행은 임대 아파트를 공짜로 제공받았다. 지난 9월말 현재 전체직원 646명의 26.9%에 해당하는 174명에게 아파트를 무료로 제공했다. 수출입은행이 아파트를 자체 자금으로 임대한뒤 직원들에게 공짜로 살게한 것이다. 게다가 수출입은행은 이미 주택을 보유하고 있는 직원들에게도 임대아파트를 제공했다.
한나라당 안택수 의원은 "수출입은행이 아파트 임대비용으로 사용한 자금이 올 연말에는 230억원을 넘어설 것"이라며 "멀쩡히 집이 있는 직원들에게까지 막대한 은행 돈을 써가면서 임대 아파트를 빌려주는 방만한 경영을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임원들 인상 주도 '나를 따르라' = 두 은행의 임원들이 임금과 상여금 인상을 앞장서서 진두지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임금 인상에 제동을 걸기는 커녕 직원들보다 훨씬 많은 몫을 챙겨가면서 돈잔치를 주도한 것이다.
한나라당 이한구 의원에 따르면 지난 2002년 이후 2006년까지 산업은행 임원의 평균 임금은 3억2400만원에서 4억8900만원으로 1억6500만원,50.9% 상승했다. 같은 기간 전체 직원 임금인상률 33.6%를 크게 앞질렀다. 이 기간동안 산업은행 이사의 임금인상률은 54.7% 부총재와 감사는 각각 54.5%,47.4%를 기록했고 총재는 38.2% 올랐다.
임원진은 성과급도 직원들보다 훨씬 많이 챙겼다. 지난 2002년 1억1400만원이던 임원진 평균 성과급은 2006년 2억5200만원으로 1억3800만원, 121% 증가했다. 같은 기간 직원의 성과급은 235% 폭증했지만 절대 금액은 540만원 증가하는데 그쳤다.
수출입은행도 상황은 같았다. 2002년 대비 2006년 은행장의 총 연봉은 50.8% 증가했고, 전무와 감사는 60.8%, 이사는 69.0% 늘었다. 임원 전체적으로 58.7% 상승해 직원 인건비 상승률 44.4%를 크게 웃돌았다. 성과급도 직원들이 50.0% 증가해 만만치 않은 상승률을 기록했지만 은행장(134%), 이사(170%)에는 명함도 못내밀었다.
이한구 의원은 "재주는 직원이 넘고 성과급은 임원이 가져간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행장 이하 임원들의 자기 몫 챙기기가 도를 넘었다"고 지적했다.
◇실적,거품 걷어내면 부실해 = 이들 국책은행들이 파격적인 임금과 성과급을 제공하면서 명분으로 내 건게 실적이다. 창립이후 가장 많은 실적을 내고 있는 만큼 대우를 해주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의원들은 국책은행으로서 독점적 지위를 유지하고 있을 뿐이며, 보유주식 매각 등 일시적 이익을 제외할 경우 순이익이 과대포장됐다고 비판했다.
지난 2003년까지 1000억원대의 순이익에 머물던 산업은행은 △2004년 9975억원 △2005년 2조4217억원 △2006년 2조1008억원 등 막대한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이한구 의원은 그러나 "산업은행의 2005년과 2006년의 순이익은 실제 영업이 개선된 것이 아니라 보유주식 매각과 지분법 평가익으로 각각 1조9000억원,1조6000억원의 대규모 영업외 수익이 발생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영업외수익의 거품을 걷어낼 경우 산업은행의 영업이익은 2004년 2609억원 △2005년 2267억원 △2007년 1942억원에 불과하다.
수출입은행도 2004년 775억원이던 당기순이익이 2005년 2245억원, 2006년 1683억원으로 급증했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2004년 834억원에서 2005년과 2006년에는 171억원,470억원으로 오히려 감소했다. 수출입은행의 순이익 증가는 영업활동 개선이 아니라 기업은행 주식매각익(2606억원),외환은행 주식매각익(1718억원) 등 일시적 요인이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윤건영 의원은 "영업이익이 아닌 주식매각,지분법 평가이익 등을 통해 늘어난 순이익을 임직원들이 대규모로 나눠 가진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국책은행들이 국내 우월한 지위나 지분법 평가이익 같은 눈먼 돈을 챙길게 아니라 국제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