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회장의 결단 "엔진독자 개발이 살길"

치바현(일본)=김용관 기자 2007.10.29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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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상용엔진 3총사 개발과정 이야기

"세계 최고 수준의 상용엔진 3개를 독자 개발하라."

2004년 4월쯤.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의 특명이 떨어졌다. 다임러크라이슬러와의 상용차엔진 합작 논의가 깨지기 한달전이었다.

당시 현대차는 승용디젤에선 독자기술 기반을 갖췄지만 상용 디젤엔진은 일본의 미쓰비시로부터 기술을 가져와 글로벌 경쟁력이 크게 떨어졌다.



다임러크라이슬러와의 합작을 통해 이같은 문제점을 해결하려던 정 회장은 합작 논의가 무산될 위기에 처하자 고민할 수 밖에 없었다.

고민 끝에 정 회장은 '독자 개발'로 방향을 틀었다. 이후 800여명의 연구인력이 매달려 밤잠을 잊고 연구에 몰입했다. 6000억원이나 되는 거금이 엔진 개발에 투자됐다.



현대차는 결국 지난 10월17일 독자 개발한 중소형(3.9리터), 중형(5.9리터), 대형(10리터)급 3종의 상용 디젤엔진을 공개하는데 성공했다.

1991년 가솔린 알파 엔진을 자체 개발한 이후 16년만에 가솔린은 물론 디젤엔진 전분야에서 독립을 선언한 것이다.

이현순 현대기아차 연구개발총괄본부장(사장)은 지난 25일(현지시간) 제40회 도쿄모터쇼에서 열린 고속버스 '유니버스' 신차 발표회에서 상용엔진 독자개발에 얽힌 뒷이야기를 풀어놨다.


이 자리에는 이 사장을 비롯해 김영국 현대차 전주공장장(전무), 백효흠 현대차 상용국내사업본부(전무), 구영곤 상용디젤엔진개발실장(전무), 나성일 상용차개발센터장(전무), 서영준 상용수출수업부장(전무) 등 현대차 상용엔진 개발 주역들이 모두 참석했다.

현대차의 무덤인 일본 시장에 독자 개발한 상용차량을 소개하는 이들의 몸짓과 눈빛에는 자랑스러움이 가득했다.



이 사장은 "상용 부문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려워도 할 수 밖에 없는 일이었다"며 "다른 곳에서 기술을 얻을 수도 없고, 얻어도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조그마한 업체면 엉터리로 엔진을 만들 수도 있지만 우리는 글로벌 브랜드기 때문에 엉터리로 만들 수도 없었다"며 "어차피 한번 넘어야 할 산이라는 생각으로 총력을 다했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세계 최고수준의 엔진을 개발하는 것은 항상 어렵다"며 "3개나 되는 엔진을 동시에 개발하니까 더 어려울 수 밖에 없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이 사장은 "엔진 독자개발을 보고하자 회장님도 '이제는 벤츠도 두렵지 않다'며 크게 만족해하셨다"고 전했다.

3개 엔진을 동시에, 그것도 3년여만에 개발한 것은 세계 자동차 역사상 유례가 없는 일이다. 현대차 고위 관계자는 "엔진 하나 개발이 신형차 모델 10개 출시와 맞먹는다"고 말할 정도로 쉽지 않을 개발 과정이었다.

실제로 개발 주역들인 임원들은 "죽었다 깨어나도 이런 일은 하기 힘들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편 현대차는 이번 모터쇼에서 해외 모터쇼 사상 처음으로 상용차 전시부스를 마련, 새롭게 개발한 고급 대형버스 '유니버스'를 공개했다.

현대차는 유니버스의 도쿄모터쇼 공개를 통해 현대 상용차의 우수성을 적극적으로 알리는 동시에 2009년 일본 상용차 시장 진출을 위한 일본 소비자들의 반응을 파악할 계획이다.
▲현대차 상용 디젤엔진 개발의 주역들. 25일 일본 도쿄모터쇼에서 열린 '유니버스' 신차 발표회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현대차 상용 디젤엔진 개발의 주역들. 25일 일본 도쿄모터쇼에서 열린 '유니버스' 신차 발표회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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