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의 시골아이 학교 보내는 법

네팔(카트만두)=희망대장정 2007.10.29 10:33
글자크기

[젊은 아시아, 빈곤을 넘어]<4-2>네팔의 공정무역기관 '마하구티' 탐방기(하)

편집자주 2달러, 우리돈으로 약 1800원. 이 돈으로 아시아 인구 중 9억명이 하루를 삽니다. 21세기 이후 아시아 경제성장률은 연 평균6.3%로 다른 지역의 2배에 가깝습니다. 아시아는 과연 빈곤을 넘어설 수 있을까요? 그 답을 찾아 김이경, 윤여정, 주세운 등 세 젊은이로 구성된 '희망대장정'팀이 지난 9월, 아시아 최빈국의 빈곤현장에 뛰어들었습니다. 80일 동안 이어질 이들의 희망대장정을 머니투데이가 전해드립니다.

↑6개월 전 '툴시 메하르 아쉬람'에 <br>
들어와 직업 훈련을 받고 있는 <br>
럭스미(25)씨의 딸이 영어책을 <br>
꼬옥 두 손으로 안고 있다.↑6개월 전 '툴시 메하르 아쉬람'에
들어와 직업 훈련을 받고 있는
럭스미(25)씨의 딸이 영어책을
꼬옥 두 손으로 안고 있다.


(앞에서 이어짐) 10월 6일, 우리는 네팔의 공정무역기관 '마하구티(Mahaguthi)'에서 농촌의 빈곤여성들을 위해 운영하는 '툴시 메하르 아쉬람(수행처)'을 찾아갔다.

마하구티 사무실에서 출발하여 카트만두의 매연을 맡으며 30분을 달려가니 상쾌한 공기와 함께 아늑한 초원으로 둘러싸인 부지가 나타났다.



아쉬람 건물 입구에 들어서니 우선 마하구티 설립자 툴시 메하르의 동상과 큰 초록 나무 뒤에 숨겨진 붉은 벽돌로 만들어진 2층 작업장이 한 눈에 들어왔다.

툴시 메하르 아쉬람은 네팔의 빈곤여성들을 위한 생활 공동체이다. 공장, 호스텔, 학교, 병원도 갖췄다.



이 것에서 많은 시골지역 여성들과 아이들은 숙박, 음식, 교육, 보건 서비스를 받는다. 특히 시골 여성들은 직업훈련 기회까지 얻을 수 있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실과 옷감은 마하구티의 다른 생산 공장에 공급된다. 현재 150명의 여성과 20명의 아이들이 이 아쉬람에 있다.

'누하곳'이라는 시골에서 직업훈련을 받기 위해 온 럭스미씨(25)는 내전으로 남편을 잃었다. 그는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다가 마을 사람들에게 이 아쉬람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오게 되었다.


"아쉬람의 규정 상 아이를 한 명만 데리고 와야 했기 때문에 큰 딸이 시골에 있어요. 여기서 2년 동안 지내면서 옷감 짜는 법을 배우고 고향에 돌아갈 예정이에요. 배운 기술로 돈을 벌어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싶어요."

우리는 거기서 또 한 명의 반가운 얼굴을 만날 수 있었다. 공장에서 옷감을 짜고 있던 미르말라 모라씨(32)였다. 우리는 그를 5월 12일 '세계 공정무역의 날'에 서울의 아트레온에서 열린 행사에서 만난 적이 있었다.

우리는 14년 동안 옷감을 짰다는 그에게 '공정무역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냐'고 물었다. 하지만 그는 "잘 모르겠다"고만 말했다.
↑'툴시 메하르 아쉬람'의 작업장에서 <br>
천을 짜는 미르말라 모라씨.↑'툴시 메하르 아쉬람'의 작업장에서
천을 짜는 미르말라 모라씨.
그는 한국에까지 날아와 공정무역 행사에 참여한 사람이 아닌가? 우리는 조금 놀랐다. 한국에서 정미경 고려대 박사가 "공정무역은 그들의 언어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던 말이 문득 떠올랐다.

아쉬람에서 숙소로 돌아갈 때쯤, 우리는 카트만두의 매연과 교통 체증에 지쳐 있었다. 조금이나마 활기를 찾고자 안내자 산니씨와 이야기를 나눴다. 대학에서 경영을 전공하는 그는 "내 어머니도 마하구티 공장에서 일을 하고 있어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솔직히, 공정무역으로 우리에게 어떤 변화가 있었다고 구체적으로 말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제가 공부할 수 있는 힘이 된 건 사실입니다."

우리는 처음 공정무역을 알게 됐을 때, 한국에도 공정무역 상품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매우 놀랐다. 그 후 한국의 공정무역 운동에 참여하고 일본의 공정무역상품 판매현장을 다녀오기도 했다. 그리고 결국 네팔의 공정무역 생산자 단체인 마하구티에도 다녀왔다.

공정무역은 우리에게 일종의 열병과도 같았다. 비유하자면 1년간의 불 같은 러브스토리라고나 할까.

문제는 우리가 '외모'에 너무 혹해 중요한 부분을 자각하지 못했다는 데 있었다. 옥스팜, 막스하벌라르 등 유럽과 미국, 일본에서 공정무역을 확산시키는 단체들의 멋진 문구와 캠페인, 그 화려한 컬러에 열광했었다.

막상 네팔의 공정무역 생산자를 찾아가 바느질을 하고 재봉틀을 돌리는 노동자들을 만나니 환상이 사라지는 듯했다.

여느 제3세계 노동자들과 다르지 않은 그들의 작업모습, 공정무역의 '공'자도 알지 못하는 노동자들. 그곳엔 멋진 공정무역 포스터가 들어갈 자리가 없었다. 공정무역의 현장은 화려하지도 아기자기하지도 않았다. 노동자들의 무거운 하루하루가 우리를 눌렀다.

네팔의 공정무역 상점에서 만난 프랑스인, 클라렌스씨(23)는 "프랑스에도 공정무역 상품이 많이 있지만 여기 와서 봐도 공정무역이 생산자에게 어떤 효과를 주는 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는 우리에게 정작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되돌아보게 했다. 공정무역에서 주목해야 하는 것은 어떤 재밌는 캠페인이나 멋진 구호보다 공정무역의 '공'자도 모르는 그들의 삶이 아닐까. 겉멋에만 함몰되어 있던 우리에게 생산자와 만남은 부끄러운 환상을 깨트려줬다.

그러나 사랑은 실망을 거치며 더욱 성숙해지는걸까. 공정무역에 대한 확신은 더 깊어졌다. 열악해 보이는 공장이지만 공정무역은 일자리가 없었던 그들에게 일자리를 주고 작지만 퇴직금과 보험도 쥐어준다. 우리 눈에는 작은 혜택이지만 그들에게는 큰 차이였다.

우리는 일주일 동안 네팔에서 끔찍했던 카펫 공장, 무미건조한 봉제 공장들을 둘러보며 '그곳에서 일하는 수 많은 노동자들이 존재하는 한 공정무역이 꼭 가야만 할 길'이라는 확신을 얻을 수 있었다.
'툴시 메하르 아쉬람' 호스텔에서 여성들이 축제를 위해 네팔 헤나(염료문신)인 ‘멘디’를 하고 있다. '툴시 메하르 아쉬람' 호스텔에서 여성들이 축제를 위해 네팔 헤나(염료문신)인 ‘멘디’를 하고 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